[법원의 시간]㊽ 정경심 1년 재판, 끝까지 '표창장 공방'..法 "전문가가 웃을지도"

최유경 입력 2020.11.02. 07:01 댓글 1859개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 "해보니 된다" vs "해봐도 안 된다"…초유의 '표창장 반대 시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정경심 교수에 대한 33번째 공판을 열었습니다. 지난번 재판이 '검찰의 시간'이었다면, 정 교수 측 서증조사가 진행된 이 날은 '변호인의 시간'이었는데요.

검찰이 서증조사에서 프린터와 상장 용지를 직접 들고 와 '동양대 표창장'을 제작하는 시연을 보였던 만큼, 변호인도 오전 시간에는 표창장 의혹을 반박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해보니까 쉽게 된다"는 검찰 말에, "열심히 해봐도 영 안 된다"는 주장으로 맞선 셈이죠.

우선 문제가 된 건 '글자의 농도'입니다. 검찰이 한글 서식 파일에 직인을 오려 붙여 만든 표창장은, 맨눈으로 봐도 실제 서울대·부산대에 제출된 조민 씨의 표창장과는 차이가 있다고 변호인은 주장했습니다. 검찰이 만든 표창장은 상장 본문 부분이 더 진한데, 실제로 입시에 제출된 표창장은 하단의 최성해 총장 이름 부분이 더 진한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표창장 완성본이 담긴 PDF 파일은 어떨까요? 변호인은 이 파일을 그대로 동양대 상장 용지에 인쇄할 경우, 상단의 상장 일련번호와 동양대 마크가 겹치고 하단의 은박 부분과 총장 이름 부분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양식이 완전히 망가져, 제출할 수 없는 표창장이 되어버린다는 거죠.

이 밖에도 총장직인 jpg 파일의 품질값이 검찰 주장과 다르고, 상장 양식 하단의 노란 줄을 지우는 문제가 남는다는 등의 설명도 이어갔습니다.

결국 정 교수 PC에서 발견된 상장 서식 '한글 파일'을 수정해서 인쇄해도, 표창장 완성본이 담긴 'PDF 파일'을 그대로 뽑아도 검찰이 주장한 것처럼 표창장을 위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변호인의 주장입니다. 완벽한 표창장을 위해선 정 교수가 무려 '10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이를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했습니다.


■ '나노 분석'에 '포렌식 위조' 주장…재판부 "진짜 전문가가 웃을 수도"

변호인의 이른바 '나노 분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웬만한 컴퓨터 전문가 못지 않게 탄탄한 준비를 해온 변호인단은 'MAC 주소', '고정 IP·유동 IP', 'RSS 피드', 'DHCP 서버' 등 일반인에게 생소한 개념까지 제시하며 결론적으로 정 교수의 PC 사용내역을 분석한 대검찰청의 포렌식 보고서가 위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IP 대역을 분석해도 검찰이 주장한 2013년 6월 '위조데이'에 정 교수 컴퓨터가 서울 방배동 자택에 있었던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든가,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자동으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마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연결했을 때 실행되는 동기화 프로그램인 것처럼 포렌식보고서에 기술해 정 교수에게 치명적인 증거를 들이댔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변호인은 포렌식보고서를 두고 "객관적으로 과학과 기술을 다루는 전문 감정인의 진술서가 아니라 정 교수에 대한 '유죄 심증'을 토대로 억지로 끼워 맞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는 포렌식보고서 작성자에게 '허위공문서작성죄'를 적용해 책임을 물을지도 고민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고, 변호인을 향해 "기억력이 떨어지는 모양인데", "문해력이 좀 떨어지는 거 아니냐"는 등 격한 표현을 썼습니다. 재판부가 나서서 그런 표현은 삼가달라며 주의를 줬지만 언쟁은 계속됐고, 변호인 역시 "이런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 검사님이 맞느냐"며 맞받아쳤습니다.

이를 보고 있던 재판부, 결국 촌철살인 같은 한 마디를 꺼냈습니다. "진짜 전문가들이 보고 웃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양측 모두 전문가의 인증을 받은 정확한 '확인서'를 2주 안에 내달라고 했습니다. 대검찰청 소속 직원이나 동양대 교수 같은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객관적인 제3자여야 한다고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재판이 끝난 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기자를 만나 "변호인단의 조지훈 변호사가 컴퓨터에 관한 한 가장 확실한 전문가이고 대가"라며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세월호 사건 때도 포렌식을 가지고 무수히 싸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검찰이 과연 전문가 의견을 낼 수 있을까, 전문가라는 이름을 걸고 검찰 측 의견을 설명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저희는 못할 거라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 '無에서 有'가 아닌 '주관적 평가'…사법적 판단 가능할까?

이렇게 표창장 공방은 일단락되고, 다시 조민 씨의 '7대 스펙'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난 공판에서 검찰은 정 교수가 딸의 입시를 위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든 것이라며, 단순한 과장이나 부풀리기 수준이 아니라고 강조했었죠.

