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대형 오보를 처리하는 방법

이재진 기자 입력 2020.03.11. 11:26

백병원 입원 환자 동선 추적 중 '보건소 진료 거부 당했다' 보도 공공보건시스템 무너진 정황으로 볼 수 있어 파장…결국 기자 오보 시인하면서 슬그머니 삭제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지난 9일 조선일보는 "70대 여성이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기고 서울 대형 병원에 입원했다가 우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 바람에 병원 응급실 등이 폐쇄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 환자는 대구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서울 한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자 대구에 거주하는 사실을 숨기고 서울백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70대 여성의 동선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병원 측에 따르면 A씨는 최근 대구에서 서울의 모 대형 병원을 오갔다. 구토와 복부 불편감을 느낀 A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에 있는 딸 집에 올라와 다시 해당 병원에 가려 했으나, 대구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진료 예약을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이후 한 개인 병원을 방문하고 보건소에서 우한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으려했으나 이마저도 거부당했다"고 썼다.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A씨는 대구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서울 대형 병원에서 한차례 거부를 당했고, 이에 보건소를 방문했는데 진단검사마저 거부당했다는 것이다.

보건소에서 진료를 거부했다는 건 국가보건의료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료법상 진료 거부는 엄연히 처벌 대상이다. 병원뿐 아니라 보건소에서 진료를 거부했다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 역시 처벌대상인 동시에 공공기관이 '국민을 버렸다'라는 비난까지 나올 수 있다.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반응은 갈렸다. 과연 보건소까지 진료 당한 게 사실이냐는 물음표가 달렸다. 다른 한쪽에선 진료를 거부한 보건소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 조선일보 9일자 종합 4면.

조선일보 보도는 질병관리본부 브리핑에서도 논란이 됐다. 보건소 진료 거부가 사실이라면 보건당국에서 엄히 문책을 해야될 내용이기도 하고, 경위를 정확히 밝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브리핑에서 한 기자는 "서울 백병원에서 확진된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 정보는 확인할 수 있나. 보건소에 찾아갔지만 진료 또는 검사를 거부당했다고 하는데 어느 병원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질본은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증상, 어디를 거쳤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정보는 현재 갖고 있지 않고, 조금 더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질본이 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논란이 컸던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 오보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선은 9일 오후 슬그머니 "이후 한 개인 병원을 방문하고 보건소에서 우한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으려 했으나 이마저도 거부당했다"라는 대목을 "이후 A씨는 마포구 소재 한 내과를 방문한 뒤 약국에 들린 후 딸의 집에 머물렀다"고 수정했다. 보건소 진료 거부 문장이 삭제된 것이다.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도 스스로 오보임을 시인했다. 배준용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사 후기 형식을 글을 실으면서 "진단 검사를 하지 않은 보건소도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구토나 복부 통증은 코로나 의심 증상이긴 하지만 아주 전형적인 의심증상이 아니기 때문에 당시 할머니 증상을 보고 코로나가 아니라고 볼 여지가 컸다"고 썼다. 그런데 배 기자는 해당 문장을 삭제하고 "오늘 마포구에 확인한 결과, 할머니는 마포구 한 내과를 방문했지만 마포구 보건소에는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잘못된 정보를 일부 전해드린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마포구 보건소 측은 "조선일보 기자가 70대 여성이 보건소에 다녀갔는지 물어서 해당 여성의 신분을 확인하고 CCTV까지 확인해 온 적이 없다고 알려드렸다"며 "보건소에서 진료를 거부당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배준용 기자는 10일 통화에서 "페이스북에 쓴 게 제 입장이다. 공식 입장은 경영기획실에 문의하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은 공식 입장을 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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