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들, 난 룸살롱 안가..체육계 성폭력 실태 조사해보니"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9.01.10. 09:33 수정 2019.01.10. 09:45

                          
      
말 못할 체육계 성폭행 피해자들 많아
前 선수들에 일종의 '트라우마' 왜?
고립된 훈련장 그리고 '일상적 성폭행'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용철(서강대 교육대학원 스포츠심리학과 교수)

심석희 선수. 고등학교 2학년이던 4년 전부터 최근까지 조재범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온 겁니다. 고소장에 구체적으로 진술한 성폭행만 10건입니다. 이 10건은요. 모두 장소와 시간, 구체적인 상황 묘사까지 가능한 것들만 모았을 때 10건이라는 거예요. 경찰은 지금 신빙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온 국민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심석희라는 인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빙상계가 인정하는 스타인데 어떻게 세계 톱클래스 선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심석희가 이런 상황에서 훈련을 했다면 과연 이게 심 선수에게만 벌어진 특수한 일이었을까, 라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죠. 여러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이게 현실인가 싶으시죠? 그런데 이미 10년 전부터 이 체육계의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 문제 제기해 오셨던 분이 있습니다. 서강대학교 스포츠심리학과 정용철 교수를 연결해 보죠. 정 교수님, 나와 계세요?

◆ 정용철>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심석희 선수 성폭행 얘기를 접하고 일단 10년 전부터 이 문제에 관심 가져오셨던 분으로서 어떠셨어요?

◆ 정용철> 일단은 처음에는 다른 모든 국민들이 느꼈을 것 같은 분노를 같이 느꼈는데요. 제가 이 체육계에 있는 한 일원으로서 느꼈던 마음은 일종의 자괴감 내지는 자책감이 더 컸고요. 왜냐하면 이런 사실이 하루 이틀 있었던 게 아닌데 그동안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 데에서 매우 어쩌면 심석희 선수한테 굉장히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또 한 구석으로는 이런 용기를 내준 거에 대한 또 굉장한 고마움도 있고요. 여러 가지 감정이 좀 복잡하게 들더군요.

◇ 김현정> 심석희 선수가 이렇게 말을 했어요. ‘내가 성폭행 사실을 고백하는 이유는, 세상에 알리는 이유는 제2, 제3의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길 바라서다.’ 이 얘기를 돌이켜보면 제2, 제3의 성폭행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얘기잖아요. 그걸 심석희 선수는 알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 정용철> 그게 사실은 아까 여준형 코치도 얘기했지만 이런 일이 터지는 게 사실은 심석희 선수니까 지금 이 정도의 파장이 되고 이렇게 되지 사실 그전에 수많은 이야기 못 했던. 그리고 얘기를 했다가 바로 바로 덮힌 선수들의 이야기들이 굉장히 많고요.

◇ 김현정> 많아요?

◆ 정용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사실은 이게 어쩌면 기적처럼 일어난 일이다. 왜냐하면 평창에서 남북한 단일팀이 없었더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이걸 무마하기 위해서 진천선수촌을 방문했을 리도 없고 그때 마침 심석희 선수가 그 전날 폭행을 당해서 이탈하지 않았다면 이게 밝혀지지 않고 그냥 넘어갔을 확률이 굉장히 높거든요. 그래서 그 정말 기적 같은 여러 가지 사건들이 겹치고 겹쳐서 지금 여기까지 온거고요.

심지어 처음에는 폭행으로만 계속 얘기를 하다가 결국 얼마 전에 성폭행까지 얘기를 했는데 이런 부분까지 오는 데 정말 어렵게 여기까지 와서 ,심석희 선수가 성폭행당한 건 너무나 안타깝고 괴로운 일이지만 이를 통해서 사실은 우리나라 스포츠계의 지금까지 계속 오랫동안 있었던 성폭행의 문화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어떤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이런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우리 정용철 교수님은 ‘10년 전부터 이런 일이 있습니다. 여러분, 주목해 주세요. 바꿔야 됩니다, 대안 주세요’ 를 외쳤던 분이시기 때문에 제가 질문을 드립니다. 그 사례들을 상당히 많이 알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문제 제기를 하셨더라고요. 어떤 것들을 목격해 오신 거예요?

