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 제외] "선 넘었다" 시민들 '분노·우려'..日불매운동·反아베투쟁 격화 '예고'

입력 2019.08.02. 10:28
        

      

시민들 '정치문제'에 '경제 보복' 활용한다며 비판
"아베 총리, 개헌 등으로 더 세게 나올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맞불놔야 한다"는 의견들 많이 보여
일부선 "한국경제에 큰 타격 올 것"우려도 관측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서 아베 신조 일본총리 규탄 집회를 진행중인 시민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성우·김유진·성기윤 기자]일본 정부가 2일 한국을 수출관리 우대 대상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에서 일고 있는 ‘불매운동’과 ‘반(反) 아베 (신조 일본 총리)’시위도 점차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에, 다수의 시민들은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와 앞으로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거센 표현과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크게 눈에 띄었다. 주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높은 언성의 강도높은 비판이 쏟아져 나왔고, 일부는 촛불집회와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내비추기도 했다.


직장인 송모(29) 씨는 일본을 ‘전범 국가’라고 칭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송 씨는 “전범국가 일본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면서 “일제강점기 시절을 살아온 사람들이 아직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 그 가족과 주위 지인들이 일본의 뻔뻔한 태도에 가만히 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나상훈(29) 씨는 “이번 일의 시작이 위안부 문제였다고 생각하면,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보복까지 결정한 일본 정부의 결정이 너무 화가난다”면서 “위안부 할머님들의 피해는 일본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하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결정은 한국과는 아예 대화를 안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정치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 김성태(31) 씨도 “한국의 과실 유무를 막론하고, 팔은 안으로 굽을 수 밖에 없다”면서 “이번주부터는 위안부 피해자 관련 수요시위도 나가고, 주말에 진행되는 일본대사관 앞 촛불집회도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일본의 이번 결정이 대해 법적·정치적 문제에 경제를 들이민 내용이라고 봤다. 이에 똑같은 방식으로 일본에 대한 경제적 대응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서울거주 직장인 김문정(47) 씨는 “아베 총리가 이번 선거에서 재집권하기 위해 정치적인 무리수를 두면서 이번 결정을 내린게 아니겠냐”면서 “이번 일로 일본에 보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만큼 나도 개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앞으로도 계속 고민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유모(31) 씨도 “주변에서 점차 일본제품을 사지 말아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번에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가 앞으론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일본 개헌을 외치지 않겠냐. 여기에 불매운동으로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일제강점기를 직접 겪었다는 성모(93) 씨도 “학교에서 우리말 쓴다고 혼나고, 배를 곯으며 살았던 기억을 생각하면 (일제강점기는) 참 한스러운 역사였다”면서 “한국이 더는 자신들 식민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했다.

1일 서울 지하철 전동차내부 출입문에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제작한 일본의 경제보복과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내용의 스티커가 부착돼있다. [연합]

일각에서는 앞으로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질 것이란 비관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주로 산업 직군에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이런 우려가 나왔다.


인테리어업계 종사자 최모(34) 씨는 “대부분 인테리어 업계에서 차용하는 디자인, 또 중요한 제품들은 일본에서 들어오고 있다”면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타격을 받는 분야는 처음에는 반도체일지 몰라도 나중에는 다른 분야까지 확산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무역업체에 다니는 윤진호(51) 씨도 “최근 철도 관련 핵심부품의 무역을 중개하는데 업계 관계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 “벌써부터 일본으로부터 제재조치가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보복이 들어올까봐 걱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 양모(40) 씨는 “올해 초 반등 기미를 보였던 코스피가 최근 꺾인 이유는 미중무역 등 글로벌 경제조건 악화의 영향이 컸다”면서 “일본의 보복성 무역정책이 추가되고, 국내 산업을 이끄는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에 타격이 심화되면 국내 증권 시장에도 여파가 전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일 관계 모두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증권업계 종사자 김모(35) 씨는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일본에 대한 투자가 제법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일로 일본시장에 대한 투자를 보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가까운 나라인만큼 양국간 경제적 교류도 많았는데, 앞으로는 크게 줄어들면서 경제적 마이너스 효과가 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 대학에서 반도체공학을 공부중인 대학원생 A(30) 씨도 “한일간 관계가 생각보다 크게 맞물려 있다”면서 “한국 반도체를 쓰지 않으면 일본의 첨단 전자기기 제조업체에도 영향이 갈텐데, 일본이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조치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일본여행 보이콧'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

시민단체들은 이번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를 놓고서 더욱 강력한 ‘반(反)아베’ 시위를 전개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는 촛불집회에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일본 정부를 규탄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법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한선범 아베규탄시민행동 언론담당은 “광복절인 오는 15일 대규모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특히 일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화해치유재단에 일본측이 건넨 10억엔 반환의 최종 확정 등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베규탄시민행동은 600여개 진보계열 시민단체로 구성돼 있다.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YMCA전국연맹, 흥사단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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