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파출소 옮겨라" 소송 낸 고승덕 부부

신수지 기자 입력 2017.11.30. 03:07 수정 2017.11.30. 09:52 
1975년 만든 파출소 일대 땅, 2007년 연금관리공단서 매입
2013년엔 사용료·월세 소송 승소.. 주민들 "이전 반대" 서명운동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이촌파출소에서는 최근 '파출소 철거를 막아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에 주민 서명을 받고 있다. 파출소 부지를 소유한 땅 주인이 지난 7월 파출소를 철거해 달라고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부터 29일까지 3000명 넘는 주민이 서명했다.

땅 주인은 '마켓데이 유한회사'라는 법인이다. 부동산 개발·투자 등을 하는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의 유일한 임원으로 등재돼 있는 이모씨는 고승덕(60·사진) 변호사의 배우자다. 회사 주소는 고 변호사의 사무실 주소와 같고, 파출소 철거 소송 대리인은 고 변호사다. 고 변호사 부부가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파출소가 포함된 이 일대 3149.5㎡(약 952평) 넓이 땅의 주인은 원래 정부였다. 1966년 이촌동 일대에 공무원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 정부는 이 땅을 공공시설 부지로 입주민들에게 제공했다. 1975년 파출소가 들어섰고, 옆에는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1983년 관련법 개정으로 땅 주인은 정부에서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 바뀌었다.

고 변호사 측은 2007년 공단으로부터 이 땅을 42억여원에 매입했다. 지하철 이촌역과의 거리가 200m 정도이고 대로변에 접한 노른자 땅이어서 건물을 세우면 그 가치가 수백억원에 이를 거라고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은 말한다. 다만 파출소와 놀이터가 있어 개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공단은 고 변호사 측에 땅을 팔면서 계약서에 '파출소로 인한 부지 사용 제한 사항은 매입자가 책임진다'는 특약 조건을 넣었다. 고 변호사 측은 살 때부터 파출소로 인한 제약을 알고 땅을 산 것이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있는 이촌파출소. 지난 7월 부지 소유자가 파출소를 철거해 달라는 소송을 내자 동네 주민들이 철거 반대 서명 운동에 들어갔다. /신수지 기자

고 변호사는 땅 계약이 성사된 이듬해인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 서초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3년 고 변호사 측은 파출소가 땅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며 4억6000여만원의 밀린 사용료와 함께 월세 738만원을 내라고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3년이 넘게 걸렸고 지난 4월 대법원은 파출소 측이 1억5000여만원과 매월 243만원씩을 내라고 확정 판결했다. 그러나 고 변호사 측은 판결 3개월 만에 파출소를 철거하라고 새로 소송을 냈다. 현재 소송은 다음 달 11일 양측 간 조정 기일이 열릴 예정이다.

이촌파출소는 주변 1만가구, 주민 3만여명을 관할하고 있다. 이촌파출소를 관장하는 용산경찰서 측은 "파출소가 꼭 있어야 하는데, 땅값이 워낙 비싸고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당장 파출소를 옮기기는 여의치가 않다"며 "가능한 한 월세를 내고 계속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고 변호사는 "지난해부터 (경찰청 예산에) 이촌파출소 이전(移轉) 예산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아 부득이 소송을 낸 것"이라며 "굳이 파출소를 빨리 내보낼 이유는 없고, 조정에서 원만한 해결 방법을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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