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3일 자문단 소집 강행.. 추미애 "대검·수사팀 충돌 사과"

정필재 입력 2020.07.02. 06:03 댓글 5929

'검언유착' 수사 내홍 심화 / "尹총장이 자문단원 다 정해놔" / 중앙지검, 선정 논의 자리 불참 / 10일엔 이철 요청한 심의위 예정 / 두 회의 결과 다를 땐 혼란 커질 듯 / 秋, 특임검사 도입 가능성도 거론 / 아들 질문엔 "검언유착 또 감탄"

‘검언유착’ 의혹 사건 처리를 둘러싼 검찰 내부 갈등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최종 감독권자라는 이유로 사과했지만 갈등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사실상 겨냥한 발언이다. 여권도 공세에 합세했다. 추 장관은 지휘권 발동 가능성은 물론 윤 총장 거취에 대한 결단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윤 총장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강행하면서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지만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 자문단 구성 과정 등이 발목을 잡으면서 여권은 물론 검찰 일각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 자문단 소집 및 결과가 나오는 3일부터 주말까지가 이번 갈등의 1차 분수령이다.

윤 총장이 소집한 자문단은 3일 열린다. 자문단 관련 규칙이 모두 비공개인 것을 놓고 일각에선 윤 총장이 측근인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문단을 소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자문단 관련 규칙을 제출해 달라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요청이 이어졌고, 위원회 의결을 거쳐 추 장관이 규칙을 제출했다.

대검찰청의 자문단원 선정을 두고 논란은 벌어졌다. 대검은 자문단원 선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 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았다. 중앙지검은 윤 총장이 이미 자문단원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회의 시작 20분 전에 참석을 통보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반면 대검에서는 중앙지검에 자문단원을 추천해달라고 공문을 보내는 등 다섯 차례나 연락했지만 답변을 못 받았다고 반박한다. 대검은 대부분의 자문단원을 현직 검사로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이 사건에 연관되지 않은 검사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건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자문단 회의 후엔 검언유착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과정을 살펴볼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다.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 측 변호사는 “이번 주 중 ‘10일 오전 심의위가 열린다’는 통보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3일과 10일 각각 열리는 회의체의 결과가 다를 경우 검찰은 수사 여부와 중단을 놓고 고민하게 된다. 이때 추 장관이 윤 총장을 향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추 장관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한 조사가 끝나면 지휘·감독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검찰 내홍에 적극 개입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임검사 가능성도 시사했는데 임명이 이뤄질 경우 현재 수사를 진행중인 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 수사팀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으로서는 측근인 한 검사장이 의혹 당사자라 수사팀이 아닌 다른 검사를 지명할 경우 공정성에 의심을 살 수 있다. 특임검사 제도는 2010년 ‘스폰서 검사’ 논란이 일자 검찰이 내놓은 자체 개혁 방안이다. 검사의 범죄 혐의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될 때 검찰총장이 지명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이래저래 윤 총장은 곤혹스럽다. 추 장관 지시를 윤 총장이 거절할 경우 검찰청법 위반이 된다. 그렇다고 한 검사장을 지켜내지 못하면 조직 내 리더십이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지휘하는 중앙지검에서 공개적 반발이 나오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다.

이런 가운데 윤 총장이 민감한 시점에 한 검사장을 따로 만난 사실도 공개됐다. 윤 총장은 지난 2월28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 검사장을 만나 오찬을 함께했다. 점심은 채널A 이모 전 기자 등이 한 검사장을 만나고 온 2월13일 이후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이 밥이나 한끼 같이 하자고 마련한 사적인 자리”라며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주 수요일 오후에 진행되던 이성윤 중앙지검장과 윤 총장간 ‘주례회동’도 이번주에는 서면으로 대체됐다. 이 지검장은 중앙지검 1∼4차장 산하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을 윤 총장에게 보고해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한편 추 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을 살펴보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는 지난달 19일 서씨와 함께 군 복무를 한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아들 수사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검언유착이 심각하구나 또 한번 감탄하고 있다”며 “낱낱이 이야기하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해서 더 이야기하지 않겠지만 빨리 수사하라”며 날을 세웠다.

정필재·이도형·이강진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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