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국민입니다" 아산 주민들 '우한교민 응원' 현수막

신진호 입력 2020.01.31. 10:33 수정 2020.01.31. 10:37

               
31일 오전 송환된 교민 수용할 경찰인재개발원
주민들 "정부결정 막을 수 없고 우리가 품어야"
일부 주민들은 "아산 이미지 실추된다"며 반대

“힘내세요! 아산 시민은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편히 지내시고 건강하게 귀가하시길 바랍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 체류 교민 367명을 태운 전세기가 한국으로 돌아온 31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입구에 붙은 플래카드. 신진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 체류 교민 367명을 태운 전세기가 한국으로 돌아온 31일 오전 9시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입구에 붙은 플래카드다. 반대편 길가엔 “편히 지내시고 건강하게 귀가하시길 바랍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전날 일부 주민이 우한 교민 수용 반대를 외치며 농성을 이어갔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초사2통 김재호 통장은 “더는 막을 수도 없고 다른 곳으로 보낼 수도 없다고 판단해 주민회의를 거쳐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다같은 국민인데 결국 우리가 품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냐”고 말했다.

오전 8시쯤엔 인재개발원 입구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설치됐던 ‘격리수용 반대’ 천막도 자진 철거됐다. 경찰 인재개발원이 위치한 초사2통 주민이라고 밝힌 60대 김모씨는 “이미 교민들이 한국에 도착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무슨 수로 막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포기했다”며 철거를 이어갔다. 천막 앞쪽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전세기, 아산·진천에 격리수용 결사반대’ 플래카드가 붙어있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 체류 교민 367명을 태운 전세기가 한국으로 돌아온 31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입구에 붙은 플래카드. 이우림 기자.


앞서 전날 오후 3시30분쯤 이곳에서 농성 중이던 주민 100여 명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지사, 오세현 아산시장이 도착하자 계란과 과자봉지를 던지며 강하게 항의했다. 우한에서 송환한 교민을 아산과 충북 진천에 분산수용하겠단 정부의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단 이유에서다. 진 장관은 이에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1시간가량 회의를 진행한 진영 장관은 오후 5시쯤 현장을 떠났다.

경찰은 이날도 주민과의 충돌 가능성을 염두해 12개 중대 800여 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경찰인재개발원으로 들어가는 왕복 4차선 도로 양쪽에 30여 대의 경찰 기동 버스가 일렬로 늘어섰고 119 구급대 차량과 소방차 1대도 함께 대기했다. 하지만 전날 100여 명에 달했던 ‘격리수용 반대’ 주민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오전 9시쯤 주민 한명이 커터칼로 경찰인재개발원 앞에 붙은 플래카드 2개를 찢어냈다. 이 주민은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참견하지 말라"며 거칠게 말하기도 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 체류 교민 367명을 태운 전세기가 한국으로 돌아온 31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입구에 붙은 플래카]를 한 주민이 찢고 있다. [사진 독자]


온라인 커뮤티니를 중심으로 '우리가 아산이다' 손글씨 캠페인이 지난 30일부터 시작했다. 한 주민은 '우리는 한 민족! 아산에서 편히 쉬었다 무사히 돌아가시시를 빕니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적은 노트를 촬영해 올렸다. 자신을 '아산 토박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아산에 오신 걸 환영한다. 아산시민도 우한 교민도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고 적힌 손글씨를 올리기도 했다.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교육원 입구에 붙은 '편하게 지내시고 건강하게 귀가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한 주민이 철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편, 이날 오전 8시쯤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 지역에 체류 중인 한국인 367명을 태운 전세기가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우한 톈허 공항을 이륙한 지 2시간 만이다. 탑승객은 비행기에서 내려 별도의 게이트에서 추가 검역을 받은 뒤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 분산돼 수용될 예정이다. 이들은 2주간 격리 수용되며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오르는 등 의심 증상이 나올 경우 즉시 가까운 격리의료기관으로 이송된다.

아산=신진호·이우림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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