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 작심 인터뷰, "죽을힘 다해 검찰개혁 하겠다"

장일호·나경희 기자 입력 2019.09.27. 12:16 수정 2019.09.27. 12:20

               

국회발 ‘조국 대전’ 2라운드가 시작됐다. 국정감사에 앞서 대정부질문이 시작되면서 9월26일 고성과 야유 속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이 국회 데뷔전을 치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로 조 장관을 환대하는 동안 자유한국당 의원 일부는 등을 돌려 앉거나 ‘조국 사퇴’라고 쓰인 손팻말을 걸어두기도 했다.  연일 조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피의사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할 검찰개혁 이슈는 주요 언론에서 실종되다시피 했다. <시사IN>은 9월25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만났다. 

 

 

취임 2주가 지났습니다. 단순 보도량으로 따지면 가족 관련 수사가 검찰개혁 이슈를 덮는 모양새입니다.  씁쓸합니다.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고요.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이) 이번에도 좌초되면’ 같은 생각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검찰개혁은 저를 딛고서라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시대의 잿더미를 넘어 새로운 개혁의 시간이 온다는 다짐을 하면서 이를 악물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취임사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던 법무·검찰 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만, 문재인 정부 초기에 좀 더 힘 있게 검찰개혁을 밀어붙여 ‘완성’시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평도 있습니다.  검찰개혁 같은 과제는 단시간에 이루기 어렵고, 더뎌 보이더라도 차근차근 포기하지 않고 끌고 가는 게 중요합니다. 검찰개혁이 시대적 과제라는 건 문재인 대통령이나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저 역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요. 검찰개혁이라는 게 검찰을 적으로 돌리고, 이를테면 해산이나 해체하는 억압적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입법을 통해 검찰개혁을 불가역적으로 법제화·제도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입니다.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조정인데요. 모두 법률 개정 사항이고 문재인 정부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특히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검찰과 경찰이 스스로 합의하도록 하면 해결이 되지 않으리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대통령이 검·경 상급부서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지시해서 논의를 거쳐 합의하도록 하는 게 법치주의에 맞는다고 판단했고 민정수석으로서 그 과정이 이행될 수 있도록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검·경 수사권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진통도 있었습니다.  검찰에서 반대 여론이 있기는 했지만 과거처럼 평검사회의를 연다든가 하는 식으로 집단 항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수사 권한 배분에도 적용함으로써 검찰개혁을 꾀하는 방법입니다. 검찰과 경찰을 상호협력 관계로 설정하면서 1차 수사에서 경찰에 보다 많은 자율권과 책임성을 부여하고, 검찰 직접수사는 부패·경제 범죄 등 예외적으로 인정하면서 검찰의 권력 남용을 제어하는 거죠.   

ⓒ연합뉴스2018년 6월21일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참석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공수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비해 큰 이견이 없었습니다.  과거에는 검찰개혁이라고 하면 검찰 구성원이 무조건 반대했어요. 지금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검찰 내부에서도 공감하는 분위기가 생겼죠. 물론 전적으로 박수 친다, 이런 건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두 명의 검찰 수장은 공히 입법부 의사를 존중하는 스탠스로 가고 있다는 게 의미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반대 의미로 사표 던지고 나가버렸죠.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나 윤석열 검찰총장도 “공수처는 반대하지 않는다”라고 말을 하죠. 물론 두 분 다 수사권 조정안을 찬성하진 않아요. 하지만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 “존중하지만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라고 검찰 수장이 말을 합니다. 공식 대표의 발언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공수처는 사정기관인 동시에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제어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검찰개혁 수단입니다. 스폰서 검사(2010년), 벤츠 검사(2012년), 정운호 게이트(2016년)로 알려지게 된 전관예우나 ‘전화 변론’ 문제는 검찰이 갖고 있는 기소독점권·기소편의주의 권력에서 기인합니다. 검사 손에 수사와 기소 여부가 달려 있고, 그 검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검찰 선배는 이를 이용해서 여러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독점된 기소권을 분리해야 합니다. 검사가 공수처 수사 대상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도 근절되리라 봅니다.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동시에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서 이제 진짜 국회 결정만 남은 상황이죠.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 장관이 말한 ‘사명’을 잘 이행하실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합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항상 압도적인 편입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한국 검찰이 OECD 국가 어느 검찰보다 힘이 셉니다. 어떤 권력도 굴복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지만 정작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는 어떠한 통제나 견제도 받지 않는 권력이죠. 이런 권력은 조직의 이해를 최우선시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걸 국민들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알고 계신 걸로 느낍니다. 가까이 군부독재 시절에 ‘하나회’가 있었고, 이후에는 안기부가 공포의 대상이었죠. 아무도 통제를 못하니까요. 이제는 보안사나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서 고문당할까 하는 걱정을 누구도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검찰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요. 현재로서는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법원 정도인데 법원은 사후적일 수밖에 없고요. 국민의정부 시절부터 사법개혁 논의가 이어지면서 사법부 역시 일정 부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법원 개혁 하는 만큼 검찰은 하지 못했죠.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간 이 정도까지 끌고 와서 패스트트랙까지는 올라갔는데, 아직도 험난한 길에 있는 것 같긴 합니다. 검찰개혁이 그만큼 어려운 과제라는 걸 국민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검찰개혁) 잘할 것 같다’라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오는 거 같고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도 검찰개혁 입법을 시도할 때면 예리한 칼날 위에 서 있는 것 같다고 해요.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법적 제도화에 가까이 왔고, 지금이 아니면 더 어려워질 거라는 간절함이 있습니다. 

