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죽고 싶다" 前남친이 보낸 문자 한 통에… 그녀는 악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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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2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북동쪽으로 340여㎞ 떨어진 차이아픔 주 반딴에서 한국인 여행객 이모(23·공익근무요원)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 시신에는 2차례 흉기에 찔린 흔적과 가느다란 끈으로 목 졸린 자국이 있었다. 이씨 시신은 마을 어귀 배수로 옆 풀밭에 버려져 있었고 여권과 항공권, 태국 여행자료 등이 들어 있는 이씨 배낭은 시신으로부터 150여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휴대전화와 지갑은 사라진 채였다. 태국 경찰은 여행 온 이씨가 강도 살해당했다고 판단하고 한국 경찰로 사건을 넘겼다.

그로부터 석 달 뒤 이씨 살해범이 붙잡혔다. 태국인이 저지른 강도살인이 아니라 철저히 계획된 청부 살인이었다. 경찰은 이씨를 살해한 혐의로 이씨의 전 여자친구 조모(23)씨와 조씨 남자친구 박모(36)씨를 붙잡았다. 해외여행 중 상해사망 시 3억원을 받을 수 있는 여행자보험금을 노린 범행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3일 1심 재판에서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첫 해외여행에서 살해당한 피해자

경찰에 따르면 이씨와 조씨는 지난 2010년부터 약 2년간 동거를 하다 헤어진 사이였다. 이씨에 대한 조씨의 감정은 좋지 않았다. 경찰에서 조씨는 "이씨에게 자주 맞았다"고 주장했다. 돈이 필요하니 술집에 나가서 일하라고 권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이씨가 시키는 대로 룸살롱 등 유흥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헤어지고 나서도 한두 달에 한 번씩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하는 사이였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이씨는 지난해 11월 30일 조씨에게 "사는 게 너무 힘들다. 나 지금 죽을 거야"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조씨는 그때 "죽고 싶으면 내 앞으로 보험이나 들고 죽어. 내가 도와줄 테니"라고 답하고 새 남자친구 박씨에게 그 대화 내용을 알렸다. 두 사람은 조씨가 유흥업소에서 일할 때 종업원과 사장으로 알게 된 사이였다.

유흥업소 3곳과 마사지 업소 2곳을 운영하고 있던 박씨는 때마침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다. 강화된 성매매 단속으로 업소가 세 들어 있는 건물 임차료는 물론이고 조씨와 함께 살고 있던 서울 방이동 오피스텔 월세도 수개월째 밀린 상태였다. 조씨 아버지와 은행, 카드사 등으로부터 받은 6000여만원의 대출금도 있었다. 자신의 신용카드로 1170여만원, 조씨 신용카드로 850만원을 자신의 업소에서 결제하고 매출금을 통장으로 입금받는 식의 '카드깡'을 할 정도였다. 동거하던 조씨도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

이씨가 어렸을 적 부모가 이혼한 뒤로 아버지 밑에서 자란 뒤 줄곧 혼자 생활해온 것을 조씨는 알고 있었다. 내성적인 이씨가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이씨가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조차 없다고 판단했다.

옛 여자친구가 받게 된 여행자보험금

조씨는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 남자친구가 유흥업소를 운영해 돈을 많이 벌고 있으니 돈을 벌고 싶으면 면접을 보라"며 박씨를 소개해줬다. 박씨는 이씨에게 "마사지 업소에서 일할 태국 여성을 한국에 데리고 들어오는 '에이전시' 일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박씨는 이씨에게 자신의 사업이 잘되고 있다며 업소에 데려가고 자신이 타고 다니는 고급 외제차를 구경시켜줬다.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월 40여만원을 받고 있던 이씨는 돈을 많이 벌게 해준다는 말에 혹한데다 난생 처음 가는 공짜 해외여행 겸 '출장'에 끌려 박씨 제안을 승낙했다.

조씨와 박씨는 가장 보험금이 많은 여행자보험 상품을 찾았다. 여행자 보험은 해외여행 시 단기로 가입하는 보험으로 일회성인데다 본인 서명 한 번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보험료는 적지만 사고가 났을 때 받는 보험금은 비교적 많다. 업계 관계자들은 "나라와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해외여행을 갔다가 사망할 확률은 극히 낮기 때문에 일반적인 손해보험에 비해 액수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조씨와 박씨는 한 손해보험사의 '안정형' 상품을 골랐다. 3박 4일에 1만7180원만 내면 상해사망 시 3억원을 탈 수 있는 상품이었다.

