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받을 줄" 유행어 남긴 '기생충' 5관왕→정우성 남우주연 [종합]이지현 입력 2019.11.22. 06:50

                          
      
[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영화 '기생충'이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5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21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는 '제40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시상식은 '청룡의 여신' 김혜수와 2년 연속 파트너로 낙점된 유연석이 공동 MC를 맡았다.

이날 오프닝 프레젠터로 이병헌이 등장해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의미를 전했다. 그는 "어린 시절 영화광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극장을 다니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꾸었고 배우의 꿈을 이루었다"라며 "한국영화가 올해 100주년이다. 한국 영화는 쉼 없이 발전했다. 무성 영화가 유성으로, 흑백 영화에는 색이 입혀졌다. 무엇보다 한국 관객들의 관심으로 빠르게 발전했다. 지치고 힘든 우리 삶에 큰 선물이 됐다. 한국 영화는 앞으로 우리 삶에 땀, 꿈, 희망으로 다가가겠다. 100년 동안 감사했다. 이제 또 한 번 새 미래를 써보겠다"며 영화인들을 대표해 한국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날 '기생충'은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미술상을 수상하며 5관왕을 차지했다. '기생충'은 올해 열린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칸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이날 시상식에도 모두가 '기생충'의 수상을 예상하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한 후 "영광이다. 같이 후보에 올랐던 소중한 감독님들. 대부분 후배 감독님들이라 제가 민폐 끼치는 거 같아 죄송하다. 근데 저도 '청룡영화상' 감독상은 처음이다. 한국어 영화로 처음 받는 거다. 나름 받고 싶었던 상이다. 너그러이 봐달라"며 재치있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한국 영화에 가장 창의적인 기생충이 되어 한국 영화 산업에 영원히 기생하는 그런 창작자가 되겠다"고 전했다.

배우 대표로 나선 송강호는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저희들에게 작은 선물이 있다면 천만 관객도 너무 감사한 일이고, 황금종려상도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그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면 우리도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작은 자부심, 우리도 이런 영화를 자막 없이 볼 수 있다는 큰 자긍심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자부심과 자긍심을 만들어준 대한민국의 위대한 감독 봉준호 감독님, 최고의 스태프, 훌륭한 배우분들께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며 "이분들이 '기생충'을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관객 여러분들의 따뜻한 시선과 성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관객 여러분께서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만들어주셨다. 이 영광을 관객 여러분께 바친다"고 밝혔다.

'기생충'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조여정은 "여우주연상 부문은 저만 '기생충'이 받을 줄 몰랐나보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작품을 했을 때 배우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와 사랑받는 캐릭터는 다른 것 같다. '기생충' 캐릭터는 내가 정말 많이 사랑했다. 사랑도 했고, 사랑도 받아서 비현실적이었다"라며 "어느 순간부터 연기가 내 짝사랑이라고 받아들이게 됐다. 언제라도 버림 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 절대 이룰 수 없다. 그래서 원동력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이 상을 받았다고 사랑이 이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겠다. 앞으로도 늘, 사실 뻔한 말이지만 묵묵히 걸어가 보겠다. 지금처럼 씩씩하게 잘, 열심히, 짝사랑해 보겠다"며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드러냈다.

또 '기생충'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이정은은 가장 먼저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박명훈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너무 늦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 거 같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스스로는 이만한 얼굴이나 몸매가 될 때까지 그 시간이 분명히 필요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같이 다양한, 재능있는 후보들과 함께 있다가 상을 받게 돼 더 영광스러운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의 스태프와 감독, 배우들에게 인사를 덧붙였다.

특히 "저도 '기생충'으로 주목받게 되니까 약간 겁이 났다"며 눈물을 보인 이정은은 "사실은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고 '기생충' 말고 다른 작품에 더 많은 시간을 몰입하려고 노력했다. 더 몰두하면서 서울에서 벗어났다. 마음이 혹시나 자만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근데 이 상 받고 보니까 며칠은 쉬어도 될 거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생충'만의 독무대는 아니었다. 송강호, 류승룡, 설경구 등 쟁쟁한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증인'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정우성은 "앉아서 시상식 보는데 불현듯 상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기생충이 받을 줄 알았다'는 말을 장난으로 해보고 싶었는데 진짜 생각지도 못하게 받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뒷자리에서 설경구가 '네가 받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수상 응원해줬는데 바람이 현실이 되어서 얼떨떨하다"며, "'청룡영화상' 꽤 많이 참여했는데 남우주연상은 처음 타게 됐다. 계획하고 꿈꾸지 않고 버티다 보니까 이렇게 상을 받게 됐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조우진은 '국가부도의 날'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이날 시상식의 유행어가 된 "'기생충'이 받을 줄 알았다"며 운을 뗀 그는 "정말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이 일인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다면 버텨야만 한다면 이 상을 지표 삼아서 늘 그랬듯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남녀신인상은 '양자물리학'의 박해수와 '미성년'의 김혜준이 받았다. "오늘 생일이다"라고 운을 뗀 박해수는 "오늘 오면서 태어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를 위로하고 힘이 되고 치유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고서 해왔다. 아직도 갈 길이 많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힘 받으라고 주신 상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김혜준은 시상 후 떨리는 마음에 입을 쉽게 떼지 못했다. 그는 "저한테 '미성년'은 굉장히 소중한 작품인 것 같다. '미성년'을 만나고 함께했던 순간들이 모두 따뜻했고 행복했던 거 같다. 재작년 겨울에 저한테 '미성년'의 주리라는 역할을 주시고 저 김혜준이라는 배우 자체가 늘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라고 일깨워주셨던 김윤석 감독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제가 영화를 보면서 찍으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많은 위로와 에너지를 이제 저를 보시는 분들이 따뜻한 위로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도록 늘 건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밖에도 신인 감독상은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이, 각본상은 독립영화의 저력을 보여준 '벌새'의 김보라 감독이 받았다. '스윙키즈'의 남나영 편집기사와 김지용 촬영감독, 조규영 조명감독이 편집상과 촬영조명상을 수상했으며, 음악상은 '사바하'의 김태성 음악감독에게 돌아갔다. 기술상은 '엑시트'의 윤진율, 권지훈 감독이 차지했다.

