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흥국 "가수협회 둘러싼 내막..양심선언 해주면 용서"

손정빈 입력 2018.04.22. 09:30

댜른 미투 사건과 달리 초지일관 '음해'라 주장
"가정, 방송, 가수 활동 다 무너지고 이제 백수"
"아무 확인도 없이 기사 써..미투 왜곡하는 일"
"대한가수협회장 자리 노린 음해..숱한 정황"
"러시아월드컵 코앞, 응원단도 없이 보낼 판"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가수 김흥국(59)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에 휩싸인 건 지난달 14일이다. 30대 여성 A씨는 이날 방송에 출연해 2016년 11월 김흥국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김흥국은 "성추행도 성폭행도 없었다. 배후가 누군지 안다"며 법적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두 번째 폭로는 김흥국이 A씨 사건으로 경찰 조사 받기 전날인 4일 터졌다. 김흥국과 30년간 알고 지냈다는 B씨는 김흥국이 2002·2006년 월드컵 응원 당시, 그리고 2012년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성추행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내용이었다. 김흥국은 "음해"라고 또 한번 반박했다. 성추문에 휩싸인 김흥국은 결국 모든 활동을 접었다.

이후 'B씨가 김흥국 측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고, 이에 B씨 측은 '그런 적 없다'고 맞서면서 '김흥국 미투'는 진실 공방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사건이 앞서 벌어진 미투들과 보이는 가장 큰 차이는 김흥국이 자신을 둘러싼 성추문을 초지일관 '음해'로 규정해왔다는 점이다. '성관계는 있었지만 성폭행은 아니다'라거나 '격려 차원의 행동이지 성추행은 아니다'는 식의 변명이 아니었다. 그는 왜 배후 세력과 음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언급하는 걸까.

그 이유를 듣기 위해 19일 김흥국을 여의도 대한가수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내 인생이 한 순간에 무너져내렸다. 밥도 잘 넘어가지 않고, 잠도 오지 않는다. 러시아월드컵이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라며 운을 뗐다.

-경찰 조사 이후 어떻게 지냈나.

"내가 올해 예순이다. '기러기 아빠' 생활을 15년 넘게 했다. 정말 긴 세월인데, 모범적으로 살았다. 가수 활동, 방송 활동 열심히 했다.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백수가 됐다. 가정도 무너지고, 방송도 가수 활동도 다 무너졌다."

-미투가 본인에게 닥칠 거라고 상상도 못했겠다.

"미투는 참 아름다운 거다. 우리 사회가 좋은 쪽으로 가야한다는 거 아닌가. 나도 같은 마음이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다르다. 이건 미투가 아니다. 본질이 흐려졌다. 아름다워야 할 미투가 나쁜 쪽으로 가고 있다. 이건 바로잡아야 한다."

-어떻게 다르다는 건가.

"A씨 사건을 봐라. 그 사람은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A씨와 내가 나눈 문자메시지만 봐도 그게 아니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 내게 초상화도 선물했다. 올해 초에는 그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눈썹 문신도 했다. 성폭행한 사람에게 그럴 수 있나. 그것 말고도 다양한 정황 증거들이 있다. 경찰에 모두 제출했다. 난 떳떳하고 자신있었기 때문에 핸드폰도 내놨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도 응했다.

-B씨 건은 무엇이 문제인가.

"B씨 폭로를 봐라. 피해자가 직접 나섰나. 아니다. 그럼 최소한 피해자가 누구인지는 특정할 수 있나. 그것도 전혀 아니다. 그러면 목격자라는 B씨가 기자에게 직접 제보했나. 그것도 아니다. B씨가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누군가가 기자에게 전달해서 만들어진 기사다. 이게 미투인가. 이렇게 아무런 확인도 없이 기사를 써도 되는 건가. 난 정말 이건 아니라고 본다. 악의적이다. 아름다워야 할 미투를 왜곡하는 일이다."

-결국 불순한 의도를 가진 폭로라는 이야기 아닌가. 앞서 반복해서 해왔던 이야기다. 그렇다면 당신을 음해할 이유가 무엇인가.

"대한가수협회장 자리 때문인 거로 보고 있다."

-당신을 가수협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이 엄청난 일을 꾸몄다는 말인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 자리가 그렇게 중요한 자리인가.

