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이비교주' 행세 제주 여교사 살해범 9년의 행적

제주CBS 고상현 기자 입력 2018.07.26. 08:30 수정 2018.07.26. 09:06

피해자 4명 하인처럼 부리고 폭행‧금품갈취까지..주로 교회돌며 범행
지난달 2일 범행 직전 아파트 엘레베이터에 탑승한 피의자 모습. <사진=제주지방경찰청 제공>
제주 여교사 살해범은 사이비교주 행세를 하며 수년 전부터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돈을 빼앗는 등 검·경 수사 막바지인 26일 범행 동기와 행적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6월 2일 살인사건 발생 이후 현재까지 피해자는 4명으로 늘고, 혐의는 기존 살인외에도 금품갈취와 폭행, 사기가 추가됐다.

◇범행 흔적 지우고 허위 신고 후 유가족 찾기도

지난 6월 4일 서귀포경찰서는 서귀포시 강정동의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여교사(27)를 수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로 김모(45)씨를 긴급체포했다.

사건이 발생한 6월 2일 김씨는 혈흔 등 범행 흔적을 지우고, 피해자가 "경련으로 쓰러졌다"고 허위 신고를 해 범행 의심을 받지 않았다.

특히 김씨는 사건 당일 유가족을 일부러 찾아 "피해자가 경련으로 쓰러진 후 신고가 늦어 죽은 것 같다"고 태연하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부검 결과 피해자의 복부가 파열되고, 목을 조른 흔적이 발견되는 등 타살 혐의점이 확인되자 경찰은 최초신고자인 김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사건 당일 현장엔 김씨 외에 어느 누구도 드나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포 이후 김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말을 안 들어 홧김에 배를 발로 찼다"며 뒤늦게 일부 혐의에 대해서 시인했다.

제주 초등학교 여교사 살해사건 발생 현장. <사진=고상현 기자>

◇피해자들 하인처럼 부리고 폭행‧금품갈취까지

경찰 구속 수사 이후 최근 검찰에서 살인 혐의로 김씨를 기소하는 동안 피해자는 4명으로 늘었다.

피해자들 모두 김씨로부터 수년간 수천만 원의 금품갈취와 사기, 폭행 등의 피해를 당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김씨로부터 수천만 원의 금품을 갈취 당했다는 한 피해자(30‧여)는 대학생 때도 과외 아르바이트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씨가 한번에 200만원, 300만원씩 현금을 요구했고, 주지 않으면 심하게 때렸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숨진 여교사는 올해 초부터 사건 발생 전까지 김씨로부터 수천만 원을 강제로 빼앗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수년간 김씨에게 흘러간 돈만 2억 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 돈이 주로 무직인 김씨의 생활비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검찰‧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피해자들을 '하인'처럼 부리면서 청소, 설거지, 애 돌보기 등의 집안일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교회에서 마음의 상처 있는 이들에게 접근

이처럼 김씨가 수년간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가정이나 친구관계에서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다.

경찰은 "김씨가 마음의 상처를 안고 교회를 찾은 이들에게 다가가 상담 등을 빙자해 그들이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복종하게 만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이 사건을 단독 보도한 이후 김씨의 행적을 취재한 결과 김씨가 최소 9년 전부터 제주지역 교회 수십 곳을 돌며 범행 대상을 물색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최근까지 서귀포시내 D교회에서 김씨를 만났다는 A(27)씨는 취재진에게 "김씨가 아버지와의 아픈 경험을 캐묻고 해결해주겠다며 사생활에 개입하려 하자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연락을 끊으려 하자 김씨가 자신에게 "내가 누군지 모르고 그러냐. 내가 XXX(사이비 종교 창시자)이다"라고 화를 냈다는 증언도 했다.

실제로 김씨가 피해자들로부터 금품을 가로챌 때 "하나님을 위해 써야 한다" "교회 헌금을 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을 구타하는 과정에서도 "하나님이 벌을 내리라고 했다"고 말하는 등 교회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보였다.

최근까지 김씨가 찾아와 수차례 만났다는 B목사 역시 "김씨가 늘 젊은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며 사이비교주 노릇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로부터 벗어나려던 피해자는 안타까운 죽음

살해당한 여교사는 숨지기 직전까지 김씨의 연락을 피하거나 집안일을 거부하는 등 김씨로부터 벗어나려고 했던 것으로 검‧경은 보고 있다.

그러나 사건 당일 이 여교사는 분노한 김씨가 만나자고 해 또 다른 피해자의 집이자 '합숙소'처럼 쓰였던 서귀포시 강정동의 아파트를 찾았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당했다.

김씨가 피해 여교사를 불러내기 전 보냈던 문자메시지는 하나님의 말씀을 빗대어 죄악을 처벌해야한다는 내용이었다.

김씨와 대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는 한 목사는 취재진에게 김씨를 "미혹의 영"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김씨가 귓가에 하나님 목소리를 듣는다고 얘기했지만, 결국 그 목소리는 하나님의 목소리가 아닌 사람을 해하는 목소리였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귀포경찰서는 이미 기소된 살인 혐의 외에도 금품갈취, 폭행, 사기 등의 추가 혐의에 대해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예정이다.
서귀포경찰서.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CBS 고상현 기자] koss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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