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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전화 한 통에, 순식간에 범죄자가 된 또다른 사람들이 있다. 최근 보이스피싱범들은 대포통장을 만들기가 어려워지자 돈을 운반하는 방식을 바꿨다. 바로 사람을 대포통장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각종 SNS나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채권 추심, 부동산 경매, 퀵서비스 등의 업체로 위장해 현금수거책을 모집한다. 현금수거책이 피해자로부터 돈을 받고 전달한 뒤 체포되면, 다른 조직원이 잡히지 않는 이상 법적인 책임도, 피해금액에 대한 배상도 홀로 떠안게 된다. 취업의 문을 열고 보니 보이스피싱 범죄의 공범이 돼있는 것이다. 시사직격은 현금수거책으로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들 중 대부분은 청년들이었다.
 
■ 보이스피싱, 청춘에 덫을 놓다 이들은 어떻게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게 되는 것일까. 정말 모르고 한 것일까. 현금수거책 피의자들은 대부분 흔히 접할 수 있는 온라인 구인구직사이트나 생활정보지에 올라와 있는 구인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다. 채용과정은 물론, 업무지시 역시 메신저로 진행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운영 중이라는 설명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데. 특히 일자리가 간절한 청년들은, 보이스피싱범들의 제안에 의심보다는 취업을 했다는 기쁨이 앞섰다고 했다. 시사직격은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의심이 가는 몇몇 구인업체들의 주소지로 찾아가 봤다. “누구나 다 아는 사이트에 공고가 올라와 있었고 검색해도 나오는 업체였어요.” 현금수거책 피의자 인터뷰 中 - “돈보다는 사람구실을 하고 싶었거든요 나도 그냥 회사다니고 있다 뭐...월급 조금이라도 내가 내 밥 먹고 살면 솔직히 우리나라에선 평범하게 산다고 할 수 있잖아요“ 현금수거책 피의자 인터뷰 中 -
 
■ 단독인터뷰! 중국 현지에서 만난 총책 시사직격은 수소문 끝에 중국 현지의 한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이른바 ‘총책’으로 일하고 있다는 A씨를 만났다. 한국에서 수거책 일을 하다 붙잡혀 징역을 살고 나온 뒤 중국으로 넘어갔다는 그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은밀한 운영방식을 털어놓았는데.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물론, 현금수거책이나 전달책들을 모집하는 데 사용하는 이른바 ‘멘트장’은 영화 시나리오를 연상케할 만큼 치밀했다. 총책은 사회경험이 없고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범죄에 끌어들여 이용하기에 가장 좋다고 말한다. 수거책이 된 이들이 왜 쉽게 그만둘 수 없는지, 보이스피싱 조직이 그들을 어떻게 못 빠져나가도록 관리하는지, 그 과정에서 동원되는 ‘좀비앱’의 실체도 낱낱이 공개한다. “보이스피싱을 인지하고 빠지려고 해도 빠질 수가 없어요 이쪽에서 협박이 들어가니까“ - 총책 인터뷰 中 - “그만두거나 자수로 터지면 그냥 버리는 애들도 있고 써먹을 만큼 써먹었으니까“ - 총책 인터뷰 中 -
 
