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가혜의 진실, 조선일보의 거짓을 이겼다

정철운 기자 입력 2019.01.26. 15:02 수정 2019.01.26. 22:41

                          
      

서울중앙지법, 홍씨 민사소송서 디지털조선일보에 6000만원 손해배상 판결 “일반인 홍씨를 거짓말쟁이, 허언증 환자라고 무차별 보도” 명예훼손 인정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디지털조선일보가 홍가혜씨의 명예를 훼손해 6000만원을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4일 “해경의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공익적 사안보다는 공인이 아니라 일반인 잠수지원 자원활동가였던 홍씨를 거짓말쟁이, 허언증 환자라고 무차별적으로 보도했다”며 조선닷컴 허위보도에 따른 홍씨의 명예훼손을 인정했다. 앞서 홍씨는 디지털조선일보를 상대로 1억55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홍가혜씨는 2014년 4월18일 MBN과 인터뷰에서 “잠수부 중에 생존자와 대화를 한 사람이 있다”, “해경은 민간잠수부를 지원하는 대신 오히려 대충 시간만 때우고 가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홍씨가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되자 조선닷컴은 당일 오후 1시46분경부터 4월28일 오후 3시52분경까지 홍씨에 관한 27건의 기사를 게재했다.

▲ 홍가혜씨.ⓒ다큐멘터리 영화 '가혜' 한 장면.
▲ 서울중앙지법 판결문.
조선닷컴은 “MBN 민간잠수부 보도에 김용호 ‘홍가혜 허언증 이상’”, “거짓인터뷰女 홍가혜, 수많은 사칭? ‘화영 사촌·연예부 기자’”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당시 스포츠월드 기자 김용호씨의 주장과 인터넷에 떠돌던 유언비어를 검증 없이 인용 보도했다.
조선닷컴은 홍씨가 △티아라의 전 멤버 화영씨 사촌언니를 사칭했다 △유명 야구선수들의 여자 친구라 밝히고 가짜 스캔들을 만들었다 △B1A4콘서트에서 연예부 기자를 사칭했다 △도쿄 거주 교민 행세를 했다 △허언증·정신질환자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이 내용을 최초 유포했던 김용호씨는 민사소송에서 명예훼손이 인정돼 위자료 1000만원 배상판결을 받았으며 홍씨로부터 형사고소당한 뒤 현재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디지털조선일보측은 △김용호 기자가 자신의 이름을 건 기자칼럼을 통해 홍씨의 과거 행적을 지적하고 나섰으므로 진실이라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으며 △홍씨 인터뷰 내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적 의견을 개진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디지털조선일보가 평가적 의견 개진을 넘어 홍씨가 거짓말쟁이로 인식될 수 있도록 구체적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인정하기 충분하다고 판시했으며 홍씨가 거짓인터뷰를 했다고 기사에서 단정 지은 것 역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을 기사화함에 있어서 내용의 진실여부를 미리 조사, 점검하는 것은 언론기관의 기본 책무”라며 기사의 ABC도 갖춰지지 않았던 조선닷컴을 비판했다. 언론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에서 6000만원이라는 이례적으로 높은 손해배상액이 나온 것은 그만큼 디지털조선일보의 보도가 악질적이었다는 의미다. 

▲ 홍가혜씨. ⓒ미디어오늘
홍씨 “조선 측, 내게 500만원 합의 제안… 이들의 거짓을 사법역사에 남기고 싶었다”

홍가혜씨는 “언론은 사실 확인 의무가 있고, 조선일보는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내 무죄판결까지 비난했고 가족의 명예를 짓밟았다. 악플러를 고소했을 때는 돈 장사하는 것처럼 기사를 썼다”며 이번 판결에 대한 심경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홍씨는 “내가 당한 언론폭력사건은 단순히 (언론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라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염원을 대놓고 무시하고 모욕하며 짓밟고 거짓으로 덮어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홍씨는 “김용호 기자는 반드시 감옥에 가야 한다”고 주장한 뒤 “조선일보측은 내게 500만원에 합의하자고 했다. 그 순간 고 황유미씨가 떠올랐다. 그들에겐 사람의 목숨 값이 500만원인가 싶어 분노가 치밀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씨는 “(조선일보의) 진심어린 사과 따위 애초 기대하지 않았고, 사과 받고 퉁 칠거였음 소송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여기까지 오는데 소송비용만 2억 여 원이 들었다. 금액을 따지면 손해지만 이들의 거짓을 사법역사에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앞서 홍가혜씨는 지난해 11월29일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건에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 받았다. 2016년 9월1일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1687일만이었다. 세월호 구조작업의 답답함을 알리며 해경의 활발한 구조 활동과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던 홍가혜씨는 101일간 구속되는 고초를 겪었다. 무죄 판결 이후에도 검찰의 항소와 상고 끝에 4년7개월만에야 비로소 피고인 신분을 벗어났다. 

홍씨는 박근혜정부에서 벌어진 국가폭력 피해자이자, 언론의 무차별적 허위사실 유포로 명예가 훼손된 언론보도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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