법무부의 ‘외청’인 검찰이 법무부를 오히려 ‘내청화’하는 식으로 흔들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참 아픈 지적입니다. 지난해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일 때 검사장 한 분이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수사권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봐라”고 언성을 높였다고 해요. 이것만 봐도 통상적인 부처와 외청 관계와 다른 게 사실이죠. 검찰은 선출된 권력은 아닌데 아주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선출된 권력으로부터 통제를 받는 게 법치주의 핵심입니다. 검찰이 막강한 수사권을 가지고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으니까 통제가 잘 안 되잖아요. 그게 현재 우리 국민들이 검찰을 두려워하고 또 검찰개혁을 바라는 이유죠. 내가 대표자를 뽑아놨는데, 그 대표자가 검찰만은 통제를 못하는 거죠. 주권자는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 양자 방식을 동시에 쓰면서 자신이 주권자임을 확인하는데 검찰 권력에 대해서는 전혀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고 생각하죠. 

박상기 전 장관이 법무부 탈검찰화에서 일정 성과를 냈습니다만, 법을 바꾸지 않고도 법무부 장관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개혁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비법률적인 방식으로 검찰을 바꿀 수 있는 방안이 크게 보면 인사·감찰·조직개편·조직문화 네 가지가 있을 거 같습니다. 법무부를 주도하는 힘이 검찰에서 나오면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이해를 대변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는 검찰국 외에 국가송무, 상사법무를 담당하는 법무실, 범죄 예방 및 소년보호 등을 담당하는 범죄예방정책국, 인권국, 교정본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각 실국 본부장이나 과장들이 대부분 검사로, 검찰이 다른 직렬 공무원을 통제하는 외청의 내청화 문제가 계속 누적되어 왔고요. 박 전 장관 시절에 직제로 보면 법무부 내 71개 직위 중 37개를 비검사로 바꾸었습니다. 현재 검사 보임 직위가 34개인데 이걸 점차 줄여나갈 생각입니다. 

