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 조교 "檢 징계 운운해 무서웠다"..한인섭은 증언 거부

이미호 기자 입력 2020.07.03. 04:50 수정 2020.07.03. 07:21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지난 3월 검찰의 압박수사를 증언했던 동양대 조교가 또 다시 법정에 증인으로 나왔다. 김모씨는 지난해 9월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검찰에 동양대 PC 2대를 임의제출한 교직원으로, 이날 "검찰이 (교직원인 자신의) 징계를 언급하며 강압적 조사를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의 '징계 운운'은 이날 법정에서 처음 나온 진술이다.

사모펀드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7.2/뉴스1

"檢 징계 운운하며 불러주는대로 쓰라고 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20차 공판에서 동양대 조교 김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김씨는 지난 3월 첫 증언 직후 유튜버 '빨간아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검찰이 징계를 운운하며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진술서를 쓰라는대로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 교수측 변호인은 김씨에 대한 재신문 필요성을 주장하며 증인으로 재소환했고, 재판부는 불확실한 부분을 확인하겠다며 받아들였다. 김씨는 유튜버와 인터뷰 하게 된 경위에 대해 "(검찰 강압수사와 관련해) 질문을 못 받았다고 생각해 답답한 마음에 했다"고 털어놨다.

앞서 김씨는 첫 증언에서 검찰이 불러주는대로 '임의제출 동의서'를 작성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김씨는 "(검사님이) 불러주는대로 진술서를 쓰는데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이렇게 쓰면 아닌 것 같아서 조금 일이 있었다" "해당 PC들은 학교 비품이 아니어서 반출하는 것이 꺼려졌다"고 말했다.

이에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김씨에게 "징계를 준다"고 압박했던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 교수측 변호인은 유튜버 인터뷰 내용을 제시하며 김씨로부터 "(검찰이) 징계를 준다고 해서 '나 이러다 징계를 받겠구나'라고 생각해서 불러주는 대로 썼다"는 진술을 이끌어냈다.

"검사 요구대로 진술을 안하면 학교 신분상 불이익을 인식한 건 사실인가"라는 변호인의 질문에도 김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김씨는 지난해 10월 15일 참고인 조사를 받을 당시 검사가 '우리가 강압적으로 했냐'고 물어본데 대해 "키 작은 분이 징계를 줘야겠다고 얘기해서 솔직히 무섭고 강압을 느낀다고 답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검사가 '그건 장난이잖아요. 왜 그러세요'라고 답했다고도 했다.

이밖에도 김씨는 첫 증언에서 검사의 질문 태도에 위압을 느꼈다며 "이거까지 얘기하면 더 큰 소리 나겠구나. 학교에 누가됐으니 잘리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다만 이날 재판에 김씨와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행정지원처장 정모씨는 "(진술서를) 반드시 (받아)적으라는 뉘앙스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당시 검사의 '징계 발언'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가 표창장 원본을 내놓으면 논란이 사그라들텐데 분란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재판부로부터 "판단은 저희가 할테니 그만하라"며 제지를 받기도 했다.

그러자 김씨는 "(정씨가 검찰의 징계 운운을) 못 들은 것이 의아하다"며 억울한 듯 울먹이기도 했다.

검찰은 그동안 동양대 압수수색 전에 정 교수측으로부터 사용하던 PC를 적법하게 임의제출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정 교수측은 PC가 압수되는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고 맞서왔다. 검찰이 위법하게 방치된 PC를 압수했고 증인에게 받아보기도 전에 전원을 이미 켰으며, 진술서를 받는 과정 자체가 강압적이었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측은 이날 재판에서도 "핵심은 당시 진술서가 자의로 작성됐냐, 검사가 불러주는대로 썼냐인데 오늘 법정에서 김씨가 겁을 먹은 상황에서 작성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한인섭, 檢 심기 거드리면 기소위험 시달리는게 현실"
앞서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재판부가 증인채택 취소를 결정하면서 검찰은 결국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 원장은 서울대 인권법센터장 재직 당시, 한영외고에 재학중이던 정 교수 딸 조씨에게 자신 명의의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줬다.

이날 한 원장은 조목조목 법적 근거를 들어 증언을 거부했고, 정 교수측 변호인단은 검찰 제출 증거에 대해 부동의에서 동의로 입장을 변경(번의 동의)하는 등 총공세를 펼쳤다. 결국 검찰은 증인신청을 철회했고, 한 원장은 증언대에 선지 40분만에 짐을 싸서 귀가했다.

한 원장은 이날 자신의 법정 증언이 수사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결국 검찰이 이를 바탕으로 자신을 기소할거라 '방어권 차원'에서 증언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면 공소제기를 당할 염려가 있을때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한 원장은 "재판부가 (검찰의 저에 대한) 기소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그 판단은 검사를 구속할 수가 없다. 기소 여부는 전적으로 검사의 재량영역"이라며 "재판부가 일부 자료만 보고 공소제기 우려 여부를 판단할텐데 저로서는 판사님만 믿고 따르기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고 호소했다.

또 검찰이 수개월째 피의자를 방치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 원장은 "제가 지난달 증언거부 의사를 밝힌 다음날 검찰이 처음으로 재판부에 딸 사건은 형사입건 대상도 아니고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했다는데, 정작 저는 한번도 이런 사실을 통지받은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의자 지위를 방치한 채 법정에서 제 증언을 모아 장차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셈"이라며 "그런 증거수집 방법은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을 우회하려는 편법적 방법"이라고 따졌다. 이어 "검찰이 참고인인 저를 너무 성급히 피의자로 전환했다. 검사 심기를 건드리면 출석요구에 별건수사, 기소위험에 시달리는게 많은 피의자들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딸 조모씨의 서울대 인권법센터 허위인턴증명서 관련 핵심 증인의 증언을 듣지 못하게 되면서 양측이 법리 싸움 전략을 두고 더욱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인권법센터 세미나 동영상 속 인물에 대해 "동일인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국과수 감정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가 "동영상 속 딸 조모씨 옆자리 남학생을 증인으로 부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정 교수측 변호인단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반면 딸 인턴증명서의 발급자인 한 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취소되면서, 허위라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검찰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이미호 기자 be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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