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학적 전문가? ‘PD수첩‘ 소리공학자 배명진 교수의 진실은…
기사입력 2018.05.23 09:17:39


본문이미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D수첩'이 소리공학연구소장 배명진 교수의 분석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22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목소리로 범인을 찾아 드립니다"-소리박사 배명진의 진실' 편이 전파를 탔다.

배명진 교수는 소리와 관련된 사건 사고가 있을 때마다 신문과 방송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온 국내 최고의 음향전문가. 하지만 'PD수첩'은 배 교수의 음성 분석이 과학적이지 않다는 학계의 제보에 따라 이보도를 준비했다.

'PD수첩'은 배 교수의 분석이 빗나갔던 사례들과 그의 잘못된 분석이 '미제 사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사건들을 소개했다.
2012년 10월 제주방어사령부 김모 하사가 제주시 도남동의 한 하천 바닥에서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건 당시 군은 김 하사가 그를 질책했던 상사 때문에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배 교수는 당시 공중전화로 접수된 실제 신고 음성과 김 하사를 질책했던 선임 군인 목소리가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타살 의혹을 부추겼다. 당시 선임 군인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나 유족은 의심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신고자는 다른 사람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신고자가 지명 수배자였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었던 것. 배 교수의 잘못된 목소리 분석 하나로 인해 해당 선임이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지목될 뻔한 사건이었다.

김 하사 유가족은 처음 배명진 교수의 음성 분석 결과를 믿었던 이유에 대해 "배명진 교수의 어떤 그런 성문 분석 자체를 너무 믿었던 부분이 있었다. 그럴 것이다가 아니라 어쨌든 기계를 갖다 놓고 수치로 이야기하니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이 실제 119 신고자를 밝혀낸 것에 대해 "이 사람(배명진 교수) 때문에 혼선만 빚고.. 야 이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옥엽 박사는 "나를 비롯해 동료들의 의견을 말하자면 (배명진 교수가) 과학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사람들한테 헷갈리는 정보를 주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박사는 "보통 보편적 가치로 과학적이라고 이야기하면 정확함, 객관적인 것, 믿을 수 있는 것 이런 가치를 많이 부여한다"면서 "(김 하사 사건 관련) 이건 완전 무고니까 상당히 잘못한 거다. 무슨 사유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논리적 비약 표현을 한 거다. 그 방송에서는 마치 전화를 건 사람이 죽인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굉장히 감정하는 내내 사실 부담스러웠던 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PD수첩'은 이뿐 아니라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음성 파일, 이른바 '성완종 녹취'에 대해 배 교수가 직접 작성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감정서를 입수했다.

방송에 따르면 배 교수는 해당 문건에 "고 성완종 회장이 이완구에게 줬다는 금액을 이야기할 때 평균 62.7% 진실성이 얻어졌고 오락가락하며 모호하게 발성했다"고 적시했다. 이완구 전 총리에게 돈을 지불했다는 고 성완종 회장의 증언은 허위라는 내용의 감정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

이에 대해 음성학자 F는 "사실 연구자들은 이런 걸 알고 싶어한다. 사람들이 거짓말할 때와 거짓말 안 할 때 목솔에서 어떤 특징이 나타나는가. 그런데 그게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할 만한 연구 결과가 지금까지 안 나오는 거다. 그런데 배명진 교수님 연구실에는 그런 게 있는 것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감정서를 쓸 일이 아니다. 음성거짓말 탐지기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지를 객관화시킨 다음에 그걸 많은 나라에 팔아야한다. 그게 사실이라면"이라고 말했다.

전 박사는 해당 문건을 접한 후 "재밌는 글이다. 근데 보통 그런 데이터를 얻으려면 단지 음성만 모아 참이다, 거짓이다가 아니라 다른 생체 정보를 봤더니 이렇게 말할 때 확실히 참이라고 확인한 정보를 다시 참이라고 넣어 데이터를 하나 만들고 그런 과정이기 때문에 굉장히 고통스럽다. 이거 하루에 한 명 만들기도 힘들다. 근데 이 정도 쓴다는 건 결국 책임을 지고 유용성 검증이 충분히 된 어떤 방법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PD수첩' 인터뷰에 나선 나사렛대 언어치료학과 이봉원 교수 역시 '목소리로 그 사람의 연령대를 알 수 있다'는 배 교수의 주장에 대해 "개인차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목소리만으로 개인의 연령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PD수첩' 측은 "전문가 의견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결과 분석이 재판부에 재출됐다. 그 일부는 과학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였다"며 "이게 과연 국내에서 쉬쉬하고 적당히 덮고 넘어갈 문제인지 학계 전문가들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PD수첩'의 인터뷰 요청에 배 교수는 "그걸 왜 입증해야되냐. 그럼 그건 결국 내 과학적 수준을 테스트해보겠다 그 이야기밖에 안 되는 거 아니냐"며 "이걸 갖고 어마어마한 건 우리가 수도 없이 하고 있다. 노벨상 받을 만한 것도 지금 하고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노벨상 받을 만한 일도 하고 있다. 그런 정도로 과학적으로 연구해 세계적 인정을 받고 있는 건데 그 중 날 비토하는 사람 없겠냐. 난 그런 데 말려들고 싶지 않다는 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syon@mk.co.kr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