또 '청룡영화상' 공식 홈페이지에서 네티즌의 직접 참여 투표로 결정된 청정원 인기스타상은 박형식과 이광수, 이하늬, 임윤아가 차지했다. 특히 복무 중인 박형식은 군복을 입고 등장해 경례로 인사했다. 그는 "제대 후에는 어떤 역할이라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군복무 중이라 그렇다. 열심히 갈고닦고 있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영화 최다관객상은 '봉오동 전투'(5위), '완벽한 타인'(4위), '엑시트'(3위), '기생충'(2위)를 제치고 '극한직업'이 받았다.

olzllovely@sportschosun.com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

"조선시대 빤스가 어딨냐" 신상옥 말에 치마만 두른채 촬영

박정호 입력 2019.11.22. 00:12 수정 2019.11.22. 06:41

               
신영균 남기고 싶은 이야기 - 제132화(7632)
<3> 내 영화의 뮤즈 최은희
최은희 "난 다 봤다" 두고두고 놀려
신 감독 북한서 네 차례 탈출 시도
수용소 갇혀 단식하다 간염 얻어
영화 ‘강화도령’(1963)에서 복녀(최은희)가 원범(신영균)에게 찢어진 바지를 꿰매줄 테니 벗어달라며 자신의 치마를 빌려주고 있다. [영화 캡처]
‘분단의 여배우’라 불리는 최은희씨와 나는 1960년대 한국영화 전성기를 함께 누빈 환상의 콤비다. 연인으로, 부부로 호흡을 맞추면서 알게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다. 지난해 봄 최씨가 세상을 떴을 때 가슴 한쪽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하고 괴로웠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 함께 고생을 많이 했는데, 말년에 몸이 아파 고생하다 돌아간 게 참 마음 아프다.

“세월이 갈수록 더 보고 싶어요.” 최씨는 2006년 4월 남편 신상옥 감독을 먼저 떠나보내고 종종 이런 말을 했다. 1978년 1월 최씨가 홍콩에서 북한에 납치되자 신 감독은 2년 전 이혼한 전처를 찾겠다며 홍콩에 갔다가 그해 7월 똑같이 납북됐다. 최씨는 신 감독이 북한 수용소에 갇혀 있는 동안 병을 얻은 것 같다고 한탄하곤 했다. 술·담배도 안 하던 이가 북한을 다녀온 뒤 건강이 악화됐으니 말이다.

“북한에서 네 번이나 탈출하려다 붙잡혀 정치범 수용소 같은 곳에 끌려갔어요. 거기서 단식을 하니까 강제로 영양제 주사를 맞았는데 그게 소독이 제대로 안 돼서 C형 간염균을 얻은 거예요. 숨지기 2년 전엔 간 이식 수술도 받았어요.”


최은희 북 배우들 한복 지어 입혀

신 감독이 타계한 후 최씨도 점점 쇠약해졌다. 2010년부터 척추협착증으로 휠체어 신세를 졌고, 말년에는 일주일에 세 번씩 신장투석도 받았다. 그래도 바깥 활동을 할 때는 여배우의 품위를 지키겠다며 한껏 치장을 하고 씩씩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최은희씨와 종종 식사자리를 마련해 정담을 나눴다.

최씨를 처음 만난 건 신 감독의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에서다. 김진규·최은희씨가 주연이고 나는 조연으로 그녀의 오빠 역을 맡았다. 신 감독은 이때 갓 데뷔한 나를 눈여겨본 모양이다. 우리 셋은 ‘상록수’(1961), ‘연산군’(1961), ‘열녀문’(1962), ‘강화도령’(1963), ‘빨간 마후라’(1964), ‘이조 여인 잔혹사’(1967) 등에서 손발을 맞췄다. 다른 감독 연출작까지 포함해 최씨와 나는 30여 편을 함께했다.

300편 넘는 영화를 찍었지만 내 신체의 은밀한 부위까지 목격한 여배우는 최씨가 유일하다. ‘강화도령’ 촬영 때니 50년도 더 된 일이다. 나는 왕손인 줄도 모르고 강화도 갯벌에서 뛰놀며 살다가 하루아침에 철종으로 등극한 촌뜨기 ‘원범’, 최씨는 원범의 단짝 친구 같은 말괄량이 섬처녀 ‘복녀’로 나왔다. 원범이 산에서 칡뿌리를 뽑으려다 굴러 한 벌뿐인 옷이 찢어지자 복녀를 찾아가 꿰매 달라고 부탁한다. 복녀가 벗어준 한복치마를 입고 기다리는 장면을 찍는데 신상옥 감독이 이런 주문을 했다.

“신영균씨, 이거 찍을 땐 ‘빤스’까지 다 벗어야 해.”

“예? 농담이지요?”

“아이 벗으라니까. 조선시대에 ‘빤스’가 어딨느냐 말이야.”

신영균이 나무 뒤에 숨어 최은희의 치마를 두르고 바지를 벗어 던져준 후 드러난 속살을 감추고 있는 모습. [영화 캡처]
조선 말기에는 속옷이라고 해봐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흰 천이었다. 나는 결국 흰 천만 걸쳐 입고 치마를 둘렀다. 한창 촬영하다 강둑에 앉아 쉴 때였나 보다. 아래쪽에 있던 최씨가 나한테 손가락질하며 웃기 시작했다.

“최은희씨, 갑자기 왜 그래?”

“아유 난 몰라, 다리 쩍 벌리고 편히 앉으니 속이 다 들여다보이잖아요.”

최씨는 이후 두고두고 나를 놀려댔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그때 다 봤다”며 깔깔 웃곤 했다. 마침 영화 속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최씨는 상대 배우를 참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나보다 두 살 많은 영화계 선배였지만 나는 “최은희씨” 혹은 “최 여사”라고 불렀다. 영화밖에 모르는 남편, 신 감독 때문인지 최씨는 손재주가 좋고 생활력도 강했다. 밤 늦게까지 촬영이 이어질 때도 대기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법이 없었다(신 감독은 젊어서 못질 한 번 한 적이 없을 정도로 가정을 등한시했다).

“최 여사, 가만히 쉬지 않고 뭘 그렇게 계속해요?”

“바느질이든 뜨개질이든 뭘 해야 시간이 잘 가요.”


탈북 후 미국 머물 때 찾아가 만나

신영균과 최은희는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중앙포토]
나중에 최씨에게 들은 얘기지만 78년 신 감독과 함께 납북돼 북한 영화를 제작할 땐 배우들의 한복을 직접 만들어 입히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북한 옷은 우리 전통 한복에 비해 볼품이 없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북한에서 ‘돌아오지 않는 밀사’ ‘사랑 사랑 내 사랑’ 등 영화 17편을 찍었다. 최씨는 북한 영화 ‘소금’으로 85년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도 수상했다.

