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수상 못해도 1억 원의 초호화 선물을 준다고?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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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오스카 오찬 식사 단체사진 중 일부. 본격봉준호_감독을_찾아라. JPG

2월 9일(현지시각)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각본상, 국제장편상, 감독상, 최우수작품상 총 4관왕을 기록하며 한국 영화 역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 하루동안 화제의 중심이었던 아카데미 시상식. 아카데미를 단지 유명 미국 영화 시상식으로만 알아왔을 이들을 위해 준비해봤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소소하지만 흥미로운 정보들을 소개한다.


포인트가 있어야 투표 가능?
아카데미 회원 조건

아카데미 회원인 국내 배우들. (왼쪽부터) 이병헌, 김민희, 송강호

아카데미는 자격을 잃게 된 회원 수를 보충하기 위해 매년 봄, 신규 회원을 뽑는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AMPAS’(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가 선정한 회원 기준은 다음과 같다. 우선 영화 제작자나 배우, 성우 등 직접 영화 제작에 있어 관여된 자여야 한다. 영화평론가나 기자, 극장업자는 회원이 될 수 없다. 여기에 기존 회원 2인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가능하다. 혹은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면 추천 없이 회원이 될 자격을 얻는다.


회원이 됐다고 해서 투표권을 얻는 것도 아니다. 투표권을 갖기 위해선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영화감독과 각본가는 1편 이상의 작품만 있어도 투표권을 갖지만 그 외에 스태프나 배우들은 최소 3편 이상의 작품에 참여해야 투표권이 생긴다. 투표권이 영구적인 것도 아니다. 5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투표권을 잃는다. 2020년 기준, 8469명이 아카데미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2018년을 기준으로 배우 (1311명, 22%)가 가장 많다. 국내에선 송강호, 최민식, 배두나, 하정우, 조진웅, 김민희, 이병헌 등이 투표권을 갖고 있다.


후보작 선정 기준

2020년 아카데미 주요 작품들

아카데미 공식 규정에 따르면, 후보작에 오르기 위해서는 전년도 1월 1일 자정부터 12월 31일 자정까지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극장에서 7일 연속 상영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제작자들은 마감일 전에 공식 스크린 크레딧을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한다. 마감일까지 제출하지 못한다면 아카데미 후보에 오를 수 없다. 기술적인 제한도 있다. 러닝타임이 최소 40분 이상이어야 하며, 최소 2048X1080 픽셀의 초당 24프레임 또는 48프레임의 디지털 영화 포맷이어야 한다.


단, 국제장편영화상과 장편‧단편 다큐멘터리 상은 위의 조건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제장편영화상의 경우, 해당 나라의 공식 선정으로 1편만 제출되어야 하며 로스앤젤레스 최소 1개 극장에서 3회 이상 상영되어야 한다. 장편 다큐멘터리 상은 전년도에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 개봉해 7일간 상영되거나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선정된다면 자격을 얻는다. 단편 다큐는 조금 다르다. 시상식이 열리는 해를 기준으로, 재작년 9월 1일부터 작년 8월 31일까지 상영된 작품에 한한다. 장편 다큐와 마찬가지로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 7일간 상영되거나 아카데미가 지정한 영화제 중에서 한 개의 상이라도 수상한다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수상엔 다 계획이 있구나, ‘오스카 캠페인’

출처아카데미 공식 페이스북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국제장편영화상(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 있다. 바로 ‘오스카 캠페인’(Oscars Campaign)이다. 약 8000명에 달하는 투표권을 갖고 있는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일종의 선거 운동인 셈. 시사회 개최와 파티, 광고, 간담회 등을 열어 영화를 홍보하고 투표권을 얻으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것은 당연지사. 보통 영화제들이 많은 가을에 시작되며(베니스와 토론토영화제 이후), 아카데미까지 약 6개월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후보작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후부터 본격적인 캠페인 레이스가 시작된다. 봉준호 감독은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생충> 캠페인의 시작은 8월 텔루라이드영화제였다. 송강호는 강행군으로 코피를 쏟기도 했다, 오스카 캠페인의 강행군은 <기생충>뿐만이 아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노리는 수많은 영화들이 같은 여정을 돌고 있다.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팀도 다 같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 <로마>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

오스카 캠페인에 들어가는 비용은 웬만한 마케팅 비용 못지않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제작사는 오스카 캠페인을 위한 전략가‧컨설턴트를 고용하기도 한다고. 2016년 외신에 따르면 스튜디오들이 로비에만 300~1000만 달러(약 35억~120억 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추산되었지만, 2018년부터 넷플릭스 등 대형 OTT 서비스 업체가 제작한 영화들이 아카데미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면서 캠페인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주로 2000만~3000만 달러(약 230~330억 원)의 금액의 돈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버라이어티’(Variety)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넷플릭스의 <로마>의 경우 오스카 캠페인에 최소 2500만 달러(약 296억 원)가 사용됐다. 한편, ‘포춘’은 6000만 달러까지 추정하기도 했다. <기생충>의 경우 정확히 보도된 바는 없으나 100억 이상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하비 와인스타인

오스카 캠페인의 시초는 누구일까. 바로 ‘오스카 제조기’라 불렸던 하비 와인스타인이다. 현재는 성 추문 논란의 중심이 되며 할리우드에서 퇴출당했으나, 20년 전 영화 산업 중심엔 그가 있었다. 1999년 하비 와인스타인은 어떻게 하면 아카데미에서 자신이 제작한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수상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그는 수상을 위해 우편물을 통해 영화 작품을 홍보했으며, 외부 컨설턴트를 고용하기도 했다. 경쟁작에 대해 좋지 않은 입소문을 퍼트려 평가를 끌어내리는 ‘협박조 캠페인’으로 비열하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수상이 유력했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제치고 작품상을 수상하게 됐다.