■ 보이스피싱, 몸통을 잡아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보이스피싱, 단순 수거책들을 잡아 엄벌에 처하면 줄어들 수 있을까? 현금수거책으로 일하다 붙잡혀 재판을 앞둔 영진 씨(가명, 27세)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주 7일, 매주 10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다. 자신이 가담했던 보이스피싱 사건 피해자들과의 합의금을 갚기 위해서다. 현금을 전달하고 수거책들이 받는 돈은 평균 10만원 남짓. 정작 피해자의 돈은 해외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흘러들어간다. 최근 보이스피싱의 원조격인 이른바 ‘김미영 팀장’과 ‘김민수 검사’가 검거됐다. 그러나 진짜 몸통에 해당하는 이런 총책급의 검거율은 불과 1.8% 남짓. 이들이 쉽게 잡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수해서 오게 되면 그들을 구하러 가는 작업들을 같이 해야 된다“ 서영교 의원 인터뷰 中 - “수익금의 대부분은 정범한테 흘러갔는데 처벌은 단순 수거책들에게 훨씬 무겁게 이루어지는 모순이 나타난다“ 이형주 변호사(전 판사) 인터뷰 中 - ‘나는 인간 대포통장이었다’ 편에서는 보이스피싱 최신 수법을 분석하고 ‘현금수거책’들이 어떤 식으로 이용되고 버려지는지 당사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보여준다. 나아가 단순 수거책에게 무거운 형량을 선고하고 발생한 피해의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보이스피싱 범죄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탐사 보도의 노하우와 정통 다큐멘터리의 기획력을 더했다! 《시사직격》 일본 강제동원 손해배상사건과 제주 4.3 군사재판 희생자들의 재심사건 담당. 거대한 국가 폭력에 항거하는 피해자의 곁을 묵묵히 지켰던 임재성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매주 금요일 밤 10시, KBS 1TV 방송 ✔ 제보 : 010-4828-0203 / 시사직격 홈페이지 / betterkbs@gmail.com ▶홈페이지 : http://program.kbs.co.kr/1tv/culture/... ▶트위터 : https://twitter.com/KBSsisajg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kbssisajg1 ▶인스타그램 : www.instagram.com/kbssisa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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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공범 몰린 스무살 청년 ‘무죄’ 확정 [인간 대포통장]

기사입력 2021.11.18. 오후 5:02 최종수정 2021.11.18. 오후 6:07 기사원문 스크랩 
 
20대 청년 취업사기 속아 현금수거책 연루
'고객' 3명 만나 7150만원 받은 후 무통장 입금
항소심 재판부 “원심 무죄 판결 반하는 납득할만한 사정 없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최재원 작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지난달 27일 대구고등법원 법정에서 판사가 주문을 읽었다.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에 ‘현금수거책’으로 가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최민정(21·가명) 씨의 무죄가 확정된 순간이었다.

스스로 생활비를 조달하면서 대학진학을 준비하던 최씨는 지난해 미끼 구인공고에 속아 ‘거래처 사람을 만나 수금하는 업무’를 했다. 이게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만나 피해금을 받아오는 범죄였다는 건 나중에야 알았다. 올 4월 검찰은 그를 사기,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기소했다.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판단한 것이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국민배심원 7명은 검사의 주장과 변호인의 변론을 듣고, 재판부에 제출된 증거들을 살핀 끝에 최씨에게 죄가 없다고 평결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즉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을 맏은 대구고법 2형사부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판결문에 “(원심) 배심원의 평결이 잘못됐다고 볼 수 없고 원심의 판단에 반대되는 충분하고 납득할 만한 사정이 있지 않다”고 적었다.

최씨의 1심 변호인이었던 강수영 변호사(법무법인 맑은뜻)는 “검사는 줄곧 법리적으로 피고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1심 결과를 뒤집을)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진 못했다”며 “법원도 ‘뭔가 이상했다’라는 점만으로는 큰 규모의 재산범죄의 공범으로 처벌하기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민정(가명) 씨의 항소심 판결문. 무죄를 선고한 1심 결론이 유지됐다.
갓 스무 살, 어쩌다 공범으로 몰렸나


그간 보이스피싱은 비대면으로 범죄가 성립됐다. 검사나 금감원 직원을 사칭하는 ‘그놈 목소리’로 피해자를 속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받는 대면편취 방식이 폭증했다.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심부름꾼을 온라인에서 물색했다. 채용 사이트, SNS 등 온라인에 ‘가짜 구인공고’를 뿌려서 일자리가 필요한 평범한 시민을 낚았다.

최씨는 조직으로서는 낚기 쉬운 대상이었다. 그는 고등학교까지 외국에서 보냈다. 그러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귀국했다. 나라 안팎이 어수선해졌고 설상가상 집에선 유학비용을 지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외국에서 미래를 설계했던 20세 청년은 좌절감에 휩싸였다. 부모님과 갈등 끝에 스스로 돈 벌어서 앞으로 계획대로 살겠다며 집을 뛰쳐나왔다. 지난해 11월 가출청소년쉼터에서 지내면서 이력서를 적어 알바천국에 올렸다.

