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대종상①] #불참속출 #방송사고..올해도 촌극의 120분(종합)

조연경 입력 2018.10.23. 09:30 수정 2018.10.23. 09:30

[일간스포츠 조연경]

 

이제 사고가 없으면 더 놀라울 정도다. 논란이 없으면 대종상이 아니다. 이쯤되면 이슈를 위해 일부러 사고를 내나 싶을 정도로 방송사고는 대종상영화제가 추구하는 하나의 콘셉트(?)가 됐다.

결국 올해도 촌극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시상식을 치르기 전까지는 "절치부심 최선을 다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가 이 정도라면 반백년 역사를 위해서라도 떠나주는 것이 맞다.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제55회 대종상영화제가 또 한 번 대중들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수상자에게 수여되는 트로피의 무게와 가치, 그리고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마음은 어떤 시상식이건 우열을 가릴 수 없다. 하지만 시상식 자체의 권위는 주최 측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종상영화제는 4년째, 대충상·대리상의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수상자들이 받은 상의 가치까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자아낸다.

 

수상 결과에 대한 이견은 없다. 최우수작품상부터 각종 기술상, 그리고 신인상까지 지난 1여 년간 관객들과 함께 한 다양한 작품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골고루 나눠 가졌다. 특히 55회 대종상영화제는 공정성을 위해 각 부문별 심사위원들의 심사 결과표를 화면 하단에 공개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문제는 시상식 진행 방식에 있다. 일단 후보들의 대거 불참으로 20개 부문 중 절반 이상이 대리수상으로 진행됐다. 스태프들은 사실상 전원 불참. 이에 따라 1부는 남녀신인상을 수상한 '폭력의 씨앗' 이가섭과 '마녀' 김다미 단 두명을 제외하고는 수상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이 과정에서 의상상과 편집상은 대리수상자까지 준비 돼 있지 않아 MC 신현준이 급하게 무대로 나서기도 했다. 언제쯤 남의 트로피 받는 신현준을 보지 않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방송사고는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역대급'을 찍었다. 지난해 이준익 감독과 최희서를 뒷담화 하는 스태프들의 목소리가 생중계 돼 파문을 불러 일으켰던 대종상은 이번에도 숱한 잡음과 스태프들의 목소리를 노출시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급하게 마이크를 끄는 소리, 타이밍에 맞지 않게 틀린 음악 속도도 완벽한 시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잡음 정도는 약과에 불과하다. 이날 최고의 명장면은 음악상 수상자로 '남한산성' 사카모토 류이치가 호명됐을 때, 무대 위로 당당하게 올라가 자기소개를 한 여성이다. 그는 스스로를 탤런트 겸 가수 한사랑이라고 소개했지만, 사카모토 류이치와는 일절 인연이 없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여성은 '남한산성'과도, 사카모토 류이치와도 전혀 관계없는 인물이 맞았다. 당초 '남한산성' 관계자가 대리수상을 하려 했지만 무대 위에 먼저 오른 여성으로 인해 우왕좌왕해야 했다. 이에 '남한산성' 관계자는 이후 '남한산성'이 촬영상을 수상하자 무대에 올라 "'남한산성'과 상관없는 사람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된 것 같다"는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수상자 사카모토 류이치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영상을 만들어냈다. 촌극이 따로 없다.

 

수상자에게 부상으로 수여되는 그림도 흡사 경매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협찬을 크게 받은 것인지 가격까지 상세하게 언급, 가격이 얼마까지 올라가는지 뜻하지 않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올해도 여지없이 여느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시트콤보다 재미있는 120분을 완성한 대종상영화제다.
▶제55회 대종상영화제 수상자(작) 최우수작품상 = '버닝' 감독상 = 장준환('1987') 남우주연상 = 황정민·이성민('공작') 여우주연상 = 나문희('아이캔스피크') 남우조연상 = 故 김주혁('독전') 여우조연상 = 진서연('독전') 신인감독상 = 전고운 감독('소공녀') 신인남우상 = 이가섭('폭력의 씨앗') 신인여우상 = 김다미('마녀') 시나리오상 = 전고운('소공녀') 촬영상 = 김지용('남한산성') 조명상 = 조규영('남한산성') 편집상 = 김형주·양동엽('곤지암') 음악상 = 사카모토 류이치('남한산성') 미술상 = 박일현('공작') 의상상 = 조상경·손나리('인랑') 기술상 = 진종현('신과함께-인과 연' 시각효과) 기획상 = 이우정('1987') 우리은행 스타상 = 설현 특별상 = 故 김주혁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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