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직적→수평적 관계로..경찰 별도의 수사 주체로 인정

김선영 입력 2020.01.14. 06:02 수정 2020.01.14. 07:55

               
'수사권 조정' 뭐가 달라지나 / / 직접수사 범위 부패범죄 등 한정 /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 관련 / 檢, 90일 이내 재수사 요청 가능 / 수사환경 66년만에 대대적 변화
국회가 13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연이어 처리하면서 검경의 관계가 기존 ‘수직적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재편될 전망이다. 검경은 모두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양측의 심경은 사뭇 달라 보인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사권 조정안은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 부여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 제한 등 검찰 권한을 분산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비단 권력형 비리 사건이나 경제 사건 뿐 아니라 민생과 밀접한 사건의 수사 환경에도 향후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는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지 66년 만이다. 그간 형소법은 검사를 수사권 주체로, 사법경찰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는 보조자로 규정해왔지만, 이제는 검경 관계가 ‘지휘’가 아닌 ‘협력’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경찰을 별도의 수사주체로 인정하면서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점도 이번 법안의 핵심이다.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 사건만 검사에게 송치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건은 자체 종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판단을 할 경우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경찰의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법률적으로 오판했는지 등을 검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민 권익 보호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이번 법안에서도 검찰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과 이와 관련한 기록, 관련 증거를 90일간 들여다보고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실상 제한이 없었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도 제한된다. 바뀐 법은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사건을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한정했다.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에 대한 제한도 중요한 변화다. 그동안은 경찰 수사 당시의 피의자 신문조서보다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 능력을 높게 인정받았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됐지만, 이날 검찰의 반응은 일각의 예상과 달리 차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된 뒤 대변인실을 통해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신년사 등에서 ‘수사권 조정에 관한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으로, 공직자로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말을 아꼈다.
13일 국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처리한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안내실 입구에 설치된 전광판에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홍보 문구가 나오고 있다. 이재문 기자
반면 경찰은 수사권 조정을 크게 반겼다. 경찰청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민주적 수사구조에서 경찰이 역할과 사명을 다하라는 뜻임을 알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번 입법은 우리나라가 형사소송법 제정 65년 만에선진 형사사법체계로 진입하는 매우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찰청은 “2020년을 ‘책임 수사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국민과 가장 먼저 만나는 형사사법기관으로서,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 시스템을 갖춰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커진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해 3월 발의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은 경찰을 국가경찰과 지방자치단체 소속인 자치경찰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놓고 여야가 정면 충돌하면서 아직 논의가 본격화하지 않았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