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어머니와 의붓동생까지..용인 일가족 살인 사건의 재구성

윤영현 기자 입력 2017.11.02. 14:33


일가족 3명을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는 35살 김 모 씨가 지난달 30일 현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김 씨는 도피 전인 지난달 21일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의붓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같은 날 강원도 평창에서 의붓아버지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사법 당국은 우리 수사 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어제(1일) 김 씨를 구속했습니다. 김 씨는 뉴질랜드 도피 중 과거 현지에서 저지른 절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구금된 상태입니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S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서 진행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와의 대담을 바탕으로 용인 일가족 살인 사건의 전말을 분석해봤습니다.

■ 10월 21일,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일가족이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달 21일입니다. 이날 오후 2~5시쯤 용인시 처인구 아파트에서 55살 여성 A 씨와 14살 B 군이 수차례 흉기에 찔려 살해됐습니다. 두 사람은 모자(母子) 관계였습니다. 같은 날 저녁 8시 강원 평창군의 한 도로 졸음 쉼터에서 B 군의 아버지 57살 C 씨도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사건 발생 나흘 뒤인 지난달 25일 모자의 시신이 발견됐고, 경찰은 장남 김 모 씨를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김 씨가 계획적으로 가족을 살해하고 도주한 정황을 포착한 겁니다. 하지만, 김 씨는 범행 이틀 뒤 아내와 자녀 둘을 데리고 이미 뉴질랜드로 출국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습니다.

깨끗하게 정리된 사건 현장, 증거 인멸 위해 밀가루까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치밀한 계획범죄로 보이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모자가 살해된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범죄 현장은 깨끗하게 정리된 상태였습니다. 이 교수는 "당시 시신이 발견된 아파트 안은 범행 현장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모자가 살해된 현장에서는 범인이 밀가루를 뿌려 증거를 훼손하려 한 흔적도 발견됐습니다. 이 교수는 "범인이 영화 등을 통해 밀가루를 뿌리는 수법을 터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혈흔에 밀가루를 뿌린 행동을 볼 때 증거를 은폐하려는 범인의 의지가 굉장히 강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 피의자의 치밀한 행각…출국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던 이유는?

김 씨는 범행 발생 이틀 만에 뉴질랜드로 출국했고 일가족의 시신은 그로부터 2~3일이 더 지나고 나서야 발견됐습니다. 김 씨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출국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교수는 범행 이후 범인의 치밀한 행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출국 직전 인천공항까지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갖고 다녔습니다. 지인들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주말에 해외여행 갔다', '술 취해서 자고 있다' 등 일일이 거짓 대응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친척과 지인들에게 피해자의 행적을 거짓으로 알려 혼선을 주고 신고가 늦어지도록 해 사건 발생 이틀 뒤인 23일 출국까지 시간을 번 겁니다.

■ 뉴질랜드에서 구속된 피의자…언제 송환될까?

김 씨는 뉴질랜드에서 저지른 절도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김 씨는 4,100달러어치 전자제품 절도 혐의로 기소되자 도주 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왔다가, 다시 뉴질랜드로 달아났습니다. 이 교수는 이런 동선이 김 씨의 계획 중 일부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 씨는 어제(1일) 변호사를 통해 우리 당국의 송환 방침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우리나라 송환 시기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한국은 뉴질랜드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어 김 씨 송환을 요청할 수 있으나 일단 김 씨가 현지에서 절도혐의로 체포된 만큼 현지 사법당국의 절차에 따라 인도 시기가 구체화 될 전망입니다.

이런 가운데 김 씨의 아내 정 모 씨가 뉴질랜드에서 자진 귀국하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 씨는 남편의 범행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경찰은 정 씨를 상대로 남편 김 씨의 범행을 알았는지, 알았다면 어느 정도 가담했는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입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윤영현 기자yoo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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