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파국' 맞나.."'산유국도 망한다' 첫 사례 될 수도"

김신회 기자 입력 2017.07.30. 14:28

 

마두로, 30일 제헌의회 선거 강행 태세..반정부 시위 절정, 식료품 사재기 등 불안 고조
2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제헌의회 선거에 저항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베네수엘라가 30일(현지시간) 제헌의회 선거를 앞두고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다. 4개월째 이어진 반정부 시위는 선거를 하루 앞두고 절정으로 치달았고 식료품 사재기 행렬은 이 나라의 파국이 머지않았다는 우려를 고조시켰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끝내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하면 베네수엘라가 산유국으로는 처음으로 완전히 망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마두로 대통령이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할 태세라며 이번 선거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끝장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선거로 구성될 제헌의회가 마두로 정권에 사실상 무제한의 권력을 부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선거는 말만 선거지, 유권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6120명의 후보 가운데 545명의 제헌의회 의원을 뽑아야 하지만 후보가 친정부 인사 일색이다. 심지어 마두로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도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에 반발한 야권 후보는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제헌의회는 헌법 개정, 국가기관 해산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마두로 대통령이 제헌의회를 통해 독재권력을 강화하려는 속셈이라며 지난 4개월간 거세게 저항해왔다. 그동안 반정부 시위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110명이 넘는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마두로 정권이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하면 강력하고 신속한 경제 제재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주 마두로 대통령의 측근 13명을 제재 대상에 올려 관련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기업의 거래를 금지했다.

로이터는 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대가 29일 하루 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나섰다고 전했다. 야권 인사인 프레디 게바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까지 바리케이드를 넓히고 모두가 일요일에 길거리로 나와 베네수엘라의 변혁을 요구하자"고 썼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미 지난 28일부터 오는 1일까지 시위를 전면 금지했지만 야권은 30일에 수도 카라카스의 주요 도로를 봉쇄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빵과 우유, 닭고기같은 식료품 사재기에 나섰다. 시위가 더 격렬해지면 경제활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식료품을 사기 위한 예금 인출 바람도 거세다고 한다. 경제난과 독재를 피해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로 가는 난민 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베네수엘라가 이번 선거 후폭풍 속에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유력 상품(원자재) 투자전략가인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상품 전략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최신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가 이미 큰 붕괴를 겪고 있지만 마두로 대통령이 제헌의회 선거를 강행하면 산유국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완전히 망할(fully fail)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및 달러 거래 금지 등을 통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를 표적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봤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한다. 수출의 95%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지만 2014년 중반에 시작된 국제유가 급락세로 경제에 이미 치명상을 입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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