일주일 뒤 무역회사의 인사담당자라는 이가 이력서를 보고 연락해왔다. “단순행정, 회계업무 등을 하면 된다. 영어 가능자를 우대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면접’만 거치니 입사가 결정됐다. 처음엔 계좌이체 같은 단순업무를 시키더니 “거래처 고객을 만나 수금해서 무통장 입금하는 업무를 해 달라”고 했다.

11 17~23일 5차례에 걸쳐 ‘고객님’ 3명을 만나 ‘대금’ 7150만원을 받았다. 그걸 은행 자동화기기(ATM)로 무통장 입금했다. 하지만 고객으로만 알았던 이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그들이 건넨 대금은 피해금이었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안 사실이었다. 최씨는 “한국에서 회사생활 경험이 없고 보이스피싱이란 단어도 몰랐다. 돈이 필요해 알바를 했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취재팀이 보이스피싱 대면편취 사건 판결문 252건, 257명의 현금수거책 피고의 형량을 분석했다. 전체의 70%가 징역형을 받았다. 무죄가 나온 재판은 단 2건이었다. 초범이어도 보이스피싱 단순 가담자로 기소되면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웠다. 권해원 디자이너
무죄 극히 드물어…대부분 형사처벌


취업사기를 당해 보이스피싱에 관여한 ‘현금수거책’들은 저마다 결백을 호소한다. 하지만 대부분 형사처벌을 면치 못한다. 헤럴드경제가지난해 7월부터 올 6월 말 사이 선고가 이뤄진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판결문 252건을 분석했더니 무죄는 2건뿐이었다. 70.0%가 징역형, 집행유예는 28.8%를 차지했다.

범죄 전력이 없던 초범도 보이스피싱에 엮이면 어떻게든 형사처벌을 면치 못하는 구조다. 형사정책적으로 “모르고 했다”고 주장하는 단순 가담자들도 강력하게 처벌하는 게 수사기관과 법원의 기조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씨가 무죄를 받아낸 건 이례적이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전환한 점이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 변호인들은 국민 눈높이에서 사건의 진실을 설명해야 무죄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검찰은 국민참여재판 전환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씨의 1심 판결문에서 배심원 평결결과를 서술한 대목

변호인은 배심원들에게 증거를 보여주면서 “이런 사람도 징역 살게 하고 인생 다 포기시켜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익명을 요청한 국선변호사(재판 참여)는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현금수거책 일을 한 피고가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를 확보한 점이 유리한 부분”이었다며 “조직원이 실제 회사인 것처럼 행세하고 고객님, 직원, 사원번호, 퇴사, 급여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대화를 배심원들에게 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피고 최씨는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입학했고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겨우 스무 살에 또래는 상상도 못하는 경험을 했다. 그가 무죄 확정에 기뻐하지 못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변호인들이 전했다.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더라도 피해자들을 만나 7000만원 넘는 거금을 받았다는 죄책감을 지우긴 힘들다는 것이다.

기획취재팀=박준규·박로명 기자



[헤럴드경제 디지털스토리텔링 : 인간 대포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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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nyang@heraldcorp.com, 박로명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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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준생 죽음 몬 '김민수 검사', 中공안 체포됐다 풀려나[강주안 논설위원이 간다]

강주안 입력 2021. 11. 16. 00:33 수정 2021. 11. 16. 06:30 댓글 2
 

추가 범행에 20대 극단 선택


“택배ㆍ경리 업무” 믿은 청년들만 철퇴

지난 7일 오후 8시쯤 경기도 안산의 한 지하철역 앞에서 A씨(22)를 만났다. 대학 2년생인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사흘 뒤 법원 선고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검ㆍ경 수사기록 등에 따르면 그가 함정에 빠진 건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한 직후인 지난 1월이다. 채용사이트 ‘알바몬’을 통해 신용정보회사와 연결됐다. 코로나19 속 비대면 면접을 통해 대출 관련 업무라는 설명을 들었다. 두 차례에 걸쳐 200만원과 1300만원을 전달한 그는 혹시나 해 인터넷을 검색했다. 보이스피싱일지 모른다는 게시물을 본 그는 파출소를 찾아갔다.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그는 보이스피싱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해명했지만, 검ㆍ경은 그가 범죄임을 몰랐을 리 없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A씨는 "군 적금으로 집에 에어컨을 달아드렸고 학비를 보태려다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일요일인 이날도 온종일 공장에서 아르바이트(알바)하고 나오는 길이었다. 혹시라도 전과가 생길까 봐 근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이 위조한 검찰 공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름을 적었다.