박상기 전 장관은 피의사실 공표 문제와 관련해 기존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으로 다듬었습니다. 조 장관은 이 시행을 가족 수사가 일단락된 이후로 미루셨지요.  박 전 장관이 당시 거의 완성된 개정안입니다.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가 사실상 사문화됐습니다. 법은 범죄라고 하지만 기소된 적이 없으니 처벌되지 않았고요.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에는 위반했을 때 징계 조항이 없었어요. 박 전 장관이 기소는 안 되더라도 행정부 차원에서 징계는 할 수 있도록, 그 부분을 손보셨던 것이고요. 저의 취임과 무관하게 준비돼 왔는데 제 가족 수사 문제하고 얽혀서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가족을 보호하려고 만들었다는 오해가 있을 거 같고요. 제 가족 문제가 일단락되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조국 장관이 9월25일 검사와의 대화를 위해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들어가면서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흔히 검찰 독립을 검찰에 전혀 간섭을 안 하는 걸로 이해하는 것 같아요.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 예산 분장과 사건 지휘·감독권 행사는 검찰에 대한 부당한 압력 행사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핵심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선출된 권력으로부터 통제받아야 한다는 것이거든요. 미국은 검사장 직선제를 하죠. 미국에서 검사장은 주민들 선거로 뽑기 때문에 인사와 예산을 자신이 쥐는 것에 대해 정당성을 갖고 있어요. 물론 검사장 직선제는 훨씬 더 정치적인 문제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검찰 독립을 말할 때 이걸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직선제라고 보고요. 제가 지금 이걸 하자는 것도, 우리가 지금 그런 제도를 택하고 있는 것도 아니죠. 넓은 의미에서 보면 검사도 행정 관료거든요. 열심히 공부해서 검사가 되고 이른바 ‘관료 트랙’에 타는 건데, 어떠한 관료라고 하더라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선출된 권력으로부터 통제받아야 합니다. 이게 핵심이기 때문에 계속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거고요.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적폐청산 수사를 이유로 사실상 ‘특수부에 날개를 달아준 것 아니냐’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특수부 수사 문제에 관해서는 가족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는 게 맞다고 봅니다만…. 국정농단 수사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시작됐고요, 문재인 정부가 키워주고 말고 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과거 정권 실정과 적폐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였고, 검찰이 그 역할을 수행하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특수수사 부분이 확대됐다는 지적에는 공감합니다. 과거부터 검찰권 남용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온 것이 검찰의 직접수사 내지 특수수사 부분이었고, 이에 대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은 정치권, 학계, 검찰 내부에서도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 권한을 어느 범위로 제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비롯해 여러 대안이 있고, 그 실행 방법에 있어서도 법률이나 대통령령 등을 개정하는 여러 방식이 논의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만큼 검찰개혁 취지에 부합하는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겠습니다. 

장관을 포함해 모든 가족을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데, 우선 이 사건 관련해서 ‘검찰과 제 아내 사이의 다툼이 있다’라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다툼이 있는 사안이고, 그 다툼은 사후 형사 절차에서 해결돼야 될 것이고요. 음, 지금 시점에서 제가 법무부 장관이자 제 집안의 가장 아니겠습니까. 거기에 대한 특정한 언급을 하기에는 매우 곤란하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거는 다툼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 다툼을 헌법과 법률의 원칙에 따라서 해결하는 절차가 남아 있는 거 같고요. 그 과정에서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원칙적인 이야기를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업무를 보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처음 지명됐을 때는 이런 상태에 놓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훨씬 더 신나게, 즐겁게, 제가 원래 구상했던 것들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죠. 그게 제 업보인지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뭐 운명론자는 아닙니다. 제가 해야 할 게 뭘까 생각해볼 때, 제가 아주 나쁜 조건에 있는 거 아닙니까?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데까지를 하자 생각합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하자.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진짜 모르겠습니다. 알 수도 없고. 수사 문제는 제가 실제로 알지도 못하고. 제가 아주 개인적으로만 보게 되면 가족을 돌보는 게 급합니다. 집에 있지를 못하잖아요, 오늘도. 제 가족을 돌보지 못하는 상태에 있거든요. 제가 그냥 사인이라면 빨리 가족으로 돌아가서 돌봐야 됩니다.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상태인데. 그 점에서 힘들죠. 힘든데 제가 사인이 아니라 공인, 그중에서도 고위 공직자이기 때문에. 앞서 ‘이번에도 좌초되면’이라는 생각은 상상하기도 싫다고 했습니다만, 임명됐을 때 하려고 했던 걸 이루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임명됐을까. 현재 상당수 국민들이 제가 부족하고 미흡하고 불찰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저에 대한 실망도 했고 분노도 하셨고 저의 부족함을 다 알면서도 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나서고 계실까. 조국 장관이라는 사람이 너무 좋다 이게 아니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뜻, 국민들의 뜻을 생각하면서 일을 하려고 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냥 가보려고요. 갈 때마다 불편한 한 걸음이에요. 공적 행보를 할 때 즐겁거나 이렇지 않은 상황입니다.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일들이 벌어지거든요. 책임, 소명, 소임 이런 말들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말인지 깨우치고 있습니다. 요새는 제가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개혁이고 인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뒤로 되돌릴 수 없는 개혁, 결국은 제도화, 제도화, 제도화라고 봅니다. 죽을힘을 다해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내디딜 겁니다. 언제 어디까지일지 모르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볼 생각입니다. 

 

 

※ 보다 자세한 기사는 9월27일 발행된 <시사IN> 제629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장일호·나경희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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