보험설계사에게 가입 요청을 한 것은 조씨였다. 조씨는 설계사와 4차례 통화하면서 "이씨가 나를 보험금 수익자로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필요한 서류를 팩스로 받은 조씨는 이씨에게 자필 서명을 받아 설계사에게 보냈고, 조씨가 보험금 수익자라는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씨 스마트폰을 빼돌려 가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박씨가 "충전을 해주겠다"며 이씨 스마트폰을 빼냈고 이 전화기를 이용해 조씨 휴대폰에 "마사지 업소 일을 하지 않기로 했고 말 나온 김에 태국 여행을 가려고 한다. 여행자 보험을 들려고 하는데 보호자 역할을 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튿날 조씨는 보험설계사에게 전화해 "이씨의 태국 여행이 길어질 수 있으니 4일이었던 보험 기간을 3개월로 연장해달라"며 보험기간을 90일로 늘렸다. 추가 보험료 8만1040원은 조씨가 지불했다. 당시 보험계약 요청을 받은 설계사는 "보험금 받는 사람을 가족 외의 인물로 지정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씨가 그렇게 요청했다고 해서 수익자를 조씨로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씨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중이어서 3개월짜리 장기 여행자보험에 가입할 리 없었으나 보험설계사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씨는 근무하고 있던 구청에도 "휴가기간에 3박 4일 해외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신고했다. 조씨와 박씨를 조사한 서울중앙지검은 이들이 이씨를 청부 살해한 뒤 시신이 혹시 늦게 발견되면 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될까봐 보험 기간을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공항에 마중 나온 살인범들

12월 11일 이씨가 태국에 도착하자 현지에 미리 가 있던 박씨 외삼촌 박모(35)씨와 유흥업소 직원 김모(24)씨가 이씨를 마중 나왔다. 두 사람은 이씨의 사망보험금 3억원이 지급되면 1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이들은 관광지인 카오산 로드에서 조씨를 승용차에 태워 사전 답사한 한적한 마을로 약 8시간에 걸쳐 이동했다. 두 사람은 조수석에 앉아 졸고 있던 이씨의 목에 준비해 온 운동화 끈을 감고 복부와 옆구리를 흉기로 각 1회씩 찔렀다. 이들은 이씨 시신을 차에 싣고 다니다가 사람들이 금세 찾을 수 있는 곳에 시신을 버렸다.

살인을 청부한 조씨와 박씨의 혐의는 금세 경찰 수사망에 포착됐다. 우리 경찰이 현지 조사를 벌인 뒤, 관광지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외진 곳에서 이씨 시신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강도 살인이 아닌 것으로 의심했고, 거액의 보험금을 가족이 아닌 전 여자친구가 타게 된 것도 의문이었다.

지난 3월 구속된 박씨와 조씨는 경찰서 유치장에서 범행을 조작하려고 시도했다. 조씨는 자신을 범행 공모에서 제외해 달라며 박씨와 말을 맞추려 했다. 서로 다른 유치장에 있던 이들은 쪽지를 과자 봉지에 넣어 전달했다. 박씨는 "걱정 마. (너는) 대사관에서 전화 온 뒤에 ○○(이씨)가 죽은 줄 알게 됐고 보험금을 노리지 않았으나 ○○가 그렇게 가입해달라고 부탁했다. (너는) 보험금을 찾을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라는 메모를 과자 봉지에 넣어 조씨에게 전달했다.

조씨는 "나는 오늘까지도 몰랐다고 부인했다. 오빠(박씨)가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나도 함께 엮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내가 같이 계획했다고 오빠가 진술하면 나도 징역 10년 이상이고 나중에 알게 됐다고 하면 나는 무죄다. 잘 생각해보라"고 쓴 답장을 보냈다. 조씨는 쪽지에 "내가 말하는 대로 할 거면 (유치장을 관리하는 경찰에게) 커피를 달라고 하고 그렇게 하지 않을 거면 아무 행동도 하지 말고 내일 편지 보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조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은 범행을 몰랐다고 주장했고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애초 진술을 번복해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살인을 청부한 조씨와 박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실제 살인을 저지른 외삼촌 박씨와 김씨는 각각 징역 25년과 23년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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