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속도에 방향 튼 솔릭, 수도권은 내일 오전 '고비'

이재상 기자 입력 2018.08.23. 17:45

제주 지역 900mm 이상 '물폭탄', 1만세대 이상 정전
15개 공항, 항공기 770편 대거 결항 사태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서 예보관들이 태풍 솔릭 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2018.8.2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강풍과 호우를 동반한 제19호 태풍 '솔릭(SOULIK)'이 예상보다 느린 속도에 일찌감치 방향을 틀었다. 충주 서쪽을 지나는 24일 오전에 수도권을 통과할 것으로 보여 주의할 필요가 있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솔릭은 제주 서귀포 서북서쪽 약 110㎞ 해상에서 북북서진 중이다.

현재 제주, 전남, 광주, 흑산도, 홍도, 남해동부 먼 바다, 남해 서북 앞 바다와 먼 바다, 서해남부 앞 바다와 먼 바다에 태풍경보가 발령됐다.

솔릭은 계속 북진, 이날 오후부터 서울, 인천, 대구, 경기, 서해중부 앞 바다까지 태풍 예비특보가 발효될 예정이다. 23일 밤에는 강원, 울릉도, 독도, 동해중부 먼 바다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대본에 따르면 솔릭이 지나간 제주에는 엄청난 양의 비가 내렸다. 제주 윗세오름에는 22일부터 23일 오후 4시까지 무려 965.5㎜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초속 22.8m의 강풍까지 불면서 피해가 컸다. 제주에도 302㎜, 전남 진도군에도 186㎜, 전남 강진군도 165.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중대본은 24일까지 제주도, 전남, 강원 영동, 북한 지역에 100~250㎜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강원영동과 제주도 산지의 경우 많은 곳은 300㎜ 이상의 장대비가 내릴 가능성도 있다.

강원 영동을 제외한 중부 지방과 전북, 경북북부, 서해5도는 50~100㎜, 경남동부와 경북남부에도 30~80㎜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6년 만에 한반도를 관통하는 솔릭의 크기는 중형이지만 강도는 '강'으로 위력이 세다. 현재 최대풍속은 초속 35m, 이동속도는 시속 8㎞, 중심기압 970hPa(헥토파스칼)이다. 태풍의 이동속도가 느리지만 여전히 강풍과 함께 많은 비를 동반하고 있다.

태풍 솔릭이 제주를 통과한 23일 제주시 삼양소규모노인종합센터 옥상에 있던 태양광판이 강풍에 휩쓸려 아래로 떨어지면서 전봇대가 부러지고 인근 주택을 덮쳤다.2018.8.23/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오늘 밤 목포 해상→내일 오전부터 수도권에 영향

중대본은 솔릭이 이날 오후 9시 목포 서남서쪽 약 40㎞ 해상을 지나 24일 오전 9시에는 충주 서쪽 약 10㎞까지 접근할 것으로 점쳤다. 예상보다 일찍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태풍 중심이 서울을 지나가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24일 오전부터는 수도권이 솔릭의 영향권에 있게 된다.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22일 저녁 제주 서귀포시 소정방폭포 인근에서 2명이 사진 촬영 중 파도에 휩쓸려 23세 여성이 실종되고, 31세 남성은 부상을 당했다.

정전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1만 2012가구가 태풍의 여파로 정전됐다. 7341가구만 복구됐지만 여전히 4671가구는 복구 중이다. 제주 별도봉정수장 도수관의 누수가 발생하고 가로수 32그루도 전도 피해를 입었다.

태풍으로 인한 전국 다목적댐의 저수율은 47.1%로 홍수조절용량은 66.3억톤이다. 현재 다목적댐 20개소 모두 홍수기 제한수위 이하로 관리 중이다. 또 낙동강, 금강 등 16개 보 중 11개 보의 수문을 개방, 방류 중에 있다.

솔릭의 북상에 따라 곳곳에서 통제가 이어지고 있다. 여객선은 97개 항로 165척이 통제됐고, 김포·김해·제주·광주 등 15개 공항의 항공기 770편이 결항됐다.

무등산, 지리산 등 21개 공원 전구간의 605개 탐방로가 출입이 금지됐다. 특히 제주 한라산 도로는 전 구간이 통제되고 있으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올레길도 전체코스가 통제 중이다.

정부는 긴장 속에 솔릭의 동선을 주시하고 있다. 21일 오후 6시부터 중대본 비상근무가 실시됐고, 22일에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부처 및 지자체 대책회의를 갖고, 인적·물적 피해 최소화 대책을 논의했다. 23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 점검회의를 진행했고, 중대본 비상 1단계를 '비상 2단계'로 격상했다.

제 19호 태풍 '솔릭'이 북상중인 23일 오전 전남 목포시 상동 신흥초등학교에 태풍으로 인한 휴업안내문이 붙어 있다. 2018.8.23/뉴스1 © News1 남성진 기자

행안부는 지자체 대처상황과 태풍피해 예상지역을 점검하고, 이재민 발생대비 비상연락체계, 구호물자 등 지원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17개 시도에 현장상황관리관 34명을 파견, 현장 대응을 지원 중이다.

현재 환경부, 농식품부, 해수부, 국토부, 산업부, 산림청, 경찰청, 소방청 등 중앙행정기관이 태풍 대비 비상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농어촌기관, 국립공원, 한국수력원자력 등 유관기관도 특별점검을 통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저수지 1256개와 배수장 1181개소의 가동상태를 점검했고, 해수부도 태풍 긴급대응반을 운영하면서 수산 증·양식 시설물을 사전 점검했다.

태풍 상황관리전담반을 운영하고 있는 교육부는 안전을 고려해 휴교를 결정했다. 23일 부총리 주재로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진행한 뒤, 전국 1943개 학교의 등·하교 시간을 조정하고 1942교는 휴업하기로 했다.

지자체도 2만578명이 비상근무를 하며 사태를 살피고 있다. 인명피해 우려지역, 해안가 위험지역 등 1만4002개소를 예찰했다. 해안지역의 선박 5만8782척을 이동 또는 결박시키는 안전조치를 취했고, 옥외광고판 6만7040개도 보호했다. 또 둔치주차장 차량 3797대를 대피시켰다.

중대본은 태풍진로를 상시 모니터링하면서, 솔릭 북상에 따른 범정부적 대처를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방송사, 긴급재난문자 등을 통해 국민행동요령 대국민 홍보를 적극 실시하고 있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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