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양승태의 욕망..상고법원·권력 강화·사법부 보수화

김현섭 입력 2018.07.31. 19:34

사법행정권 남용 비공개 문서 공개
양승태 '큰 그림' 3가지로 압축돼
'사법부 독립도 팽개친' 상고법원
'판례 어기면..' 대법원 권력 강화
'진보 대법관 안돼' 사법부 보수화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8.06.01.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문서가 31일 추가 공개됐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조사한 410개 문서파일 중 공개되지 않았던 나머지 196개 파일의 원문을 사법부 전산망에 모두 공개했다.

모든 문서가 공개되면서 양 전 원장이 재직 중 추진했던 '큰 그림'도 드러났다.

양승태 행정처의 수 많은 '전략'은 때론 졸렬하기도 하지만 때론 놀랄만큼 빈틈 없고 광범위했다. 이 모든 게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양 전 원장은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권과 밀착, 상고법원 관철

상고법원은 '양승태 행정처' 사법행정권 남용 파문의 시작이자 끝이다.

제목에 '상고법원'이 명시된 것들을 포함해 대한변호사회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단체 압박 같은 각종 방안 강구 문서 등 상고법원 관련 내용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제는 상고법원 자체가 아니다. 수장의 숙원사업을 위해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신성한 가치를 바닥에 패대기치듯 했다는 게 국민들에게 경악과 좌절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이날 추가 공개된 문건 중 '(150731)상고법원설명자료(BH)'이라는 게 있다. '150731'은 2015년 7월31일이라는 문서 작성 날짜이다.

여기서 양승태 행정처는 청와대를 설득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는데, '상고법원 판사 임명에 VIP 意中(의중) 관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라는 항목이 있다.'VIP'는 대통령을 의미한다.

상고법원 판사 임명에 대해 "피추천자 중 후보자 최종 선택과정에서도 BH(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되도록 보장할 것임"이라며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판사 실질적 임명권한 포기"라고 나와있다.

상고법원이 도입될 경우 대법원장 권한을 포기하고 판사들을 아예 정권이 '찍어주는' 인물들로 채워넣겠다고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법원 권력 강화

그러면서도 양 전 원장은 대법원 위상은 놓치지 않으려 했다. 나아가 정권과 '코드 맞추기'를 통해 오히려 더 강화하고 확대하려고 했다.

행정처는 설명자료 문서에서 상고법원이 설치돼도 "정부 운영에 영향을 미치거나, 공공의 이익과 관련됐거나, 국가·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은 대법원에서 처리한다"고 못박았다.

'무소불휘' 대법원이 되겠다는 양승태 행정처의 야욕은 앞서 공개된 '(150922)대법원 판례를 정면으로 위반한 하급심 판결에 대한 대책'에서도 드러난다.

대법원은 2015월 3월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한 관계에서 민사상 불법 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당시 행정처는 6개월 뒤인 같은 해 9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는 고의 내지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오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라며 해당 문건을 작성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의 하급심 구속력에 대한 이론적 검토부터 시작해 해당 1심 판사의 '직무윤리' 위반 가능성까지 따져봤다.

◇사법부 보수화

양 전 원장은 원래부터 '보수 법관'으로 불려왔다. 그는 자신의 취임으로 시작된 사법부 보수화의 '영속'을 원했다.

이의 일환으로 행정처는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 분열이나 와해를 꾸준히 시도했다.

행정처는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해 ▲허가 전문분야 이탈·무시→국제인권은 물론 통상적인 인권법 논의 영역도 이탈, 정치적 含意(함의) 포함 주제 및 연사 다수 ▲사법행정 전반 및 최고법원 구성에 조직적 개입 시도→핵심세력이 2015. 7. 발족한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을 통해 인권과 무관한 사법행정의 쟁점들에 조직적 관여 ▲일부 강경·핵심세력이 연구회, 나아가 사법부 전체 여론 오도라며 트집을 잡았다.

그러면서 '새로운 연구회의 발굴 및 신설'이라는 이름 하에 모임 구성원들의 관심을 돌리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다.

"외국어·해외사법·국외연수에 관심 있는 법관 다수" "'국제' 관련 이슈 포괄적으로 망라·포섭·유인 가능"이라며 사법국제화연구회, "젊은 법관의 관심" ''세련된 명분 제시 중요"라며 법원,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law 연구회 등을 후보군에 올렸다.

판사 '우민화(愚民化)' 전략의 분위기마저 읽히는 발상들이다.

양승태 행정처는 박근혜청와대를 상대로 상고법원 도입을 설득하기 위한 과정에서 보수화 DNA를 드러내기도 했다.

행정처는 2015년 7월28일자 '상고법원입법추진을위한BH설득방안'에서 설득 수단 중 하나로 '대법관 증원론의 문제점 지적-대법관 증원론 주장 세력의 의도 간파 필요'를 적었다.

그러면서 "상고제도 개선이 공론화된 상황에서 자칫, 상고법원 도입이 좌초된다면, (민변 등) 진보세력이 대법관 증원론을 강력한 대안으로 주장하며 최고법원 입성의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우려 매우 높음"이라고 밝혔다.

af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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