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문고리 3인방은 대통령 사람이 아니라 최순실의 종”

[추적보도] 최순실 17년 운전기사 육성 증언 ③ 운전기사 김씨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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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는 국정농단 장본인 최순실(60)씨와 그 일가의 일거수일투족을 17년간 가까이에서 지켜본 최씨의 운전기사 김모(64)씨를 인터뷰했다.

김씨는 최씨 차량을 오랫동안 운전하면서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의 통화 내용은 물론 최씨 일가, 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 수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 일가는 김씨를 ‘김 과장’이라고 불렀고, 그는 최순실씨를 ‘순실이’로,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를 ‘정 실장’ 또는 ‘정 사장’ 등으로 각각 불렀다.

최순실씨 17년 운전기사인 김모(64)씨가 지난 9일 수도권의 한 커피숍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김씨와의 인터뷰는 지난 9일 수도권 인근 커피숍과 식당 등에서 장시간 진행됐고, 다시 21일 전화통화를 통해 추가 확인이 이뤄졌다. 다음은 김씨와의 일문일답.

― 최씨가 어떻게 ‘비선 실세’ ‘비선 대통령’이 된 건가. 무슨 ‘안가’ 비슷한 게 있었다는데.

“(박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사무실이 있었다. 순실이가 연구소장으로, 무슨 ‘정치문제연구소’ 소장이었다. 실제 밖에서는 몰라 그렇지, (안가는) 대통령을 만들려고 준비해 놓은 사무실이었다. 사무실은 60평이 넘었다.”

(박 대통령의 의원실 보좌관으로 한때 일했던 양모(43)씨는 최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최씨가 서울 강남 ‘안가’ 회의를 통해 박 대통령 의정활동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증언했다.)



― 그 ‘안가’라는 사무실은 어디에 있었나.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당선 때부터) 대통령이 될 때까지 운영했을 것이다. 서울 성수대교에서 건너온 뒤 두번 째 사거리 부근에 있다. 5층이 사무실이고 6층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품이 비치돼 있었다. 이 사무실을 1998년부터 운영했다.”

(특별취재팀이 증언을 바탕으로 현장을 답사한 결과 김씨가 ‘안가’로 지목한 곳은 서울 신사동 S빌딩 588번지 5층에 위치한 ‘한국문화재단’이었다. 박 대통령과 최씨는 2012년 대선 직전 이 사무실을 비웠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안가’로 활용된 것으로 파악된 서울 강남구 신사동 588번지 S빌딩 전경. 이곳은 한국문화재단(전 명덕문화재단) 사무실로 계약돼 있었으나 실제로는 박 대통령의 후원회 사무실과 안가로 쓰였다.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씨는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박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의정활동을 진두지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취재팀
―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 대통령도 사무실에 왔나.

“자주 왔다.”

― 안가, 즉 그 연구소라는 곳에 박 대통령 말고 누가 왔는가.

“안봉근(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정호성(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이재만(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춘상(박 의원 보좌관, 2012년 사망) 등이 이곳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연구소 사무실에 6명인가 8명이 앉는 회의 탁자가 있는데, 항상 거기서 커피도 마시고 음식 시키면 먹고 그랬다.”

― 안가와 관련해 기억나는 게 있는가.

“언제 한 번은 ‘과장님, (사무실에) 올라오라’고 하더라. 사무실에 올라가 보니 안봉근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 ‘과장님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매(임선이씨)하고 우리 소장님(최순실씨)을 데리고 한강으로 같이 들어가면 어떨까요’라고 하더라. 내가 할매하고 순실이하고 항상 태우고 다니는 사람이니, 그들을 죽여줬으면 하는 거였다. (그래서) ‘그럼 나도 죽는데’라고 그랬지. ‘그렇게 하면(해주면) 안 돼요?’라고 해 ‘XX 내가 미쳤나, 그건 못한다’고 말했다.”

― 누가 왜 그런 말을 한 것인가.

“1999년 때부터 걔들이 그랬다. 오죽하면 그 소리를 했겠느냐. 그들은 ‘우리 의원님(박 대통령)이 코드원(code 1)이 되면, 코드원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다는 거 아니냐, 그럼 (최씨가)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할 것’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지금 순실이가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하지 않느냐.”

― 농담으로 한 말이죠? 그때부터 최씨의 국정농단을 우려했다는 것인가.

“농담이라도 그 소릴 했다니까. 자기들은 농담이었겠지만 어느 정도 진담이 들어 있을 것 아니냐. 그때부터 그런 이야기를 했다. 저 사람들은 순실이의 종이라고 보면 된다.”

― ‘문고리 3인방’이 박 대통령이 아닌 ‘최씨의 종’이란 말이냐.

“그 사람들은 (박) 대통령 사람이 아니다. 순실이의 사람이다. 순실이가 뽑았는데 모두 순실이 사람이다. 그 사람들 모두 순실이하고 정 실장이 뽑았던 사람이야. 그 사람들의 종으로 보면 된다. 이 사람들이 (최씨가) 뭐 시키는데 토를 달면 그날로 그만둬야 된다. 순실이 말을 무조건 들어야 해.”