두 사람은 86년 오스트리아에서 미국대사관을 통해 탈북에 성공했지만 간첩이 두려워 바로 한국에 오지 못했다. 신 감독 부부가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 부부가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북한에서 영화 만들 때 신영균이 생각 많이 났어.”

“그렇다고 날 불렀으면 큰일났겠네. 나도 납치당할 뻔했구먼.”

이런 농담을 주고받으며 함께 냉면도 먹고 했던 기억이 난다.

하늘나라로 간 최씨가 신 감독을 잘 만났는지 모르겠다. 나도 곧 따라갈 테니 먼저 가서 ‘신필름’ 같은 영화사를 만들고 있으라고, 같이 출연하자고 당부해 두었는데….


정리=박정호 논설위원,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

박정희 친일파 묘사 '백년전쟁' 제재..대법서 뒤집혔다

박태인 입력 2019.11.22. 00:07 수정 2019.11.22. 06:41

               
대법관 7대 6으로 파기환송 결정
다수의견 7명 중 6명 문 정부 선임
학계 "이번 판결 더 큰 논란 부를 것"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민족문제 연구소의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뉴스1]
대법관 단 1명의 차이로 4년 전 법원의 결정이 뒤집혔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의 의견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의 견해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전자는 ‘백년전쟁’이 “주류적 지위를 점한 역사에 대한 의문 제기”라고 했고, 후자는 “사실을 왜곡한 조롱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1월 방영된 ‘백년전쟁’은 이승만 전 대통령은 권력욕을 위해 독립운동했던 인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극단적인 친일파로 묘사하며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던 시민 제작 다큐멘터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백년전쟁’을 방영한 시민채널 RTV가 “방송의 객관·공정·균형의 유지 의무와 사자(死者) 명예존중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방송심의위원회가 RTV에 내린 법정 제재가 적법하다고 본 1, 2심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이날 결론을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의 의견은 6대6으로 엇갈렸다. 결국 캐스팅 보트를 쥔 김 대법원장이 파기환송 의견에 서며 ‘백년전쟁’은 2013년 8월 박근혜 정부에서 받은 법정제재를 6년 만에 면하게 됐다.

이날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선고 내용만큼이나 주목 받은 것은 대법관들의 엇갈린 의견과 그들의 배경이다. 반대 의견에 선 6명의 대법관 중 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을 제외한 4명의 대법관은 모두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됐다. 반면에 다수 의견에 선 7명의 대법관 중 김재형 대법관을 제외한 6명의 대법관은 모두 문재인 정부가 임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승만과 박정희란 한국 역사의 논쟁적인 인물을 두고 진보와 보수 대법관의 견해가 완전히 엇갈린 사례”라며 “이번 판결은 논란을 종식시키기보단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고 말했다.

다수 의견은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 측면에서도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주류적 시각에 의문을 던진 것이지 왜곡이 아니며 제작자가 사실 확인을 위해 상당한 노력했으며 사료에 기초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에 선 대법관들은 ‘백년전쟁’에 대해 “공정성·균형성에 대한 일말의 배려도 없다” “역사적 인물을 왜곡·조롱·희화화했다” “공동체의 선에 무슨 기여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구정우 교수는 “사회적·역사적 쟁점에 대한 대법관들의 의견이 지금처럼 첨예하게 엇갈릴 경우 권력을 잡은 정권 입장에선 코드에 맞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의 중요성을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

[인터뷰]'불출마' 선언한 김세연 "단식하는 황교안, 안타깝다"

대담=박재범 부장, 백지수 , 강주헌 기자 입력 2019.11.21. 05:31

                          
      
[the300]"조롱 받는 이유 모르는 한국당..지도부 상식 밖 인식에 불출마 결심"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이기범 기자

"제가 요즘 손이 다 아픕니다."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지난 17일 돌연 한국당 구성원들을 비판하며 불출마 선언을 하자 만나는 시민들이 격려를 담아 힘을 실은 악수를 보내왔다는 얘기다.

김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공무원들마저 ‘응원한다’며 갑자기 악수를 청하더라”며 “바깥 민심과 한국당 내부 인식이 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 파장은 상당하다. 당내 여론은 차갑다. 그도 예상했던 바다. 김 의원은 “특별한 게 아니라 상식을 말하는 것이 충격으로 느껴지는 게 한국당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 공천을 보수당이 무너지기 시작한 결정적 지점을 진단했다. 그 이후 “당의 건강한 목소리가 죽었다”는 게 김 의원의 진단이다. 해법으로 신당 창당 등이 아닌 당 해체를 주장한 것도 진단에 따른 자연스런 처방이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와 당 주류가 권력을 내려놓고 권력의 ‘진공상태’가 되면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임계점이 왔다”며 “당에 쌓인 문제 인식이 그동안 언급되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김 의원을 만난 이날 공교롭게도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단식 투쟁을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일”(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보기 역겨운 구태”(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김 의원 역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짧은 답변 앞에 한숨이 길었다. 두어 차례 한숨을 뱉은 김 의원은 “그 이상 다른 말을 드릴 것이 없다”면서도 “바둑도 몰리면 악수(惡手)를 계속 두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불출마 결단을 내린 직접적인 계기는.
▶당에서 일어난 4개 정도 사건이 누적이 됐다. 그 중에도 쇄신 요구를 하며 당직을 사퇴한 30·40대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두고 지도부가 ‘주동자를 색출하라’고 했던 것이 컸다. 너무 상식 밖의 인식이라고 생각했다. 보통 그러면 대표가 아니더라도 사무총장이 불러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듣는 것이 상식적인 대응 아닌가. 청년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총선기획단 세미나 이후에도 당에서는 ‘충격받았다’는 반응이 많다. 지난 15일 김성찬 의원의 불출마 등을 보고 최종 결심했다.

-당내 반발이 크다.
▶제가 메시지를 낼 때 누굴 공격하고자 하는 뜻이 전혀 없었다. 누가 누구를 공격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제가 누구를 흠집내서 일을 풀어가겠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제 인식을 얘기한 것이다. 모두의 책임이고 모두가 불출마의 형태로 책임지자는 제안이었다. 당의 ‘투 톱(2 Top)’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금 직책에서 물러나라는 것이 아니다. 불출마를 선제적으로 하면 거기에 리더십도 생기는 것이 아닐까. 두 대표만 불출마 선언을 해도 한국당 지지율이 5~7%는 단번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황 대표의 단식은 어떻게 보나.
▶하…(약 10초간 한숨.) 일단 공식적인 답변은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 이상 다른 말을 드릴 것은 없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의 보수통합 메시지 등 잇달아 나오는 메시지들이 뜬금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둑도 몰리면 악수를 계속 두지 않나. 입문한 지 1년이 안 된 황 대표가 감당하기에 정치 상황이 너무 복잡하다.

