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덮친 댐물에 주민 사망 “대피방송 없었다”


한겨레
최상원  2시간전

© Copyright ⓒ The Hankyoreh. 제18호 태풍 ‘차바’가 북상한 5일 오전 전남 여수시 오동도 방파제에서 물에 빠진 여객선 선원

폭우에 강풍을 동반한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5일 제주와 남부 지방 곳곳이 물에 잠기고 4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이 지역 도로와 철도가 통제됐고, 바닷길과 하늘길도 모두 발이 묶였다. 태풍 영향권 지역의 유치원과 초·중학교는 이날 하루 임시휴업을 했다.

부산에선 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5일 오전 10시39분께 부산 강서구 가덕도 바닷가에 정박해 놓은 선박을 살피던 허아무개(56)씨가 파도에 휩쓸려 숨졌다. 오전 10시50분께 수영구 망미동 2층짜리 주택에서 박아무개(90)씨가 바람에 떠밀려 1층으로 떨어져 숨졌다. 

울산에서는 시간당 최대 139㎜의 비가 내려 도심이 마비됐다. 이날 오후 1시10분께 울주군 언양읍 반천현대아파트 주변 태화강 상류 대암댐 물이 넘치면서 아파트 입구 길에서 주민 최아무개(61)씨가 숨진 채 발견되고, 아파트 일대에 주차한 차량 수백대가 물에 잠겼다. 언양읍 주민들은 “근처 대암댐의 물이 넘치면서 주변 지역이 온통 물에 잠겼는데 사전에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이 전혀 없었다. 주민 대부분이 일상적인 태풍으로만 알고 있다가 어이없이 피해를 당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또 오전 11시10분부터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 생산라인 일부가 물에 잠겨 공장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케이티엑스(KTX) 등 경부선 신경주역~부산역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경남에선 오전 9시20분께 거제 시내 철탑 전력선이 끊기면서 거제 8개 읍·면·동 4만7000여가구가 정전되는 등 경남 전체 5만2000여가구의 전기 공급이 2시간여 동안 중단됐다. 오전 9시께 대전~통영 고속도로 통영 방향 고성3터널 출구 부근에선 산사태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통영 방향 2개 차로 모두가 흙으로 덮여 차량 통행이 오후 늦게까지 중지됐다. 부산~거제를 잇는 거가대교와 마산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마창대교는 아침부터 오후 2시께까지 통제됐다. 태풍이 통과하는 시간과 바닷물이 차오르는 만조 시간이 겹침에 따라 오전 10시께부터 2시간여 동안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해안도로 등 경남지역 해안도로 곳곳이 통제됐다.

제주와 전남지역에도 피해가 잇따랐다. 4일 자정께부터 5일 새벽 5시께까지 태풍이 몰아친 제주에선 한라산 해발 1700m 윗세오름에는 시간당 최고 170㎜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밤사이 659.5㎜의 기록적인 폭우를 기록했다. 5일 새벽 제주 한라산 백록담에선 순간 최대풍속 59m의 강풍이 관측됐다. 이는 2003년 태풍 매미에 이어 역대 2번째 강풍이다. 제주도 전역에서 모두 5만1000여가구가 정전되기도 했다. 5일 오전 10시까지 항공기 38편의 운항이 중단됐다.

전남에서는 수확을 앞둔 들판의 벼 1402㏊가 쓰러지거나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피해는 전남 여수·완도·신안·장흥·보성 등지 남해안에 집중됐다. 만생종 배·감 등의 낙과 피해가 집계되면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종합, 정리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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