그런데 이날 변호인은 180도 다른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이 사건은 '정량평가'를 위조하거나 아예 없는 사실을 새로 꾸며낸 게 아니라, 주관적인 '정성평가'의 영역에 놓여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진위의 잣대를 들이밀고 사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이 사건은 정량적으로 평가되는 성적을 위조하였다거나 허위로 제출한 사안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이 사건은 평가자의 주관성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정성평가가 허위라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1년 가까이 재판이 진행되었지만 이 사건의 변호인에겐 이런 주관적 평가가 진위판단의 대상이 되기는 하는지, 평가자의 주관에 사법적 평가가 가능한 것인지 여전히 근본적 의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문이 변호인의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 정경심 교수 측 박재형 변호사 서증조사 中


검찰은 그동안 조 씨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동양대 보조연구원 경력, ▲서울대 인턴 경력, ▲KIST 인턴 경력, ▲공주대 인턴 경력, ▲단국대 인턴 경력, ▲부산 호텔 인턴 경력을 두고 '7대 허위스펙'이라 불러왔는데, 변호인은 이 모든 경력에 조 씨가 어느 정도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설령 평가자가 그 활동을 일부 과장하거나 후하게 봐줬다고 해도, 이걸 두고 '위법'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거죠.

특히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서 조 씨가 내세운 '핵심 스펙'은 검찰이 짚은 7대 경력이 아니라, 의사 직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높은 '의료 봉사' 경력이었다고 거듭 설명했습니다. 서울대 의전원의 경우, 공소사실과 관련된 조 씨의 증빙서류를 다 지워도 35개 가운데 26개가 남는다고 덧붙였습니다.

■ 작성자 'CHO'의 비밀…'영어 에세이 첨삭' 누가 했나?

정 교수 측은 이날 서증조사 직전 70여 개의 증거를 새로 제출했는데요. 검찰은 재판이 거의 끝날 무렵, 그것도 이미 '검찰의 시간'이 지나간 뒤에 전혀 못 보던 증거를 무더기로 낸 건 매우 부적절하다며 반발했습니다. 결국 재판 말미에 약 20분간 추가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힐 기회를 얻었죠.

이때 논쟁거리가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작성자 'CHO'입니다. 정 교수 측은 동양대 인문학 영재프로그램 참가 학생들의 영어 에세이 첨삭 파일의 속성을 보면 작성자가 'CHO'(조)로 돼있는 점을 들어, 딸 조민 씨가 튜터로서 자신의 노트북을 이용해 직접 첨삭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동양대 표창장의 근거가 되는 활동이란 거죠.


하지만 검찰은 단순히 이 사실만으로 첨삭 파일을 조 씨가 작성했다고 볼 순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가족 공용 노트북'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란 건데요. 해당 PC에서 발견된 조국 전 장관의 이력서나 통합진보당 관련 PPT 등 조 전 장관이 작성한 게 분명해 보이는 문건들도 작성자가 'CHO'로 돼 있다는 겁니다. 또 정 교수의 사용자 계정으로 보이는 'USER'가 작성했더라도 이를 다시 'CHO' 계정의 컴퓨터에 저장하면, 곧바로 작성자가 CHO로 바뀐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가족 공용 노트북 같은데, 이건 아마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일 김경록 PB가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정 교수가 쓰고 있던 것을 목격한 그 노트북으로 보인다"며 "조민 씨가 튜터 활동을 안 했다는 검사의 공소 사실을 조금도 탄핵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CHO' 작성자는 조국 전 장관일 수도 있고 조민 씨일 수도 있고 정 교수일 수도 있다"며 "'이럴 수도 있지 않으냐'라고 하는 것은 검사가 할 말이 아니고 '그럼에도 명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검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 시작부터 잘못된 '위법 수집 증거'…판 흔드는 뇌관 될까?

이날 변호인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대해서도 비중을 두고 언급했습니다. 서증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적법한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지난 7월 법률신문에 기고된 글을 인용하며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이 무시되거나 희생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죠.

"실체적 진실 발견은 사법절차에서 유일한 가치도 아니고 지고의 가치도 아니다. 내면적 양심의 절대적 자유, 사적 자치와 자기 책임의 원리, 청문권과 변론권, 자기부죄 금지와 진술거부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다른 가치가 엄연히 존재하고, 이들 가치와 실체적 진실 발견이 충돌할 때 후자는 양보해야 한다. [...] 그러나 법원이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다른 가치를 희생하는 순간, 당사자는 절차의 주체가 아니라 진실 발견의 객체로 전락하고, 당사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여러 장치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 실체적 진실이 절차 너머에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해서, 그것은 적법절차 내에서만 진실이다." 
- 2020.07.20. 법률신문 오피니언 <실체적 진실> 인용


주로 지적된 건 동양대에서 정 교수 PC를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한 점, 그리고 정 교수 공소사실과 무관한 별건 혐의가 적시된 압수수색 영장으로 정 교수 동생의 WFM 실물증권과 정 교수 지인들의 계좌거래내역 등을 확보한 부분입니다. 일부 압수수색 영장에는 정 교수가 피의자로 명시조차 되지 않았다고 변호인은 강조했습니다.