-당에 일종의 임계점이 온 것인가.
▶임계점이 왔다고 본다. 체제의 공고함에 눌려 그동안 당 내에서 비판을 제대로 이야기 못 하다가 터지는 것 같다. 당 내 ‘통합과 전진’이라는 모임에서도 여의도연구원장 사퇴 요구 성명을 내려고 했는데 이름 빼달라는 사람들이 많아서 못했다고 한다.

-지난 전당대회 때 당원들의 선택이 달랐다면 지금 상황이 달랐을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됐다면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다만 그 때는 다들 ‘안정’에 대한 갈증이 높아 황 대표를 선택했다고 본다.

-그래도 황 대표를 2월 전당대회에서 뽑았다. 10월 ‘광화문 집회’에서 투쟁 동력을 회복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자체로 동력을 만든 것으로 있겠지만 제한적이었다. 동력은 시민단체에서 만든 것이다. 10월3일, 10월9일 광화문 집회는 한국당이 한 게 아니다. 한국당은 시민들의 흐름에 올라 탄 것이다. 시민들이 불을 붙였다. 한국당이 없어져야 불이 잘 타오를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자꾸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황 대표 말고 대안을 당장 찾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하지만 ‘진공 상태’가 되면 새로운 질서는 분명히 만들어진다. 지금 상태가 유지되며 장기간에 걸쳐 소멸하는 길을 걷는다. 나는 바닥을 빨리 치고 그 동력으로 새로운 인물로 채우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불출마 선언 이후 제게 ‘세력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안을 했다.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세력화가 오히려 당을 망칠 수 있다. 또 친박·비박 같은 계파 프레임이 될 수 있다. 양식과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 자각해서 각자 자기 자리에서 행동하면 된다.

이미 시민들이 행동하고 있다. 나라를 생각하는 시민들이 일할 시간에 월차 내고 와서 발언하는 것이다. 그것을 지도부가 그동안 못 알아 듣다가 갑자기 쇼크 받는 것이다.

-잠시 몸 담았던 바른정당이 지금 바른미래당을 거쳐 다시 신당을 창당하려고 하고 있다.
▶신당 창당 시도는 가장 낮은 방식이다. 정상적 판단 능력이 사라진, 퇴화된 존재로서 원시적 생존 본능을 이어가는 정도가 된다.

-왜 이런 상황이 됐다고 보나.
▶18대와 19대 총선 때 공천 학살이 있었다. 20대 때 나름 친박 소장파를 학살했다. 당의 건강한 목소리를 죽인 거다. 현실 인지 능력이 그때 제거됐다. 똑같은 소리만 서로 하고 있으니까 바깥 세상과 완벽한 괴리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현 시스템대로면 21대 총선 준비도 비슷할 것으로 본 것인가.
▶현 구조하에서 현역의원 50%를 바꾼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80%니 90%니 하는 게 웃긴 것이다. 근본적 해법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에 다 정리를 해야 한다.

-젊은 세대 등 밖에서는 한국당에 대한 비호감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불출마 선언문에 모든 표현을 다 넣었다. 한국당은 조롱 받는 것을 모르거나 의아하게 생각한다.

-지난 19일 청년들과 대화에서 황 대표가 많이 놀란 것 같은데.
▶내가 한 얘기가 같은 것인데. 당 의원들이 제 말에는 욕하면서 청년이 말하니까 욕을 안한다.(웃음) 똑같은 얘길 한 것인데.

-내년 총선을 하려면 현실적으로 집이나 텐트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없애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면 85년 신민당 때처럼 되겠죠. 현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내년 5월 이후는 어떻게 하나.
▶시민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경영하던 회사(동일고무벨트)로 돌아가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지만 아니다.

-불출마 선언 이후 지도부에서 직접 전화한 적은 없었나.
▶없다. 당직자들이 진위여부 파악차 전화 오긴 했다.

-밖에서는 응원이 있는데 안에서 반발이 크다.
▶최근 토론회 참석 때문에 의원회관에 가면 토론회에 온 시민들이나 심지어 공무원들까지 응원의 마음을 담아 악수를 그렇게 세게 해온다.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저를 보고 인사를 하고 그런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있다. 바깥 민심은 확실히 당 지도부와 괴리가 있다.

대담=박재범 부장, 백지수 , 강주헌 기자 100jsb@mt.co.kr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

인천 아파트서 일가족 포함 4명 숨진 채 발견..유서도 남겨

입력 2019.11.20. 09:40 댓글 1730

 

 

유서에 경제적 어려움 토로한 내용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경찰 조사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인천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등 4명이 한꺼번에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0일 인천 계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낮 12시 39분께 인천시 계양구 한 아파트에서 A(49·여)씨와 그의 자녀 2명 등 모두 4명이 숨져 있는 것을 소방대원이 발견했다.

소방당국은 "온 가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왔는데 집 내부에 인기척이 없다"는 A씨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숨져 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사망자 중 A씨 자녀는 아들(24)과 딸(20) 등 2명이며 나머지 1명은 몇 달 전부터 함께 살던 딸의 친구(19)로 확인됐다.

발견 당시 A씨와 딸 등 3명은 거실에서 숨져 있었으며 A씨의 아들만 작은방에서 사망한 상태였다.

집 내부에는 이들이 각자 쓴 유서가 발견됐으며 경제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수년 전 남편과 이혼한 뒤 자녀 둘을 데리고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 등 4명의 시신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이용 도구 등 자세한 경위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son@yna.co.kr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

文대통령 클로징 멘트도 끝난 뒤..뭉클했던 '마지막 1분'

김태규 입력 2019.11.19. 23:27

               
독도 헬기 추락 실종자 가족에 위로의 포옹..'5·18 둥이' 포옹 장면 연상케
"아직 못 찾은 실종자 있어..헝가리 사고 파견 소방관 끝까지 찾도록 최선"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패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19.11.19.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19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 시간에 문재인 대통령 특유의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드러나 여러 차례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일반 국민 300명이 쏟아낸 즉흥 질문에 100분간 진지한 자세로 답변했다.

뜨거운 환호와 격려를 받기도 했고, 때로는 질문이 아닌 일반 서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과 고민을 마주해야 했던 100분이었다. 안타까운 사연 앞에선 진심으로 위로했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 답답함도 토로했다.