"사실 봉사직에 가깝다. 앞서 여러 차례 밝혔지만, 난 사비를 들여가며 가수협회를 운영해왔다. 쉽지 않은 자리다. 내가 맡기 전까지 가수협회를 사람들이 잘 모르지 않았나. 예능 나가서 정말 열심히 홍보했다. 길거리 지나다니면 초등학생들이 '호랑나비가 아니라 가수협회장님 지나간다'라고 했을 정도니까. 회원도 많이 늘었다. 아이돌 그룹들도 가입했다. 많지 않지만, 회비도 들어왔다. 또 2016년에 문화체육관광부 승인받아서 한국음악실연자협회 미분배 저작료 집행을 가수협회가 맡게 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가수협회가 예전과 다른 위상을 갖게 됐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자리일 수 있다."

-가수협회가 만지는 돈 때문이라는 건가.

"돈이 전부는 아니다. 그 돈이 그렇게 큰 액수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사비를 털어 운영했다는 거다. 가수협회장이라는 자리가 상징적인 자리이지 않나. 1대 회장이 남진, 2대 회장이 송대관, 3~4대 회장이 태진아 선배다. 모두 대한민국 대표 가수다. 명예가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탐을 낼 수 있다. 또 가수협회에는 유명 가수만 소속돼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무명가수들이 있다. 그들에게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어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자리일 수도 있다."

-음해라는 근거는 있나.

"A씨를 내게 소개해준 사람, B씨의 이야기를 듣고 기자에게 제보한 사람 모두 가수협회에 소속돼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협회 일을 해오다가 다소 문제가 생겨 나와 사이가 틀어졌다. 협회에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없게 되자 그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수많은 정황 증거들이 있다. 그 두 사람에게는 생계를 위해서도 가수협회 일이 매우 중요했다. 그건 내가 회장이니까 잘 알고 있지 않겠나. 내게도 들어오는 정보들이 있다. 이런 내용들은 모두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두 번째 폭로는 그 내용이 꽤나 구체적이었다. 2차 폭로 이후 비난 여론이 컸던 것도 그때문이다.

"그 부분도 답답하다. 음해하려는 쪽에서는 얼마든지 말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 그 정도를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나. 구체적이기만 하면 진실이 되는 건가. 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카페 아르바이트생을 성추행했다는데, 거긴 카페가 아니라 술집이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B씨는 상황이 어려워서 알바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걸로 안다."

-두 번째 폭로자 B씨와는 어떤 관계인가.

"안 지는 30년 정도 됐다. 무명가수이고, 월드컵 응원 다닐 때 동행하곤 했다."

-B씨가 폭로 이후 사과의 뜻을 전했다는 이야기가 있고 또 그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내게 직접 사과한 건 아니다. B씨가 내 측근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본의 아니게 너무 힘들다. 형 좀 잘 돌봐달라' '스트레스로 입맛을 잃었다. 몸무게도 3킬로가 줄었다. 행사도 취소하고 집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마음이 힘들다. 죄송하다'는 내용이다. B씨가 이런 말을 왜 하겠나. 왜 힘들다고 말하고, 왜 형을 잘 돌봐달라고 하겠나. 왜 죄송한가. 내가 정말 나쁜 놈이고, 죽을 죄를 지었다면 이 친구가 이렇게 말하겠나. 그게 아니니까 이런 말을 하지 않았겠나. B씨가 하루빨리 양심선언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난 그를 용서할 수 있다. "

-일각에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평소 생활이 어땠으면 이런 일에 휘말리냐는 거다.

"내가 술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건 대한민국 사람들이 다 안다. 난 좀 왁자지껄하게 술을 마시는 스타일이다. 여기저기 자리도 옮겨다니고, 액션도 크다. 그렇다고해서 술을 억지로 권하지는 않는다. 술 아까워서 안 마시는 사람한테는 주지도 않는다. 그런 스타일이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지 않나. 나랑 술 마시는 거 즐겁다고 항상 불러달라는 사람도 있다. 김흥국 매너 좋다는 사람도 많다. 앞서 말했지만 열심히 살았고,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 연예인으로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이번 사건으로 가족도 매우 힘들어할 것 같다.

"그렇다. 충격이 크고 상처도 컸다. 처음으로 가족 회의를 열었다. 조금만 참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진실은 밝혀질 거라고 했다. 어쨌든 이런 일에 휘말리게 돼 가족에게 정말 미안하다."

-앞으로 계획은 뭔가.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요즘 절에 다니면서 참선 중이다. 러시아월드컵이 코앞인데, 큰일이다. 응원단도 없이 보낼 수는 없지 않나…."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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