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축구]황희찬의 세리머니, 그 마음 알지만 너무 노골적이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입력 2018.08.28. 05:03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분명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말레이시아전 ‘비매너 논란’에 이어 키르기스스탄전에서는 ‘사포 논란’까지 번지며 황희찬은 수많은 비난을 들어야했다.

그렇기에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3-3 동점 상황, 그 어려운 순간 스스로 나서 페널티킥 키커를 자청하면서 골을 넣고 싶었을 것이다. 황희찬은 골을 넣고 준비한 세리머니가 있다는 듯 일단 조용히 하라는 ‘쉿’제스처를 취한 후 상의를 벗고 자신의 이름이 보이는 등번호쪽을 보였다.

무슨 메시지인지 충분히 전달됐다. 하지만 가끔은 과하면 거부감이 들때가 있다. 페널티킥 성공은 분명 칭찬받을 일이지만 조금 더 완벽하게 비난을 날릴 활약을 보인 후 세리머니를 하거나 혹은 세리머니가 조금만 수위가 낮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제공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27일 오후 6시(이하 한국시각) 인도네시아 패트리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황의조의 활약에도 3-3으로 연장전을 갔고 연장 후반 11분 황의조가 만들어낸 페널티킥을 황희찬이 성공시키며 4-3 거짓말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최전방의 황의조가 전반 5분부터 손흥민의 스루패스를 이어받은 후 페널티박스 안 오른쪽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전반 17분 한국은 왼쪽 수비가 어이없게 무너지며 마샤리포브 자로리딘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전반 35분 황인범의 패스를 이어받은 황의조가 약 30m 지점에서 과감한 오른발 중거리포로 다시 달아나는 골을 만들었다.

2-1로 전반전을 마친 한국은 후반 8분에는 이크롬존 알리바예프, 후반 12분에는 이크롬존 알리바예프의 슈팅에 황현수 발 맞고 굴절돼 들어가면서 단숨에 2-3으로 역전 당했다. 그러나 후반 30분 상대 수비 실책을 틈탄 손흥민의 패스를 이어받은 황의조가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기어코 3-3이 되는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결국 승부는 연장전으로 갔고 연장 전반 10분 득점한 알리바예프가 옐로카드 누적으로 퇴장당하며 한국이 수적 우위를 가져갔다. 연장 후반 11분 황의조가 페널티킥까지 만들어냈고 황희찬이 키커로 나서 성공시키며 역전승했다.

이 골 이후 황희찬은 ‘쉿’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옐로카드를 받을 줄 알고도 상의를 벗어 자신의 이름이 적힌 등번호쪽을 보여줬다.

척하면 척이다. 그동안 자신을 비난한 이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보여준 것은 ‘나는 황희찬이다’라는 자신감과 비난세력에 반격을 한 것이다.

물론 자신감 있는 세리머니였기에 좋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세 가지 있다. 먼저 페널티킥 골이 매우 중요하고 성공시킨 것은 잘했지만 그 페널티킥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닌 황의조가 8할은 해낸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해 들어와 황희찬은 생각보다는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즉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비난을 모두 날릴만한, 예를 들어 월드컵에서의 김영권같은 활약을 보여주고 그런 세리머니를 했다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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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세리머니 자체가 너무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었다. 너무 메시지가 읽히는 세리머니였다. 자신을 비난한 여론에 받아들인건 받아들이고 배척할 것은 배척한다는 메시지가 아닌 그저 ‘조용히 하라’는 메시지는 비난 속에 숨어있는 건전한 비판마저 무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부를 제외하곤 실제로 황희찬의 놀라운 재능과 실력을 인정하고 더 성숙하고 좋은 선수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에 아쉬움을 토로했던 것이 말레이시아-키르기스스탄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옐로카드를 받을줄 알고도 그런 세리머니를 했다는 부분도 아쉽다. 물론 4강에서 옐로카드를 받아도 누적으로 결승전 출전 정지가 아니라 결승에서는 소멸된다고 하지만 아직 남은 시간이 5분정도 있는 상황에서 행여 황희찬이 결정적 수비 혹은 고의적 수비를 해야하는 불가피한 상황때 추가 옐로카드로 인해 퇴장을 당할 수도 있었다. 당장의 기분을 위해 행여 모를 승리를 지켜야하는 상황을 희생한 것이다.

물론 황희찬이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임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 메시지가 너무 직접적이고 과하면 도리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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