◆ 정용철> 제가 한 2010년에 귀국을 해서 전직 선수였던 제자하고 연구를 하던 중에 핸드볼 선수였는데요. 그 대학원생이 자기 친구들, 전직 동료들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제가 한 8명을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첫 번째 모두 거절을 당했어요. 그래서 굉장히 놀라워서 왜 그러냐 했더니 ‘그때 시절을 회상하고 싶지 않다.’ 이런 식으로 거부를 하는 것들을 보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있구나.

이런 것들을 좀 알고 결국 설득을 해서 한 네 분 정도를 인터뷰를 했는데 그 내용들을 보면 너무 충격적인 내용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예를 들어서 지금도 그때 코치나 감독 선생님의 나이 또래의 어른을 보면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그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도 있고 정상적으로 어떤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때 받은 상처나 폭력이나 특히 성폭력 같은 것들이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들을 그때 좀 목격을 했고요.

◇ 김현정> 예를 들면. 그러니까 일상적인 성폭력이라는 게 상상이 안 돼요. 그러니까 지금 핸드볼 팀이라고 그러셨잖아요. 그러면 단체고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훈련하는 거지 어디 골방에서 하는 게 아닌데 도대체 일상적인 성폭력이라는 게 어떻게 벌어질 수 있는 건지요?

◆ 정용철> 예를 들면 예전에 합숙소가 굉장히 많았고요. 그리고 훈련하는 트레이닝의 장소가 사실은 매우 폐쇄된 공간이기도 하고요. 이들이 학교를 다녀도 학교 안에서 굉장히 섬처럼 고립된 생활을 하고 심지어 남자 코치들은 여자 선수들이 자유롭게 다른 일반 학생들과 만나고 교류하는 것조차 굉장히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 김현정> 왜요?

◆ 정용철> 왜냐하면 운동에 방해가 되고 집중을 못 한다. 그리고 전적으로 이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 오히려 예를 들어서 남자친구를 사귀는 거. 이런 거 상상할 수 없고요. 이런 일이 있으면 오히려 그걸 통해서 오히려 심각한 수준의 폭행과 성폭행이 이어지는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취재를 해 보니까 무슨 참 이걸 방송에 전달을 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지금 심석희 선수가 이렇게 나서서 자신의 사례를 얘기하면서까지 이걸 바꿔야 한다고 얘기하는 마당이기 때문에 저희도 말씀을 드린다면 코치가 귀에다가 이걸 어떻게 전해야 되나요? 신체의 일부분을 집어넣는 일을 당했다는 인터뷰까지 하셨다면서요.

◆ 정용철> 그런 녹취록이 있고요. 그 녹취록 보고 저도 굉장히 놀랐는데 사실 더 놀라운 거는 그 내용들을 제가 학회에 발표도 했었어요. 그래서 발표했는데 사실 그 논문 자체가 별로 그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게 오히려 저한테 굉장히 놀라웠어요.

◇ 김현정> 오히려 묻혔다는 것이. 그 내용들을 어차피 논문으로 알려지라고 발표한 것들이니까 제가 그냥 읽겠습니다. 코치들이 술을 마시면서, ‘나는 룸살롱에 안 가. 여자 선수 애들이 있잖아’ 라는 말을 하는 걸 목격했다는 선수가 있었고 코치가 ‘귀에다가 혀를 집어넣었다’ 라는 이런 녹취록을 다 연구 과정에서 얻으신 거죠?

◆ 정용철> 네.

◇ 김현정> 그렇습니다. 지금 여러분들 들으시면서 너무 충격적이실 텐데.

◆ 정용철> 그거를 끝나고서 사실 그걸 실행했던 제 제자도, 저도 그렇고 이 얘기를 저희가 듣고 그냥 학위 논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사실을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들을 해서 굳이 그걸 또 논문의 형태로 해서 발표를 했던 그런 기억이 있고요. 그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크게 달라지거나 반향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이런 전 국민적인 어떤 관심이나 어떤 분노 같은 게 사실은 어떤 면에서는 정말 이번 기회에도 안 된다면 제가 생각할 때는 앞으로 한 5년, 10년이 지나도 아마 똑같은 일이 벌어질 거고 어쩌면 이런 일이 없어지는 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까지 합니다.

◇ 김현정>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합니다, 여러분. 피해자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 가해자가 어떻게 정당하게 처벌을 받는지 지켜보고 대안 마련까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용철> 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CBS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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