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도, 어머니의 노력도 못 멈춘 폭행"..중학생은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

나진희 입력 2018.11.21. 07:32 수정 2018.11.21. 07:57

[이슈톡톡]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 안팎

피자도, 어머니의 노력도 폭행을 멈추긴 어려웠다.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의 피해 학생 어머니가 가해자들에게 피자를 사주는 등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피해자는 수년간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가해 학생이 법원 출두 당시 입고 갔던 피해 학생의 패딩 점퍼를 ‘성취물’로 여겼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가해 학생들을 향한 국민적 공분이 거센 가운데 폭행 현장에 함께 있던 것으로 확인된 여중생 2명의 증언이 사건에 결정적 단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러시아 지인 “피해자 어머니, 아들 친구들 불러 피자 사주기도”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집단폭행을 당한 끝에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A(14)군과 가해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던 사이로 알려졌다. 특히 A군의 어머니가 가해자들에게 ‘아들과 친하게 지내라’며 맛있는 음식을 사주었다고 전해진다.

13년 전에 한국으로 이주해 피해자 가족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여성 마리아씨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친구(가해자)가 자기 집에 와서 밥 같이 먹고 같이 놀고. 어렸을 때부터 알았어요”라며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었는지. 당연하죠. 이해 못 하죠”라고 허탈한 심정을 드러냈다.


마리아씨는 피해자 어머니가 아들이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피자도 사주기도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 아이(가해자)가 아들 집에 와서 피자도 먹고 같이도 놀았어요”라며 “(그런데도) 우리가 볼 때는 왕따처럼 대했어요. 애들이 안 놀아주니까 걱정하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가족처럼 친구처럼 하고 싶잖아. 그런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마리아씨는 또 “(가해자 중) 제일 키 큰 아이 있잖아요. 그 아이가 제일 (피해 학생과) 친했어요”라며 “이건 제가 볼 때는 여우처럼 하는 것 같아요. ‘이거 해 줘. (그럼) 우리가 놀아줄 거야’ ‘피자 사줘. 그럼 우리가 놀아줄 거야’ 그런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피해자 어머니 “지원에 감사...내 천사가 안식하게 해달라”

숨진 중학생의 어머니 B씨는 20일 자신의 SNS에 아들에 대한 경찰 수사 소식을 전하는 뉴스 누리집 주소를 올리는 등 수사상황에 대한 관심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B씨는 아들의 장례가 치러진 이달 17일 자신의 SNS 소개 사진을 아들의 어릴적 사진으로 바꿨다.

그는 이어 해당 사진에 '사랑한다♥편히 쉬어라 내 아들…'이란 문구를 적어넣고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고 명복을 빌었다.

B씨는 같은날 SNS에 "물질적인 지원에 감사드린다. 그(아들)의 마지막 여행을 보냈지만 더이상 상처를 입지 않는다. 내 천사가 안식하게 합시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려 자신을 도운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가해자들, 패딩 점퍼를 ‘성취물’이라 생각했을 가능성도”

하지만 이러한 피해자 가족의 노력과는 반대로 가해 학생들은 수년간 A군을 괴롭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해 학생 중 한 명은 A군에게서 뺏은 패딩 점퍼를 입고 법원에 출두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수정 경기대(범죄심리학) 교수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가해자들의 심리와 관련 “집단 폭행이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유, 특히 중학교에서 일어나는 이유가 겨울철만 되면 고가의 패딩을 뺏기 위한 이런 다툼들이 일어난다”며 “가해자 입장에서 보면 (패딩은) 본인들이 노력을 해서 얻은 성취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내가 차지하는 게 맞다. 이런 식의 잘못된 사고방식을 지금 갖고 지금 (법원) 출두할 때도 입고 갔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어떻게 보면 소년들의 생각 없음(이다). 그게(패딩 점퍼가) 사실은 가장 중대한 증거물이 될 수도 있는데”라며 “그것을 은폐하기는커녕 입고 버젓이 나타난 걸 보면 얼마만큼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지 하는 것들을 우리가 추정해 볼 수가 있다”고 전했다.

◆가해 학생 4명 외에 폭행 가담 여중생 2명 추가로 밝혀져

경찰 조사 결과 피해 중학생이 추락사 전 공원에서 1차 집단폭행을 당할 당시 기존에 알려진 가해 중학생 4명 외에 여중생 2명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A군이 동급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할 당시 공원 등지에 함께 있었던 여중생(15)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 여중생은 최근 상해 치사 등 혐의로 구속된 남학생 중 1명과 올해 9월부터 알고 지냈으며 피해자인 A군과는 사건 당일 처음 본 사이로 확인됐다.

이들은 A군이 2차 집단폭행을 당한 뒤 추락해 숨진 아파트 옥상에는 함께 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을 직접 폭행하지 않았더라도 현장에 함께 있었다면 사실상 범행을 방조한 것이어서 공동상해 방조범으로 입건될 수 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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