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삼성전자 주식 있으세요?" 불편해도 이젠 물어봐야 합니다

이상무 입력 2020.09.30. 12:00 

주식 양도세 합산 대상 넓어지고 기준 3억으로 낮아져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추석 연휴에는 가족끼리 안부를 전할 때, 불편하더라도 서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물어보는 게 좋을 수 있다. 내년부터 소득세법이 바뀌면, 주식 양도소득세 합산 대상에 조부모ㆍ손자까지 포함되고 과세 기준도 한 종목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훨씬 낮아지기 때문이다.

증시 악영향을 우려해 여전히 정치권에서 법 개정 반대 움직임이 일고는 있지만, 내 가족이 가진 주식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가는 자칫 난데 없는 세금 고지서를 받아들 수도 있다.


합산 대상 확대… 배우자, 조부, 손자까지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31일 이런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입법 예고를 마쳤다. 현재는 개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접수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대주주 기준)을 각각 2018, 2020, 2021년에 단계적으로 낮추도록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년 4월이면 올해 10억원 이상 보유이던 대주주 기준이 3억원 이상으로 더 낮아진다. 여기에 더해 대주주의 판단 기준을 본인에서 배우자ㆍ조부모ㆍ손자 등 직계존비속으로까지 확대된다.

본인을 포함해 배우자와 부모까지 합쳐 한 주식 종목을 3억원어치 넘게 가지고 있으면, 주식을 양도해 수익이 생겼을 때 양도세가 최대 27.5% 부과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 규모가 큰 주식투자자라면 추석 연휴동안 가족끼리 보유 주식을 서로 챙겨봐야 하는 이유다.

특히 삼성전자, 네이버 등 국내 우량주부터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우량주는 일반인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 추석에 가족끼리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어떤 종목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서로 물어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여당, 금융당국 "3억원 조정 유예해야"

다만 내년 주식 양도세 기준 완화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는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12월 주주명부 폐쇄일 전에 '대규모 투매'를 해, 주가 하락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동학 개미들이 대거 유입돼 금융투자업계에선 7조~10조원까지도 매도 물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탓에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대주주 요건 완화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고, 정치권에서도 대주주 요건 하향을 2023년 양도세 전면 과세에 맞춰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주주 3억원 요건 완화 방침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이면서 기재위에 소속된 양향자 의원이 해외 사례 조사 및 실무안을 만들기로 했다.

양 의원은 "대주주 요건 3억원의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기재위와 정무위 중심으로 여당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양 의원은 "국민적 시각에서 맞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도 덧붙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세이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상황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양도세를 피하기 위한 대규모 물량 출하로 시장이 출렁이는 건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 내에선 유예로 교통정리를 한 상황이고, 여당에서도 유예 목소리에 힘을 얻고 있다"며 "결국 세금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를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