정제되지 않은 다소 어수선한 상황도 있었지만, 오히려 꾸미지 않은 대통령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측면도 있었다.

특히 돋보였던 장면은 약속했던 100분 여의 시간이 모두 흐른 뒤에 나왔다. 국민과 함께한 '마지막 1분'이 많은 국민들 을 뭉클하게 했다.

독도 추락 헬기 사고 실종자 가족이 카메라가 꺼진 줄 알고 대통령에게 다가가 자신들을 소개하자 문 대통령은 말할 수 없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가족들을 끌어안았다. 실종자 수색을 다하지 못한 죄책감의 표정으로 읽혔다.

마치 취임 여드레만에 참석했던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둥이' 김소형씨를 따뜻하게 안아줬던 장면을 연상케 했다.

취임 직후까지만 해도 완전한 신뢰를 보내지 않았던 광주시민들이 당시 문 대통령의 따뜻한 모습을 보고 곁을 내줬던 것처럼 독도 추락 헬기 사고 실종자 가족들도 위로 받았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국민패널과 온라인 참여자 질문지를 받고 있다. 2019.11.19. dahora83@newsis.com

문 대통령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으로 "아직 못 찾으셨군요"라고 위로를 건넸고, 실종자 가족은 "네. 유가족들을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실종자의 이름을 확인한 뒤에야 발걸음을 옮겼다. 잊지 않겠다는 듯 연신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

문 대통령이 사인 요청에 혼란스러웠던 스튜디오 상황이 정리되자 독도 헬기 사고 실종자 가족을 직접 소개하며 최선을 다해 찾겠다는 약속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방금 인사하신 분 가운데 독도 헬기 사고로 아직까지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분도 계셨다"면서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중의 소방대원 한 분은 지난 번 헝가리 다뉴브 강 사고 때 수색 작업에 종사했던 소방관인데 이번에는 본인이 안타깝게 희생자가 되기도 하셨다"며 "실종자를 끝까지 찾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yustar@newsis.com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

(종합3보)

입력 2019.11.19. 00:31 수정 2019.11.19. 10:14

불길 치솟고 폭발음 들려..경찰, '음향대포·물대포' 등 총동원 진압
"저항하면 실탄 사용할 것"..실제로 시위대 등 향해 실탄 4발 쏴
이공대 탈출하려다 대거 체포돼..침사추이 등서 수천명 '지지 시위'
학부모들 "아이들 만나게 해달라"..민간인권전선 "유혈사태 우려"

 

시위 참여자를 끌고가는 홍콩 경찰 [AFP통신=연합뉴스]

(홍콩·선양=연합뉴스) 안승섭 차병섭 특파원 = 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홍콩 경찰이 18일 시위대의 '최후 보루'인 홍콩 이공대에 진입해 시위대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며 진압 작전을 단행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새벽부터 시위대의 강력한 저항을 뚫고 이공대 교정에 일부 진입해 음향대포, 물대포 등을 동원한 진압 작전을 펼쳤다. 이에 맞서 시위대는 교내 곳곳에 불을 지르고 화염병, 돌 등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날 내내 시위대는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이공대를 탈출하려고 했지만, 대부분 실패해 400명이 넘는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시위대는 교내에 먹을 것이 부족하고 부상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며 '인도주의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 경찰 '음향대포·물대포' vs 시위대 '투석기·활'

홍콩 경찰은 이날 새벽 5시 30분부터 수백 명 시위대의 격렬한 저항을 뚫고 이공대 교정에 일부 진입해 시위 진압 작전을 펼쳤다.

경찰의 진입을 막고자 시위대가 폐품 등을 쌓아놓고 건물, 육교 등에 불을 지르면서 이공대 교정 곳곳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폭발음이 들렸다. 폭발음은 시위대가 수십 개의 가스통을 터뜨리면서 난 소리로 추정된다.

이날 오전 8시 무렵 일부 시위대는 이공대 밖으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경찰이 이공대 교정을 전면 봉쇄함에 따라 대부분 실패하고 교정 안으로 되돌아갔다.

경찰은 이날 오전에만 이공대 교정을 탈출하려는 시위대를 포함해 인근 침사추이 지역에서 지지 시위를 벌이던 시민 등 100여 명을 체포했다.

지난주 경찰과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던 홍콩 중문대를 비롯해 시립대, 침례대 등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시위대가 철수한 상태이다.

이에 따라 이날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이공대는 홍콩 시위대 입장에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시위대는 진입하려는 경찰에 맞서 화염병을 던지고 활로 화살을 쏘면서 격렬하게 저항했다. 자체 제작한 투석기로 화염병, 벽돌 등을 발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위대는 소방대원들의 화재 진압 작업조차 저지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한 시위대는 "소방대원들이 들어와 불을 끄면 경찰들이 교내로 밀고 들어올 것"이라고 외쳤다.

18일 홍콩 이공대에서 시위 참가자를 연행하는 진압 경찰 [AFP=연합뉴스]

경찰은 최루탄과 함께 물대포 차 2대를 동원해 파란색의 거센 물줄기를 쏘며 이공대 교정에 진입을 시도했다. 물에 파란색 염료를 섞은 것은 물대포에 맞은 시위대를 쉽게 식별해 체포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음향 대포'로 불리는 장거리음향장치(LARD)도 사용했다.

지난 2009년 미국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시위 진압 때 처음 등장한 음향 대포는 최대 500m 거리에서 150dB 안팎의 음파를 쏜다.

음향 대포에 맞은 상대는 고막이 찢어질 듯한 아픔과 함께 구토, 어지러움 등을 느낀다고 한다.

다만 홍콩 경찰은 LARD가 무기가 아닌, 경고 방송용 장치라고 주장했다.

불길에 휩싸인 홍콩 경찰 차량 (홍콩 로이터=연합뉴스) 18일 홍콩이공대 주변에 배치된 경찰 차량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jsmoon@yna.co.kr

◇ 경찰, 시위대 등 향해 실탄 4발 발사…'전쟁터' 방불

이공대 시위 현장에는 지난주 퇴임한 스티븐 로 경찰청장의 후임으로 경찰 총수 자리에 오른 '강경파' 크리스 탕 경찰청장이 직접 나와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공대 인근에는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막사까지 있어 우려를 키운다.

전날 밤 시위대가 이공대 탈출을 위해 인민해방군 막사 인근에 설치된 저지선을 향해 돌진하자, 홍콩 경찰이 차량을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이 실탄 사격으로 다친 사람은 없었고, 차량 운전자는 유턴한 후 도주했다.