A씨는 요즘 전국의 경찰서ㆍ검찰청ㆍ법원ㆍ구치소ㆍ교도소에 넘쳐나는 ‘알바 범죄자’ 중 한 명이다. 검사와 수사관을 사칭해 시민들을 감쪽같이 속이는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피해자에게 돈을 받아내려 또 한 번의 정교한 사기극을 벌인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현실을 악용해 알바몬이나 알바천국 같은 사이트를 무대로 알바생을 끌어들인다. 택배ㆍ경리ㆍ금융 알바라고 속인다. 재직 증명서를 보내고 근로계약서까지 쓴다. 알바생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자들과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일자리를 얻었다는 20대 사회초년병의 기쁨이 묻어난다.


중형에 거액 물어내는 알바생

그러나 사기가 드러나는 순간 알바생들만 체포된다. 떳떳한 알바라는 생각에 자기 휴대폰으로 집까지 택시를 부르고 자기 카드로 돈을 내 바로 검거된다. 그들을 끌어들인 범죄자들은 이미 종적을 감춘 뒤다. 알바생들만 남아 경찰ㆍ검찰 조사를 받고 ‘자금수거책’ ‘현금운반책’이라는 태그를 단다. 그들 머리 위로 총책ㆍ사장ㆍ유인책ㆍ장집관리자ㆍ관시담당ㆍ상담원 같은 ‘성명불상자’들이 등장한다. 알바생들은 졸지에 이들과 공모한 범죄조직원이 된다. 범행을 설계한 본범(本犯)을 못 잡으니 범죄 조직에 뜯긴 시민의 돈을 갚는 것도 알바생 몫이다. 몇십만원을 번 죄로 수천만 원, 수억 원을 물어내라는 압박에 눌린다. 그래야 형량이 조금 줄어든다.

보이스피싱 주범들이 알바생에게 보낸 가짜 재직증명서.

지난 4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중앙지법의 한 법정 앞에 20대 여성이 아버지ㆍ변호인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대학을 다니다 우울증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치료를 받으며 재택 알바를 해왔다. 일당 7만원의 총무 업무가 덫이었다.부친은 "만약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다면 제가 그 일을 하도록 놔뒀겠습니까"라고 했다.

재판이 시작됐다. 검사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B씨가 최후 진술을 했다.

"죽어야 이 죄를 감당할까 자책했지만, 속이 문드러지시는 부모님을 보며…" 눈물이 쏟아졌고 목소리는 떨렸다. 방청석에 앉아 울음을 참던 아버지의 어깨가 흔들리며 "흑흑"하는 소리가 새 나왔다. 짧은 취업의 기쁨 속에 100만원 남짓 벌었던 B씨는 합의금만 수천만 원을 물어야 했다.

지난해 발표된 ‘보이스피싱 전달책의 가담경로에 관한 연구’(홍동규ㆍ홍순민ㆍ김한결)에 따르면 A·B씨 같은 전달책은 절반 이상(50.6%)이 전과가 없고 10~20대가 무려 77%를 차지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전과자로 전락하는 셈이다.


