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언니 앞에서 여동생 무참히 살해한 30대..징역 30년

박세진 기자 입력 2020.07.14. 07:00 수정 2020.07.14. 10:34 

"동생이 죽고 나면 경찰에 신고하라" 친언니 협박도
法 "수단과 방법 잔혹·대담..엄중처벌 필요"
News1 DB

(부산=뉴스1) 박세진 기자 = 친언니가 보는 앞에서 여동생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양민호 부장판사)는 살인,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9)에게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 2018년 7월 부산 동구에 있는 한 키스방에서 종업원 B씨(21)를 알게 된 A씨는 1년여간 지속적으로 업소를 방문하며 B씨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B씨가 업소를 그만둔 이후에도 용돈을 주며 사적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쯤 A씨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B씨와의 만남을 이어가지 못 했고, B씨도 만남을 피하면서 연락이 끊겼다.

이에 격분한 A씨는 지난 2월22일 B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흉기로 B씨의 목과 가슴 등을 수 차례 찔러 살해했다.

특히 A씨는 사전에 흉기를 미리 구입하고, B씨의 거주지와 퇴근 시간 등을 파악하는 등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범행 당시 집에 함께 있던 언니 C씨가 보는 앞에서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동생이 죽고 나면 경찰에 신고하라"는 식으로 C씨를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살인 범행은 그 수단과 방법이 잔혹하고 매우 대담하며 무자비하다"며 "B씨는 극심한 공포와 고통 속에 21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고, 유족들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으며 평생 슬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언니 C씨는 눈 앞에서 동생을 잃어 어떠한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는 큰 정신적 고통을 받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고 도망쳐 나오다 무릎이 다쳤다"며 "피고인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sj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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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제대로 했어야" 손정우 송환 논란에 법무부·검찰 책임론

성도현 입력 2020.07.12. 08:30 수정 2020.07.12. 10:00 댓글 1879

범죄수익은닉 혐의 적용했다면 미국 송환 문제 안 생겨
법무부 안이한 대처도 도마에..뒤늦게 "인도 재요청시 협력"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1년 2개월 만에 석방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 씨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법원 결정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범죄인 인도 절차를 맡은 법무부와 검찰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손씨가 미국 송환을 피한 직접적인 이유는 서울고법의 인도 거절 결정이지만, 범죄인 인도 주무 부서인 법무부 국제형사과와 과거 손씨 수사를 했던 서울중앙지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가상화폐, 비트코인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 수사 과정 살펴보니…'범죄수익은닉' 혐의도 적용했어야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은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을 중심으로 W2V 사이트 수사를 하다가 비트코인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관련성을 파악해 2017년 9월 국제형사사법공조 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그해 10월 내사에 착수해 2018년 2월까지 수사를 진행한 뒤 손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같은 해 3월 주거지에서 체포했다. 이어 손씨를 구속한 다음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손씨의 구속기간 동안 보강 수사를 거쳐 2018년 3월 22일 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배포 등 및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만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손씨가 사용한 암호화폐 거래소 계정의 거래내역과 아버지 명의로 개설된 계좌의 거래내역을 확보해 이를 비교·분석하는 방식으로 전체적인 자금의 흐름을 파악했지만, 범죄수익 은닉 관련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범죄수익 등의 취득 또는 처분, 발생 원인을 가장하거나 은닉한 사람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게 규정하고 있다. 범행이 미수에 그친 경우나 범행을 예비 또는 음모한 경우에도 처벌된다.

손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지만, 2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이후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지난해 5월 형이 확정됐고, 올해 4월 27일 형기가 만료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애초에 손씨에게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더라면 손씨는 더 높은 형량으로 처벌받았을 뿐만 아니라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사회적인 논쟁이 생길 여지도 없었을 것으로 본다.

법무부-검찰 (CG) [연합뉴스TV 제공]

◇ "제대로 수사해 기소했다면 미국송환 문제 안 생겨"

손씨 수사 당시 검찰의 지휘 라인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현 검찰총장)-이두봉 4차장(현 대전지검장)-홍종희 여조부장(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손진욱 부부장 검사(주임검사·현 대구지검 의성지청장)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당시 수사는 손씨의 주요 범죄사실인 음란물 제작·배포를 확인하고 범죄수익을 환수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범죄인 인도 대상이 된 '자금세탁 혐의'에 대한 수사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이런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범행을 수사해도 범죄수익이 어떻게 취득·처분됐는지는 당연히 뒤따르는 건데 수사팀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취재 결과, 손씨는 당시 검찰에서 "휴대전화가 없을 때 실명인증을 할 수 없어 몇 개월은 아버지 명의 계좌를 이용했다"며 "2015년 하반기 무렵 제 휴대전화를 만들고 나서 제 명의 계좌를 이용했다"고 진술했다.

또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을 사용했는데, 다크웹에서는 비트코인을 사용했다"는 손씨의 진술을 보더라도 검찰 수사에 많은 부분 의문이 남는다.

만약 검찰이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으면 '절대적 인도거절 사유'에 해당한다. 물론 무혐의로 판단했어도 미국 송환을 거절할 이유가 된다. 이런 상황 때문에 검찰이 무책임하게 판단을 미룬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처음에 수사를 잘해서 문제가 없게 기소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며 "수사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에 인도심사 결정을 담당한 법원도 이례적으로 지적한 게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 [법무부 홈페이지 캡처]

◇ "법무부도 인도 요청 받았을 때 적극 대응했어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한국 법무부는 미국 법무부가 손씨의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를 공식적으로 진행한 2019년 2월 이전부터 물밑에서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미국과 수차례 의견을 교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8년 2월 28일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치안판사는 아동음란물 광고 등 혐의로 손씨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미국 연방대배심은 같은 해 8월 9일 '6개 죄명·9개 혐의'로 손씨를 기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손씨는 한 달 뒤인 2018년 9월 7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법무부는 손씨의 1심 판결 직후 한국 법원의 낮은 형량에 의문을 제기하며 황당해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법무부가 이런 상황을 꾸준히 공유하는 가운데 2019년 4월 19일 외교부에 범죄인 인도 관련 서류가 도착해 4월 24일 법무부에 전달됐다. 손씨는 같은 해 5월 2일 2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뒤늦은 고소·고발이 범죄인 인도에 막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손씨의 아버지는 지난 5월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기 위해 직접 아들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금세탁이 포함된 범죄인 인도 요청이 있었으면 법무부가 지난해 4월 당시 신속히 검찰에 알려 이 부분을 적극 수사하도록 해야 했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도 논란이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미국이 손씨에 대해 새로운 범죄사실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해오는 경우 적극 협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는데 현실성 없이 비판 여론을 의식한 입장이란 지적이다.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와 서울고검, 대검 국제협력단 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제형사 업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전문성이 부족한 부분을 이번 기회에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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