이날 새벽 3시에는 경찰이 이공대 인근 침사추이 지역에서 시위대를 향해 실탄 3발을 발사했다.

한 여성이 불법집회 참가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시위대가 이 여성의 도주를 도우려고 하자 경찰이 실탄을 발사했다.

경찰은 "폭도들이 벽돌과 정체불명의 액체를 경찰관에게 던져 생명의 위협을 느껴 실탄을 발사했다"며 "실탄에 맞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날 밤 시위대는 활로 화살을 쏴 경찰 1명의 다리를 맞혔고, 경찰 장갑차에 화염병을 던져 이를 불태웠다.

한마디로 '전쟁터'와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고 할 수 있다.

경찰은 "시위대가 화염병, 활, 차량 등 살상용 무기로 공격을 계속할 경우 실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공대 내 부상자 속출…탈출하려다 400명 넘게 체포

이날 오전 이공대 텅진광 총장은 학생들에게 교정 밖으로 나올 것을 호소했지만, 전날 밤 경찰이 응급 구조요원까지 무차별적으로 체포하는 것을 본 시위대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전날 밤 이공대 내에 있는 사람들에게 교정 밖으로 나올 것으로 명령했지만, 막상 이들이 밖으로 나오자 시위대가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응급 구조요원이나 언론인 조끼를 입은 사람 51명을 체포했다.

야당 의원들과 요셉 하 홍콩 천주교 보좌주교는 직접 교정 안으로 들어가서 밖으로 나오길 원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나오겠다고 경찰에 제안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단칼에 거절하고, 이들이 폭동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되레 강한 불빛을 의원들에게 쏘기도 했다.

홍콩 의료 당국은 전날 시위 과정에서 38명이 다쳤고, 이날도 오후 10시까지 116명이 다쳐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최고령 부상자는 84세였으며, 중태에 빠진 여성도 있다.

이공대 학생회는 "교내에 600∼700명 정도가 있다"며 "최소한 3명이 최루탄 등에 눈을 다치고, 40여 명이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심각한 저체온증에 시달리는 등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이공대 인근에서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 [AFP통신=연합뉴스]

이날 저녁에도 시위대가 탈출을 시도해 수십 명이 탈출에 성공했다. 이들이 학교 건물 옆 육교 등으로 내려오자 대기하고 있던 오토바이가 이를 태우고 달아났다.

하지만 탈출을 시도하다가 체포된 시위대가 훨씬 많아 전날 밤 10시부터 이날 저녁까지 체포된 시위대는 400명을 넘는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채 달아나는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거나, 곁에서 지켜보다가 항의하는 시민에게 총을 겨누는 일도 벌어졌다. 시위대가 체포되는 과정에서 다쳐서 피를 흘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일부 강경파 시위대는 유서를 쓰고 이공대에 남아 있으며, '결사 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경찰은 이공대 내에서 폭력 행위를 하는 시위대에게 폭동 혐의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에서 폭동죄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고 1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18일 홍콩 이공대에서 시위 참가자를 제압하는 진압 경찰 [EPA=연합뉴스]

◇학부모들 "아이들 만나게 해달라"…재야단체 "유혈사태 우려"

시위대의 학부모들은 이날 인근 침사추이에서 집회를 열고 경찰 지휘부와 면담과 함께 이공대 안에 있는 자녀를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국제사회를 향해 시위대가 처한 '인도주의 위기'를 강조하면서 "우리의 미래 세대인 시위대가 유혈 사태 끝에 진압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침사추이, 몽콕, 야우마테이 등 이공대 인근 지역에서는 이공대 시위대를 지지하는 수천 명의 시민이 모여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이공대 내 시위대에 전달할 물, 수건, 마스크 등을 모으기도 했다.

최루탄, 고무탄 등을 쏘며 진압에 나선 경찰에 맞서 시위대는 돌, 화염병 등을 던졌다.

홍콩 시위대는 친중 재벌로 알려진 맥심 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 매장의 기물을 파손하는 등 극심한 '반중국 정서'도 표출했다.

시위대의 주요 공격 대상인 중국공상은행(ICBC)은 사이완호, 침사추이이스트, 조던, 야우마테이, 몽콕 등 5개 지점의 영업을 이날 중단한다고 밝혔다.

홍콩 도심 센트럴 등에서는 이날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나와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밤 시위대가 쏜 화살에 맞은 경찰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그를 위로했다.

우첸(吳謙)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주말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홍콩 도로 청소에 나선 데 대해 "병사들은 시민들과 함께 청소했으며,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에서 폭력 사태를 멈추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긴급한 임무이며, 홍콩 주둔군은 단호하게 국가 안보를 수호하고 홍콩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지킬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콩 시위대는 온라인 사이트 'LIHKG'를 통해 "염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다"며 "경찰이 철수하지 않으면 경찰 막사나 경찰서에서 염소폭탄이 폭발할 것이며, 이는 대학살이 될 것"이라고 보복을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 이공대를 포위하고 있는 경찰 병력은 2천여 명에 달한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ssahn@yna.co.kr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

[단독] "포스터 곳곳 반칙 행적"..나경원 아들 '4저자'의 비밀

서유정 입력 2019.11.18. 20:04 수정 2019.11.18. 20:57

                          
      

[뉴스데스크] ◀ 앵커 ▶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 대표의 아들 김 모 씨, 미국에서 중 고등학교를 나왔고, 현재는 예일대학교에 재학중입니다.

고등학생 때 엄마의 도움으로 서울대 실험실을 빌려 쓰고, 학술 포스터에 저자로 등재돼 논란이 일었죠.

그런데 이 실험실에서 진행했던 또다른 연구 포스터에도 김씨가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이 됐는데, 이 과정에도 갖가지 의혹이 제기 됐습니다.

연구에 참여할 자격부터 연구 윤리까지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을, 서유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나경원 의원의 아들 김 모 씨는 미국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여름 서울대 실험실을 한달 가까이 빌려 사용했습니다.

엄마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출처:고성국 TV)] "제가 아는 친구 교수님을 소개를 해줬어요. 그래서 이제 거기 가서 실험을 자기가 배우고…"

당시 진행됐다는 연구 결과로 김 씨는 이듬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 제1 저자로 등재된 논문 요약본 '포스터'를 발표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박경미/의원 (서울대 국감 10.10)] "포스터 제1저자는 김 모군, 대학원생 2명은 공저자로 등록됩니다. 김 모군이 전적으로 (연구를) 했다면 윤 모 교수와 대학원생이 무임승차를 한 것이고요."