검찰·법원 "보이스피싱 엄단 불가피"

보이스피싱 범죄는 연간 3만건에 이르고 지난해 피해 금액만 7000억원이다. 범죄인줄 알면서 가담한 사람들을 엄벌하자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대검찰청 관계자는 “현금수거책은 속은 피해자들을 직접 대면해 범행을 최종 완성시키는 역할로 엄단이 필요하다”며 “이들 중 조직원과 적극 공모하고도 ‘몰랐다’며 처벌을 피하려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 관계자는 “판사가 먼저 유ㆍ무죄를 가려서 유죄로 판단되면 양형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양형위원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조직적 사기에 해당하고 피해 금액이 크기 때문에 특별 양형 인자를 반영해 권고 형량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사회적으로 보이스피싱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분위기”라며 “만약 약하게 처벌하면 어떤 쪽으로 발전해갈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알바생을 속이기 위해 제공한 가짜 사업자등록증.


문제는 속았을 경우다. 검찰과 법원은 범죄인 줄 알았는지 철저히 따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사건을 많이 접한 사람들 생각은 다르다. 전민성 변호사는 “단순히 알바로 생각했거나 가담 사실을 모르고 시작한 일들인데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이를 참작하기보다는 ‘알았을 것이다’라고 단정하고 결국 중형이 선고된 사례가 많다”고 말한다.

경찰 출신인 임휘성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은 “최근에도 입대를 앞둔 대학생이 잠깐 알바를 하려다가 속아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며 “100만원 정도 보수를 받고서 피해자들에게 3000만원을 주고 합의해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고의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한 사건을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알바생을 통해 건넨 가짜 카드사 영수증.

대검과 은행연합회가 지난 5일 발표한 보이스피싱 대책엔 ‘고액 알바 등을 미끼로 구직자를 현혹해 현금수거책 등 점조직의 말단으로 가담시킨다’며 ‘절박한 구직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위험으로까지 확대되는 상황’이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중국 공안에 잡힌 날, 인맥 통해 곧바로 석방

알바생까지 엄벌하는 한국과 대조적으로 중국에선 보이스피싱 주범들을 검거하고도 풀어줬다는 조직원들의 증언이 중앙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지난달 부산지방법원에서 징역형을 받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 C씨는 지난해 10월 부산경찰청 조사에서 2017년 칭다오에서 일당이 전부 중국 공안에 체포됐던 사실을 털어놨다. C씨에 따르면 범행 장소인 아파트에 한국인이 드나드는 걸 수상하게 여긴 경비원이 공안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출동한 공안은 조직원들이 DB를 보면서 범행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무전기로 지원을 요청해 공안 20여명이 들이닥쳤다. 조직원들을 대형 승합차에 태워 파출소로 끌고 갔다. 그런데 공안에 인맥이 있는 조직 핵심인물 전모씨가 간부에게 연락해 그날로 석방됐다는 것이다.

같은 조직에서 일했던 D씨도 "공안에 2차례 잡혀갔지만, 전 씨가 힘을 써 풀려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로 20대 취업준비생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갔다. 중국 공안이 보이스피싱 일당을 처벌하거나 한국에 인도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중국서 가담한 한국인이 국내로 돌아와 검거된 사례도 중국 보이스피싱 주범들이 공안 당국에 손을 써 조직에서 이탈하려는 한국인을 불법체류자로 체포해 강제 추방했기 때문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경찰은 범죄 무대가 된 중국 칭다오ㆍ옌지ㆍ다롄ㆍ선양 등지의 아파트 주소와 특징 등을 파악하고 사진까지 확보했지만, 검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법조계 "본범 못 잡고 책임 전가"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사회 취약계층의 변론을 맡은 한 국선변호인은 "본범을 잡는 게 국가의 역할인데 종범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일괄적으로 답을 정해놓고 기소를 하고 재판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범죄단체 수사를 많이 했던 서울지검 강력부장 출신의 김규헌 변호사는 “재범 이상인 경우엔 미필적 인식이 있다고 봐야 하지만 어쩌다 걸려든 사람의 경우 ‘강자에겐 엄하게 약자는 관대하게’라는 원칙으로 검사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이병찬 파트너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알바생들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범행 도구로 이용된 것”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이들을 피해자를 달래는 도구로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과실범에 불과한 이들에게 검찰과 법원은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미명하에 무조건 실형을 선고해 보이스피싱 방지의 도구로 삼고 있다”며 “이는 형사법상 대원칙인 책임주의에도 반하는 위헌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받은 A씨

대학생 A씨의 1심 선고일인 지난 10일 오전 9시 30분쯤 법원 앞에서 그를 만났다. 혼자였다. 그는 "진짜로 몰랐고, 두 번 알바비 20만원을 받고 이상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경찰서에 갔기 때문에 무죄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선고가 시작됐다.

