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독방 배정은 위헌" 빗발.. 헌재 판단은? [뉴스+]

김태훈 입력 2018.09.28. 10:26 수정 2018.09.28. 11:01

교정시설 과밀수용은 '고질'.. 여기저기서 "대책 마련 시급"

우리나라 교정시설의 과밀수용 문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10년 전인 2008년 108%였던 수용률(수용정원 대비 1일 평균 수용인원)이 지난해 120%로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10명이 쓸 공간에 12명이 수용돼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구치소 수용자는 6∼7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넓은 공간을 혼자 독거실처럼 쓰는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에서 비롯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헌재 "전직 대통령 넓은 방 혼자 쓰는 것 위헌 아냐"

28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제3지정재판부(재판장 유남석 헌재소장)는 최근 시민 박모씨가 “일반 재소자에 비해 박·이 두 전직 대통령에게 넓은 거실을 제공하는 등 합리적 이유 없이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각하란 헌법소원 청구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합헌 또는 위헌 여부를 따질 것도 없이 사건 심리를 종료하는 결정을 뜻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박씨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박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혜가 자신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박씨가 두 전직 대통령과 경쟁관계에 있어 설령 그 혜택이 제거되더라도 박씨의 법적 지위가 향상될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평등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없고 자기 관련성도 인정되지 않아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박씨는 이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나 박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수용자가 아니므로 두 전직 대통령이 넓은 공간을 혼자 쓴다고 해서 기본권을 침해당하지 않는 만큼 헌법소원을 청구할 자격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이 전 대통령이 쓰는 서울동부구치소 독거실은 면적이 13.07㎡(약 3.96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부구치소는 최근에 문을 열어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서울구치소 독방도 면적이 10.08㎡(약 3.05평)에 달한다. 반면 두 사람 같은 ‘범털’이 아닌 일반 ‘개털’ 구치소 수용자의 1인당 면적은 1㎡(약 0.3평)에 불과하다. 2016년 헌재는 “구치소 1인당 수용면적이 너무 좁은 것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법무부에 “향후 5∼7년 안에 구치소를 포함한 교정시설의 수용자 1인당 면적을 2.58㎡(0.78평) 이상으로 넓혀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교정시설 내 범죄 증가 추세… "과밀수용 해소해야"

박씨 같은 일반인이 아니고 이·박 두 전직 대통령처럼 수용자 신분인 국민이 헌법소원을 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는 비좁은 곳에서 어렵게 생활하는데 전직 대통령이란 이유로 넓은 공간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하면 헌재에서 과연 받아들여질까.

실제 박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수감되고 8개월이 지난 올 1월 헌법소원을 낸 당사자가 있다.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서울구치소 수용자는 아니고 다른 교정시설에 수감된 이모씨가 주인공이다.

이씨는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박 전 대통령을 넓은 혼거실에 독거 수용한 조치는 일반 수용자의 과밀수용을 유발하고 평등 원칙에도 어긋나므로 독거실에 수용해야 한다”며 “물이 생존에 필수적임에도 수용시설에서 여름에 얼음물을 배급하면서 배식표에 ‘특식’이라고 명시한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재 제1지정재판부(재판장 이진성 당시 재판관)는 각하 결정을 내리며 “이씨는 박 전 대통령과 다른 수용시설에 수용 중인 사람으로, 수용 과밀화를 유발한다는 막연한 주장만 하고 있고 다른 수용시설에서의 혼거실 운용이 본인의 기본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구체적 주장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로 인해 직접 이씨의 기본권에 어떤 영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수용시설에서 여름에 얼음물을 배급하면서 배식표에 그 명칭을 무엇으로 하는가에 따라 이씨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고, 그에 관한 이씨의 구체적 주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런 헌법소원 청구 및 각하 결정과 별개로 교정시설 과밀수용 문제는 시급히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최근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해 “2008년 649건이던 교정시설 내 사고가 2011년 911건으로 늘어난 이후 매년 900건 안팎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정시설 과밀수용과 그로 인한 인권침해, 관리·감독 소홀 등 문제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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