그런데 <스트레이트> 취재 결과 김 씨는 '서울대 실험실에서 진행했다'는 다른 연구 결과물로, 또 다른 포스터의 제4 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연구 제목은 비실험실 환경에서 심폐 건강 측정에 대한 예비적 연구.

이 포스터의 저자 6명 중 2명은 서울대 교수들이고, 3명은 서울대 소속 박사급 연구원들이었습니다.

이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가 2014년 하반기 지원 대상으로 선정한 프로젝트.

삼성이 규정한 연구 참여 자격부터 문제가 됐습니다.

참여 연구원은 국적 제한은 없지만 반드시 국내에 있는 기관 근무자여야 하고, 과제 착수시 국내 소재 기관에 상근하여야 한다고 돼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미국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김 씨가 국내 연구기관에 '상근'하기는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포스터를 보면 김 씨 역시 서울대 대학원 소속 연구원인 것처럼 표기돼 있습니다.

고교생이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연구가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김 씨가 '무임승차'를 했다는 근거는 또 있습니다.

이 포스터의 두 번째 저자로 같이 이름이 올라 있는 윤 모 박사가 이미 수개월 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다른 박사학위 논문과 판박이인 문장들이 수두룩합니다.

연구의 핵심 항목을 보면 총 11문장 가운데 6문장이 윤 박사 논문의 문장과 단어 배열 등이 같습니다.

[엄창섭/대한연구윤리위원회장] "완성된 결과를 갖고 프로젝트를 받았다는 것은 그 자체가 연구윤리 위반이고요.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서 그 사사(프로젝트 번호)를 표시하려면 더 발전된 성과가 들어있어야 되거든요."

아들의 연구 성과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취재진은 나경원 의원에게 설명을 요청했지만, 나 의원 측은 '답변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MBC뉴스 서유정입니다.

서유정 기자 (teenie0922@mbc.co.kr)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

세월호 책임지고 캔다는 윤석열, '禹사단' 특수단장 앉힌 까닭

김기정 입력 2019.11.19. 05:00 수정 2019.11.19. 06:38 댓글 2496

 

 

"백서 쓰는 심정으로 제기된 모든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겠습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 13층 소회의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 출범에 맞춰 언론 앞에 선 임관혁(53·사법연수원 26기) 특수단장의 각오에서 결기가 느껴졌다. 수백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꼬박 5년 7개월이 흐른 시점에 검찰은 '세월호 전면 재수사'를 선언했다.

하지만 임 단장의 각오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재수사에 대한 시선은 여러 지점으로 갈린다. 우선 검찰이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착수로 등을 돌린 여권과 관계 회복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일각에선 이번 수사를 통해 참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야권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똬리를 튼다. 어찌 됐든 검찰의 이번 판단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을 것이란 전제가 공통으로 깔려있다.

그렇다면 과연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제기된 모든 의혹을 백서에 담을 정도로 명쾌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 수사 의지는 얼마나 있을까. 정치적 고려는 없는 것인가. 연달아 제기되는 의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선, 우선 세월호 전면 재수사 결정이 진행된 검찰 내부 판단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①윤석열의 결단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검찰총장의 결단입니다."

대검의 한 관계자에게 세월호 특수단 출범 배경을 묻자 돌아온 간략하고도 명쾌한 대답이다. 세월호 재수사는 윤 총장의 지론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윤 총장은 사석에서 "아이들 수백명이 희생됐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해경 정장 한명 뿐인 게 말이 되느냐"는 이야기를 종종 했다고 한다.

검찰총장이 된 뒤엔 수사를 지시할 권한도 생겼다. 앞서 2017년 말 제정된 '사회적 참사 특별법'에 따르면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고발 또는 수사 요청한 사건의 경우 검찰총장은 수사 검사를 지명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의 인사청문회와 대검 국정감사에서 박주민·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달아 검찰에 재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수사 의지는 있었다. 명분도 생겼다. 문제는 시점이다.


②왜 하필 지금인가?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은 특수단 출범에 대해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시점이 예사롭지 않다.

검찰은 세월호 특수단 설치를 지난 6일 발표했다. 윤 총장이 참석하는 청와대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이틀 앞둔 시점이다. 반부패정책협의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했다.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이날 만남은,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 처음이라 온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초대형 이벤트였다.

검찰의 특수단 설치 발표에 대해 한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청와대에 빈손으로 가기 좀 그렇지 않으냐"는 한 줄 평을 내놨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 착수 이후 검찰에 등을 돌린 여권과의 관계 회복에 나설 카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뜻은 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기도 하다.

검찰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왔다. 문 대통령까지 나서 이른바 '검찰개혁'에 박차를 걸자 이를 만회할 방안이 검찰로선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수단의 정식 명칭은 '특별수사단'이다. 특수단은 대부분 특별수사 경험을 갖춘 검사로 꾸려졌다. 검찰 내부에서 "특수부를 축소하자 특수단이 생겼다"는 자조가 나오는 반면, 특별수사 축소를 주장하던 여권은 세월호 특수단 설치에 대해 거꾸로 '환영' 입장을 내놨다.

특수단 출범 브리핑에서 임 단장이 "현재로써는 수사 기간을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당장 5개월 뒤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다. 검찰 칼끝이 세월호 참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향할 경우 총선을 앞둔 정국의 돌발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크다.

하지만 검찰 설명은 다르다. 검찰도 특수단 설치 발표 시점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윤 총장이 청와대에 다녀온 뒤 특수단 설치를 발표할 경우 '하명수사' 논란이 일 것을 대검 참모들이 굉장히 우려했다"며 "하명수사란 이야기가 듣기 싫어 오히려 청와대 방문 전에 발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 취임 직후엔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진행돼 검찰이 세월호 재수사 착수 타이밍을 한차례 놓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③'우병우 사단'을 특수단장에 앉힌 사연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을 맡은 임관혁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소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수사 책임자에 임 단장이 선임된 것을 두고도 여러 뒷말이 나온다. 그는 검찰 내 '우병우 사단'으로 꼽힌다. 임 단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장으로 근무할 당시 평검사로 함께 일했다. 이런 인연으로 요직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특수1부장을 연임했다는 소문이 검찰에 맴돈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당시 윤대진(현 수원지검장) 광주지검 형사2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 중단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세월호 수사 축소·외압 의혹 일기도 했다. 임 단장이 세월호 재수사를 책임진 이상 '백서'를 쓰려면 우 전 수석과 한번은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검찰 내부에서도 임 단장을 선임하기 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대검 참모들은 "'우병우 사단'이란 꼬리표 때문에 자칫 세월호 재수사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윤 총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내가 책임진다"며 임 단장을 특수단장에 앉힌 것으로 전해졌다.