― 이해를 할 수 없다. 그 사람들은 모두 박 대통령의 보좌관 아닌가. 월급도 받고.

“월급은 거기(박 대통령 측)서 나오더라도 말은 이 사람(최씨) 말을 들어야 돼. 박 대통령은 무슨 이야기를 안 하니까. 자기들이 다 시키고, 연설문도 그렇다. 좋은 건 다 해 자기들이 보고하지. 야들(박 대통령 측근 인사들)은 거기에 일체 간섭을 못해. 그저 순실이가 시켜서 하고. ‘순실이 종’이라고 보면 돼. (심지어) 죽으라면 죽어야 하고. 안 그러면, 반발하면 끝이다.”

― 최씨는 그들에게 어떻게 하는가.

“순실이가 잘지는 않다. 한참 배고플 시간에 나하고 둘이 가다가 떡볶이 파는 데 있으면 둘이 먹고, ‘이것 좀 싸주세요’해 한 4만∼5만원씩 사서 (직원들) 갖다 준다. 느닷없이 ‘가서 회식합시다’라고 해 (사람들을 데리고 가) 지(최씨)가 (돈을) 다 낸다. 축구를 하러 간다든가 하면 그것도 자기가 전부 다 낸다. 서서히 엮이는 것이라 (빠져나올) 방법이 없다.”

― 최씨에게 한번 엮이면 벗어날 수 없다는 건가.

“그렇지. 그러니까 밖에서 (문고리 측근들이) 하나의 종으로 보면 되는데, 안(청와대)에 들어가서도 순실이가 그런 전횡을 저질렀을 거야.”

―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친 게 밝혀졌는데,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에도 연설문을 고쳤나.

“순실이가 백 번 그러고도 남는다. 정호성, 이재만 등이 이것(연설문)을 쓸 때 보면 밤새도록 하는지 다음날 못 나온다. 나중에 나를 보내 데리고 나오라고 한다. 그러면 (연설문을) 정 실장이 보고 그다음에 순실이가 보고 고칠 것 다 고쳤다.”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연설문 원고가 모처만 거치면 걸레가 돼 돌아왔다. 이번에 보니 그게 다 최순실 작품”이라고 말한 바 있다.)

― 그때도 최씨가 연설문을 다시 고쳤다는 얘기인가.

“그렇죠. 가(박 대통령 측근 인사들)들 말마따나 ‘(박) 의원님 위에 정 실장이고, 정 실장 위에 순실이’야. 순실이가 대장이고 의원님이 꼴등이야. (최씨가) 하라면 하라는 대로.”

― 박관천 전 경정이 말한 ‘권력서열 1위 최순실, 2위 정윤회, 3위 박 대통령’이라는 이야기와 같다.

“맞지. 그때부터 계속 그랬어. 박 대통령이 뭘 모른다니까(웃음). 순실이가 대장, 그다음은 정 실장, 박 의원은 꼴등.”

―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간다.

“이해가 안 가죠? 정 실장이 고치면 순실이가 ‘그건 안돼’ 하고 고쳐서 갖다주면 (박 대통령이) 그거 그대로 갖다가 앵무새로(처럼) 이야기하는 거지.”

― 정씨는 상당한 능력이 있지 않느냐.

“정 실장이 (최씨가) 이렇게 하라고 하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고 하면 저렇게 해야 하고. 아무 실권이 없다. (중략) 차에서 (최씨와 정씨가) 싸워. 싸우면 성질나니까 (정씨가) 중간에 가다 (차에서) 내려버린다. 순실이가 이야기도 막 한다. 그럼 정 실장이 보따리 싸서 나간다. (하지만 정씨는) 한 일주일 있다 다시 온다. 몇 번 그랬다.”

― 정씨와 최씨는 어떻게 만났는가.

“정 실장은 대한항공 보안승무원 출신이었다. 순실이가 아는 미국 교포가 있는데, 이 여자가 소개하기를 ‘정 실장이 이번 비행기를 타니까 먼저 그 사람(정씨)을 보고 맘에 들면 내가 (소개)해줄 게’라고 했다고 한다. (최씨가) ‘맘에 든다’고 말해 이렇게 된 거다(결혼했다).”



― 정씨가 그럼 무슨 역할을 했나.

“정 실장은 아무 실권이 없었다.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에 저녁 약속이 있으면 여자라 못 가니까 (최씨가) ‘그러면 실장님 보내세요’라고 하면 (정씨가) 대리로 나간다. 그런 식으로 많이 했다.”

― 계속 드러나는 최씨의 국정농단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정씨를) 핫바지로 세워 가지고 무언가 하려고 하다가 안 되거든. (잘) 안 되니까 지(최씨)가 (국정) 전면에 나온 것 같다.”

김씨는 인터뷰 전후 취재팀에게 “국민이 최씨와 최씨 일가를 제대로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이들의 실체를 국민이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심정에서 인터뷰에 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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