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좋아 사장이지..하루 12시간 일하고 월200만원 못가져갈판"

신수현,백상경 입력 2018.07.15. 18:09

소상공인·편의점주 '최저임금 불복종' 확산

◆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편의점에서 점주가 아르바이트생 없이 직접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말이 좋아 고용주지. 이젠 누가 편의점 하라고 협박을 해도 절대 안 할 겁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 모씨(54)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르면서 이미 직원 2명에게 주는 월급이 지난해 240만원에서 올해 280만원으로 대폭 뛰었다. 내년부터는 시급 8350원을 줘야 해 인건비만 300만원이 넘게 나갈 판이다. 주휴수당, 4대 보험료, 퇴직금 등 부수적 비용까지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폐업을 하고 싶어도 가맹계약 위약금에 폐업 비용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는 "12시간 직접 일하는 내 수입이 작년 300만원 수준에서 올해 200만원 중반으로 떨어졌다"며 "내년에는 월 수입 200만원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도대체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지난 14일 결정되면서 소상공인·편의점주들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15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에 불복하는 '모라토리엄' 실행에 나서는 한편, 인건비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과 동맹휴업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7일 긴급 이사회와 24일 총회를 거쳐 동맹휴업과 집회 등 단체행동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4일 성명서에서 "지난 12일 선포한 '소상공인 모라토리엄'을 실행에 옮기고 인건비의 과도한 상승으로 인한 원가 반영을 각 업종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손실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인상하겠다는 얘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불과 1년 만에 최저임금이 29%나 올랐는데 매출이 29% 이상 늘어난 소상공인 업체가 있겠느냐"며 "폐업과 인력 감축의 기로에서 정부의 방치 속에 비참한 현실을 스스로 헤쳐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또 소상공인연합회는 "사용자위원 불참 속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 '뒤집힌 운동장'에서 벌어진 최저임금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모종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된 '일방적 결정'에 불과하다"며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 등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전원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안이 관철되면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이 200만원을 밑돌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소상공인 평균 영업이익은 209만원으로, 근로자 평균 급여 329만원의 64% 수준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이 10.9% 올라가면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200만원 선도 자연스럽게 깨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함께 걱정하고 있다.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일본처럼 종업원 없이 혼자 장사하거나 가족끼리 운영하는 가게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음식점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신용불량자, 60세 이상 고령자가 많은데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이들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편의점 가맹점주들도 들고 일어났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인건비 인상에 따라 월 1일 공동휴업과 심야 할증, 쓰레기종량제 봉투 카드 결제 거부 등의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대응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카드수수료 조정 등 실질적인 부담 경감 방안과 근접 출점, 상가 임차료, 불공정 가맹계약 등의 해결에 정부·가맹본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월평균 수익이 작년 195만원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130만2000원으로 줄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추가 인상으로 더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일반적으로 올해 편의점주의 한 달 수익은 작년 대비 약 70만원 줄었고, 내년에는 50만~60만원 더 감소해 2년 새 120만~130만원이나 줄어들게 됐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4만여 개 가운데 하위 20%는 월 매출이 500만~600만원에 그친다. 임차료 인건비 등을 내고 나면 수입이 200만~400만원 수준이며 대출로 적자를 메우는 곳도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계 회장은 "내년 최저임금 8350원에 주휴수당·4대 보험료를 감안해 25%를 가산하면 사실상 시급 1만원 시대가 열린 셈"이라며 "미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주휴수당 때문에 평균적으로 점주가 주는 시급은 올해 9700~9800원에서 내년 1만700~1만800원 정도로 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수현 기자 /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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