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왕따·끼리끼리' 부작용.. 생일파티·학부모모임 제한 확산

김기윤 기자 입력 2018.07.17. 14:10 수정 2018.07.17. 14:13

 

 

일부 학교 행사 자제 요청

전국 초등학교에서 친구들 간 생일파티나 학부모 모임을 금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와 확연하게 달라진 교실 풍속도다. 생일파티 초대장을 보내고 특정 학부모끼리 친목 모임을 하는 경우 ‘왕따’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장에선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학교에서 반 친구·학부모 사이 모임까지 제한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초등학교는 최근 1학년 학생·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생일 파티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같은 반 친구 전원을 초대하는 게 아니라면 생일 파티를 열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정했다. 생일파티 초대장을 주고받다 보면 소외되는 학생이 생겨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 생일파티가 왕따, 학교폭력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지난 3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급에서는 같은 반 남학생 16명 중 한 아이만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후 생일파티 사진을 반 전체 학부모, 학생이 볼 수 있는 SNS에 올리면서 왕따를 조장했다. 이를 미처 몰랐던 일부 학부모가 소외된 학생에게 사과하고 교사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까지도 갈 수 있는 사안”이라고 경고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경기 지역 한 초등학교에서는 같은 이유로 생일파티와 학부모 모임이 금지됐다. 기존엔 반의 학부모 대표가 다른 학부모들의 연락처를 넘겨받아 단체 대화방을 개설해 모였으나 현재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동의받지 않으면 연락처를 제공하지 않는다.

현장 교사와 학부모 대부분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생일파티나 학부모 모임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부모는 “파티 초대는 물론 생일 선물을 두고도 ‘누가 얼마짜리 선물을 줬다’는 식의 얘기가 있어 불필요한 갈등은 아예 없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학부모는 “학부모끼리 순수한 정보 공유도 어렵게 하고, 아이들이 바라는 생일파티도 힘들어졌다”는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한 지방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차원에서 권장하거나 무작정 금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학교장이나 교원 재량에 따라 조치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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