④"가장 지독한 검사 모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5년여 만에 대검찰청 산하에 꾸려진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을 맡은 임관혁 수원지검 안산지청장(맨 오른쪽)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소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특수단 출범 각오와 입장 등을 밝힌 뒤 조대호 대검찰청 인권수사자문관(맨 왼쪽), 부장검사로 합류한 용성진 청주지검 영동지청장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책임지겠다"던 윤 총장의 특수단 구성 원칙은 무엇이었을까. 한 대검 관계자는 "가장 수사를 잘하는 사람"이란 기준 외에 다른 고려사항은 없었다고 전했다.

대검이 임 단장 선임에 앞서 우선 고민했던 부분은 세월호 재수사를 담당할 수사 인력 규모였다고 한다. 차장검사를 단장으로 하는 '수사단'으로 할지, 부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수사팀'으로 꾸릴지를 두고 논의가 이어졌다. 수사팀으로 꾸릴 경우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수사를 벌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다만 수사팀장이 부장급이라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등 외부에서 볼 때 수사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검찰은 수사단으로 꾸릴 경우 수사 인력도 상대적으로 늘고 대검의 지휘를 받는 모양새가 갖춰져 검찰의 수사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남은 문제는 수사를 책임질 특수단장에 적임자를 앉히는 일이었다.

윤 총장과 대검 참모들은 하나의 기준, "가장 수사를 지독하게 할 사람"을 골랐다고 한다. 그가 바로 임 단장이다. 결정하고 보니 공교롭게도 임 단장이 안산 단원고를 관할로 하는 안산지청장이었다.

임 단장을 보필하며 직접 수사를 담당할 용성진(44·33기) 부장검사도 같은 기준으로 선발됐다. 윤 총장은 용 부장의 특수단 합류를 거론하며 "과거에 상부 허락도 없이 압수수색에 나섰던 검사"라고 언급했다. 당시 상관이 "왜 그랬냐"고 물으니 "물어봤으면 수사 못 하게 했을 것 아니냐"는 '맹랑한' 대답을 내놨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수사팀장을 맡았을 당시 국정원 직원의 체포영장과 관련해 검찰 수뇌부와 법무부에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좌천돼 수년간 한직을 맴돌았다. 윤 총장은 용 부장을 보며 자신의 과거 모습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11일 출범한 특수단은 아직까진 잠잠하다. 출범 나흘 뒤 특수단은 특조위 관계자들과 첫 면담을 갖고 ▶고(故) 임경빈군 헬기 이송 지연 의혹 ▶내 영상저장장치(DVR) 조작 의혹 ▶청해진 해운 대상 산업은행 불법 대출 의혹 등 특조위가 수사 의뢰한 사건을 우선으로 수사하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참사 구조 책임 및 수사 무마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해달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 대표 등 당시 정부 고위관계자 40명을 고소·고발한 사건에 대한 수사 착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수사 시작부터 결과까지, 책임은 고스란히 윤 총장의 몫이 됐다. 검찰이 써내려갈 '백서' 내용이 벌써 궁금하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관련 태그 이슈 · 세월호 의혹 재조사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

치솟는 '펭수'의 몸값..식품업계 너도나도 모시기 경쟁

입력 2019.11.19. 05:55

               
라이언에 이어 인기 초절정 캐릭터로..20·30세대 열광
인기 만점 펭수 (서울=연합뉴스) EBS 펭귄 캐릭터 펭수가 지난 26일 부산 반디앤루니스에서 팬사인회를 진행하고 있다. 2019.10.29 [EBS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직장인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2030 세대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EBS 펭귄 캐릭터 '펭수'를 두고 식품업계에서 '모셔가기' 경쟁이 뜨겁다.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최근 EBS 측과 펭수를 활용한 마케팅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그러나 "EBS와 미팅을 한 것은 맞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빙그레는 지난달 모델로 활약하는 손흥민 선수가 광고에서 선보인 춤을 따라 하는 '슈퍼콘 댄스 챌린지'를 열었는데, 이 경쟁에 펭수가 참가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펭수는 당시 100위권 밖의 초라한 성적을 내고 탈락했는데, 캐릭터가 '초대박'을 치자 빙그레 측 관계자가 "우리도 엄청 후회하는 중"이라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펭수를 향한 '러브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펭수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은 참치를 생산하는 동원그룹, 한 영상에서 좋아하는 과자라고 밝힌 '빠다코코낫'을 만드는 롯데제과 역시 EBS 측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펭수를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 타진하고자 미팅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진척된 사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애를 두고 펭수라는 캐릭터를 소비하는 계층인 2030 세대에 주목한다.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비교적 팬의 스펙트럼이 넓은 데다가, 식품업계가 주 타깃으로 잡는 2030대, 그중에서도 '2030대 여성'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인기 아이돌 그룹이 모델이 될 경우, 광고의 영향을 받는 집단이 팬으로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지만 펭수의 경우는 2030 세대 전반에서 폭발적인 반향을 끌어내고 있는 만큼, 한류 스타를 뛰어넘는 '외연 확장'을 기대할만하다는 것이다.

또 광고 모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부랴부랴 손익 계산서를 따져보고 급히 광고를 내려야 하는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펭수가 아직 어떠한 식품업계와도 계약을 맺지 않은 '광고계 신인'이라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인기가 치솟기 시작하는 초반에 모델로 기용하려는 '입도선매' 심리도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펭수 캐릭터는 젊은 직장인에게 크게 인기를 얻는다는 점이 식품업계의 주 소비층과 겹쳐 매력이 있다"며 "펭수가 다른 곳과 계약을 하기 전에 먼저 잡아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다.

펭수는 단순 캐릭터 콘텐츠를 넘어 부산에서 열리는 사인회에 참석하고자 팬들이 KTX를 타고 내려가기도 하고, EBS를 넘어 다른 지상파 채널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이뤄내는 등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인기 캐릭터가 모델로 부상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와 올해 '라이언' 등을 필두로 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은 동서식품, 서울우유, 롯데제과 등의 모델로 나선 바 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캐릭터를 모델로 기용하면 브랜드가 젊어지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며 "실제로 매출 상승도 일어나 내부적으로는 고무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tsl@yna.co.kr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