우선 '표창장 위조 의혹'의 중요 증거가 발견된 PC가 위법 수집 증거로 인정된다면, 검찰의 혐의 입증에 큰 차질이 빚어지겠죠. 또 별건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된 부당한 증거라는 점이 받아들여진다면, 관련 참고인·증인들의 진술도 위법 수집 증거에 근거한 '2차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어질 수 있습니다. 과연 재판부가 어디까지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인정할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 마지막 재판 방청은 '추첨'…정경심도 입장 밝힌다

이렇게 1년간 이어져 온 정 교수에 대한 1심 재판은, 11월 5일 34번째 공판을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재판부는 마지막 재판과 선고 날에는 방청권을 '추첨' 방식으로 나눠주기로 했는데요. 직접 재판을 보고 싶으신 분은 재판 전날 오후 2시부터 3시 사이에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청심홀에 방문해 응모하면 됩니다. 일반인에겐 본 법정과 중계 법정을 합쳐 45자리가 배정됐습니다.

오는 5일 결심 공판에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진 검찰의 최종 변론과 구형 의견을, 오후 3시 반부턴 변호인의 최종 변론과 정 교수의 최후 진술을 듣게 됩니다. 피고인 신문 절차가 생략된 탓에, 정 교수가 직접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자리가 되겠죠.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해 어떤 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할지도 관심사입니다. [법원의 시간]도 마지막까지 재판 내용을 꼼꼼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최유경 기자 (60@kbs.co.kr)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

신용카드 많이 썼는데 환급액 '0원' 왜그런가요?

 

박기락 기자 입력 2020.11.01. 06:00 댓글 404

 

[연말정산 팁]신용카드 공제 총급여액 25% 이상 써야 받아
국세청, '절세전략' 미리보기 제공

© News1 DB

(세종=뉴스1) 박기락 기자 = #직장동료인 A씨와 B씨는 올 들어 각각 월 200만원씩 연간 2400만원을 신용카드로 사용했다. 연말정산을 통해 B씨는 33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았지만 A씨의 소득공제액은 '0'원 이었다. 왜 그런걸까.

이는 두 사람의 총금여액 격차 때문이다. A씨는 1억원의 연봉을, B씨는 연 4000만원을 총금여액으로 받는다. A씨의 신용카드 사용액 '2400만원'은 공제 기준인 총금여액의 25%에 미치지 못한 반면 B씨는 연봉의 절반 이상을 신용카드로 사용한 결과다.

여기에 B씨는 지난해 기준대로라면 소득공제금액이 210만원이지만 정부가 올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소비진작 정책으로 신용카드의 소득공제율과 한도를 올리면서 소득공제 최대한도액에 해당하는 330만원을 적용받는 이득까지 누릴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국세청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를 실시하고 1~9월까지 신용카드 등 사용내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정부가 이처럼 신용카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연말까지 어떤 방식으로 얼마를 지출해야 소득공제를 유리하게 받을 수 있을지 개인의 판단을 돕겠다는 의도에서다.

올해는 정부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높여 잡았다. 이전까지 15%에 고정됐던 신용카드 공제액은 정부 방침에 따라 월별로 30~80%까지 늘었다. 최대 한도도 지난해 300만원에서 330만원(총급여 7000만원이하)으로 상향했다.

총급여 기준별로 보면 7000만원 이하는 30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공제 한도액이 30만원 늘었으며 7000만~1억2000만원은 25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증가했다. 1억2000만원 초과 고소득자의 카드 소득공제 한도액도 200만원에서 230만원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신용카드 공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앞서 A씨와 같이 사용금액이 최저한도인 총급여액의 25%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또는 신용카드 공제를 받지 않아도 다른 항목의 공제금액으로 결정세액이 없는 경우다. 이처럼 결정세액이 없는 경우 사용금액이 아무리 많더라도 신용카드 공제를 받을 수 없다.

이에 국세청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에서는 올해 총급여 예상액과 부양가족 정보를 이용해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액을 계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금액으로 줄어드는 세액(결정세액 감소)을 2019년 귀속 근로소득지급명세서의 공제금액을 활용해 미리 계산할 수 있도록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미리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면) 9월까지의 신용카드 등 사용내역이 사전에 제공돼 추가 사용(예정)금액을 입력하면 예상세액을 미리 계산할 수 있다"며 "신용카드 사용금액을 미리 확인해 본인에게 맞는 절세전략을 세우길 바란다"고 밝혔다.

kirocker@news1.kr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