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참사 당일 '빈 집'인 尹 관저 지킨 경찰…지원 불가했나

CBS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 7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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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류영주 기자© 제공: 노컷뉴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류영주 기자

서울 이태원 참사 당일 사고 현장에서 차량으로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한 윤석열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에도 대규모 경찰 인력이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서초구 자택에서 지내고 있어 한남동 관저는 현재 '빈 집'이다.

관저에 배치된 경력은 202경비단이다. 대통령 경호를 맡는 경찰 조직으로 관저 외곽을 지키는 임무를 맡지만, 현재 빈 공간이라는 이례적인 상황과 인근에서 벌어진 대규모 인명 참사, 경력 부족 사태 등을 감안하면 아쉽다는 지적이 경찰 내부에서도 나온다. 202경비단은 서울경찰청장의 직할대로 특정 지역 경비 외에도 일반 경비는 물론 지원 업무도 맡을 수 있다.

참사 당일 경찰 기동대는 용산과 광화문 집회 대응에 투입됐고, 서초동에는 집회가 없었는데도 대통령 사저가 있어 기동대가 배치됐다. 여기에다 202경비단마저 빈 집인 한남동 관저를 지켜야 해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경찰 경력 과부하' 문제가 참사 발생을 통해 실체를 여실히 드러냈다.

서초동은 물론 '빈 집'인 한남동 관저에도 경찰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박종민 기자© 제공: 노컷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박종민 기자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에서 압사로 인한 대규모 인명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는 '202경비단' 소속 3개 중대가 배치됐다.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2개 중대가 투입됐고,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는 1개 중대가 배치됐다. 약 200명 규모이다. 교대 근무 형태로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상황에 따라 용산 대통령실 외곽 경비를 맡았다.

하지만 한남동 관저는 현재 빈 집이다. 윤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 머물고 있어서다. 참사 당일 서초동 자택 인근에도 다른 4개 기동대가 주·야간으로 배치됐다.

당일 오후 6시부터 압사 위험을 우려한 시민들의 112 신고가 빗발친 끝에 참사로 이어진 상황에도 경력 지원은 전무했다. 관저로부터 참사 현장인 이태원역까지는 직선 거리로 1km, 차량으로는 5분 거리에 불과한 곳에 위치한 202경비단도 '빈 관저'를 그대로 지켰다.

경찰 관계자는 CBS노컷뉴스 통화에서 "당일 (202경비단에) 지시가 없어서 나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일선 경찰서나 서울경찰청의 요청이 있으면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사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은 경찰력이 부족하다며 대대적인 투입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이에 소방은 15차례나 경찰에 요청했다. 경력 투입이 늦어진 점에 대해서 경찰은 "현재 수사와 감찰 조사 등을 통해 확인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참사 현장에서 5분 거리인데 요청 無…지휘부 조치할 수 없었나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제공: 노컷뉴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202경비단은 대통령 경호를 맡는 경찰 조직이다. 애초 청와대 외곽 경비를 맡았지만 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나오면서 한남동 관저 외곽 경비 업무를 맡게 됐다. 한남동 관저는 수도방위사령부와 202경비단이 함께 경비 업무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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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찰 '이태원 참사' 112 신고 늑장 보고…고의인가 과실인가?

입력2022.11.03. 오후 4:52
 
 수정2022.11.03. 오후 4:53
 기사원문
 
 
이태원 참사의 책임론으로 가장 먼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인물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었습니다.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긴급 현안브리핑에 참석해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건 아니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참사의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이 장관의 '뻣뻣한' 태도는 이틀 뒤 180도 달려졌습니다. 11월 1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가는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같은 날 오전 총제적인 경찰의 부실 대응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경찰이 태세 전환에 나선 이유는 몇 시간 뒤에 드러났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일 112에 접수된 신고 내용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사고 발생 4시간 전 쯤인 저녁 6시 반 쯤부터 "입사당할 것 같다" "경찰이 통제해 달라"는 신고가 빗발쳤습니다. 사고 발생 직전까지 위급한 목소리가 담긴 시민들의 신고는 경찰이 공개한 것만 11건에 달했습니다. 확인해보겠다는 말만 반복한 경찰은 112 상황실 자료에 "신고자와 통화한 바 경찰 도움 필요 없음" "확인 후 상담 종결"로 기록했습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뿐만 아니라 대통령실 모두 112 녹취록을 대국민 사과 전날 밤 보고받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의 부실 대응을 참사 발생 만 하루가 지난 뒤에야 파악을 했다는 얘깁니다. 경찰의 보고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발견된 겁니다. 보고를 받고 대노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진 뒤에야 경찰이 112 녹취록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걸로 전해집니다.

경찰청장의 지시로 경찰이 특별감찰에 착수했습니다. 현재까지 수사 의뢰된 대상은 참사 당일 112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과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입니다. 류 총경은 112 상황실에서 근무하지 않은 걸로 감찰팀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임재 용산서장은 사고 현장에 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습니다.

수뇌부가 감찰을 지시했다는 건 경찰 실무 라인에서 당연히 했어야 할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저녁 6시부터 112 신고가 접수됐다는 핵심 사안이 참사 발생 직후에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조차 뒤늦게 알았으니 이상민 장관 역시 112 신고는 물론이고 경찰의 초동 대처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을 거라는 건 자명한 사실로 보입니다. 참사 다음날 이상민 장관의 '용감한' 발언도 보고 누락에 기인한 걸로 보입니다.

가장 의아스러운 건 본청과 일선서 간부들이 일반적인 보고 라인 외에도 112 상황실까지 다면적 보고 체계를 갖고 있는 경찰 내부에서 가장 기본적인 112 신고 내용이 어느 라인을 통해서도 윗선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특별감찰이 우선 확인해야 할 건 참사 직후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112 신고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당사자를 찾는 일입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인지 아니면 112 상황실 관계자 또는 용산경찰서장의 책임인지 정밀한 감찰이 필요합니다. 규명해야 할 핵심적 사안은 경찰의 보고 누락이 고의적 은폐냐 업무상 과실이냐를 따져보는 겁니다. 경찰 책임론을 의식해 112 신고 내용을 고의로 숨긴 건지 근무시간에 담당자들이 업무를 해태해 일어난 기강 문제인지 규명해야 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경찰은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112 신고 내용 보고를 누락해 일국의 장관과 경찰청장을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공권력을 집행하는 국가기관의 안이한 대처로 국민적 신뢰도 추락했습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건 참사 4시간 전부터 경찰이 출동할 수 있는 11번의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는 점입니다. 물론 보고 누락의 이유와 계급이 달라진다고 해서 경찰의 책임의 크기가 작아질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엔 수많은 젊은이들이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 속에서 경찰은 사라진 줄 알았던 시민단체와 언론 동향 정보를 수집해 이태원 참사로 인해 세월호 당시와 같은 정부책임론이 부각될 소지가 있다며 정부 부담 요인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대통령실에 제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한석 기자(lucasid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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