오스카 트로피, 무게와 금액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마침내 트로피를 들게 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꽤 무겁네요”.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배우들이 트로피를 들고 종종 하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스카 트로피는 24K 금이 도금되어 있으며, 13.5 인치(24.3cm)의 높이로 구성되어 있다. 총 무게만 해도 3.85kg(8.5파운드)에 달한다. 트로피의 가격은 대략 얼마일까? 아카데미의 명예와 가치로 인해 공식적으로 금액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외신에 따르면 아카데미 트로피의 가격은 629달러(약 74만 원)라고 한다.


수상은 못해도 아쉽지 않다?
선물만 1억 원 이상, ‘아카데미 기프트백’

2019 아카데미 기프드백에 포함된 호화 크루즈 여행

오스카 트로피는 갖지 못해도 돌아가는 두 손은 무거울 수 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 굿즈를 주듯이 아카데미에서도 참석을 하면 주는 굿즈(?)들이 있다. 일명 ‘기프트백’(Gift bags), ‘구디백’(Goodie bags)이라 불리는 것으로, 발표자와 퍼포머들에게 선물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후보자와 수상자들에게까지 확대됐다. 모두 주는 것은 아니다. 화제성이 있는, 그러니까 주·조연에 오른 후보들과 감독들이 시상식 약 일주일 전 선물들을 전달받게 된다. 지난 20년 간, 아카데미 기프트백을 거절한 배우도 있었다.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기프트백을 거절한 스타는 바로 2019년 영화 <더 와이프>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글렌 클로즈다. 그는 자신의 기프트백을 한 여성 자선단체에 기부해줄 것을 요청했다.


기프트백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은 매해 협찬하는 브랜드에 따라 구성품이 바뀐다. 총 시가는 10만~15만 달러(1억~1억 7000만 원)에 해당한다. 호화 여행권, 쥬얼리, 화장품, 먹거리 등등, 심지어는 성인 용품(!)이 포함되어 있기도. ‘포브스’의 보도에 따르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 기프트백의 가치는 전년에 비해 8만 달러가 오른 약 22만 달러, 2억 6000만 원에 달한다. 아래는 2019, 2020년 아카데미 기프트 백 가운데 일부를 가져왔다.

* 2019년 (총 $148,000)

- 호화 크루즈 여행. 아이슬란드, 갈라파고스, 아마존, 코스타리카, 파나마 중 택 1. 스파 풀 케어와 프라이빗 요리사의 레슨도 포함. ($15,000~$20,000)
- 대마 초콜릿, 마리화나 테마 제품들($2,000-5,000)
- 연예인 전문 트레이너 알렉시스 셀레츠키와 시상식을 위한 PT 트레이닝. (약 $900)
- 맞춤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골든 도어 스파 일주일 이용권 ($10,000)
- 립스틱, 기부 에코백, 기타 먹거리 등.

2019년 아카데미 기프트백 구성품

2019년 아카데미 기프트백 구성품

*2020년 (총 $225,000)

-남극과 지중해를 포함한 12일간의 초호화 크루즈 여행 ($25,000)
-고급 호텔로 개조된 스페인 등대에서의 휴가 ($20,000)
-닥터 콘스탄틴 바슈케비치의 피부 케어 시술 ($25,000)
-캘리포니아 골든 도어 스파 숙박권($10,000)
-하와이 와이키키 뉴 라이프스타일 호텔 5박 숙박권
-24k 금이 들어간 로얄 챠크라 배쓰밤 등

2020년 아카데미 기프트백 구성품

2020년 아카데미 기프트백 구성품


시상식에 드는 비용은 총 얼마?

아카데미 시상식에 사용되는 비용은 얼마일까. 대략적으로 알려진 것들만 추려보았다. 2019년 아카데미 기준이다. 먼저 아카데미 시상식 장소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 레드 카펫의 경우 약 1500 제곱미터에 해당하며, 2만 4700달러(약 3000만 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트로피 제작 비용과 기프트백, 대관료 등등 모두 합치면 약 4400만 달러(약 520억 원)가 사용된다. 시상식의 여운을 즐길 수 있는 베니티 페어 오스카 파티(Vanity Fair Oscar Party, 애프터 파티)의 경우 반대로 참석하기 위해선 돈을 내야 하는데, 두당 약 12만(약 1억 5000만 원) 달러, 부부의 경우 약 24만 달러(약 3억 원)를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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