-생년월일을 말씀하세요.

"1999년 O월O일입니다."

-유죄가 인정됩니다. 합의하지 않은 점은 불리한 정상입니다. 범행의 이익이 크지 않은 점은 유리한 정상입니다. 징역 1년을 선고합니다. 단 2년간 집행을 유예합니다.

돌아서는 A씨의 얼굴에 당황함이 역력했다. 그는 "수업 들으러 학교에 가야 한다"며 법원을 나섰다.

강주안 논설위원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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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구직업체에 등록된 곳이 보이스피싱 조직..범죄자로 몰린 20대

김대호 입력 2021. 11. 04. 07:00 수정 2021. 11. 04. 07:01 댓글 4

 

행사대행 업체로 등록한 후 대출업무 시켜
중간 전달책 역할로 사기·사문서 위조 혐의
"피해자들 피해금액까지 물어내야 할 상황"

경찰, 보이스피싱과의 전쟁 TF 구성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20대 여성이 구직 사이트를 통해 취업한 곳이 나중에 알고보니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으로 드러나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일이 일어났다.

4일 관계 기관들에 따르면 경기도 포천에 사는 20대 여성 A씨는 작년 12월 대형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 에 올라온 B 업체를 보고 연락해 일하게 됐다.

당초 행사대행 업무를 한다고 광고했던 B 업체는 면접을 본 후 A씨에게 대출중개라는 다른 일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사회경험이 부족했던 A씨는 제2금융권 업무라 생각하고 그곳에서 시키는 대로 여러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아 업체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A씨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으러 가면 '감사하다'고 말했으며 어떤 분은 고생한다고 홍삼도 챙겨주어서 전혀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할 때 텔레그램과 전화로 연락하며 업무를 진행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대면접촉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았다.

그는 이렇게 한달가량 일을 하는데 경찰서로부터 자신이 하는 일이 보이스피싱이라며 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으며 경찰서로 출석해 조사도 받았다.

A씨에게 돈을 전달했던 사람 중 일부가 뒤늦게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던 것이다.

A씨는 지난 1월 이후 경찰 조사를 거쳐 최근 사기와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됐으며 오는 26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 A씨와 관련해 접수된 피해금액은 5천여만원으로 집계됐으며, 피해자들과 배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A씨가 재판에서 불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여기다 다른 피해자들까지 신고가 들어오면 그들 피해금액까지 A씨가 배상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한다.

연령별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 사례 (서울=연합뉴스) 장성구 기자 = 금융감독원은 올해 2~3월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신청 등을 위해 금융회사 영업점을 찾은 피해자 62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를 토대로 피해 유형을 분석해 지난 6월 공개했다. sunggu@yna.co.kr

A씨의 작은 아버지는 "보이스피싱 몸통을 놔두고 전달책으로 이용당한 사람만 잡아들여 처벌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범죄 총책을 잡아 처벌하고 피해금액을 배상토록 해야 한다"면서 "조카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카가 경찰에서 보이스피싱 조직 전화번호로 연락해보자고 했지만 경찰이 '소용없다. 잡지 못한다'며 듣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식당에서 밥을 먹다 이가 부러져도 보상을 받는데 대형 구직 사이트에서 소개된 업체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구직 사이트 관계자는 "평소 보이스피싱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경찰 당국과 협조하고 있으며, 업체들이 공고를 올릴 때 '단순 전달책' '고액알바' ' 채권 회수' ' 현금 수거' 등의 단어가 뜨면 등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 정보, 연락처, 등록자 등의 정보를 파악, 수사기관과 협조함으로써 우리 사이트를 통해 구직한 분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보이스피싱 몸통을 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 보이스피싱 사기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가정이 파탄 나는 등 고통받는 다른 피해자들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 사건이 안타깝지만 법원에서 잘 설명하길 바란다면서도 일단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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