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10.14. 14:26 수정 2018.10.14. 17:56
카페지기, 경찰서 "이 지사 부인 아닌 50대 남성"
선거 직전 진술 확보한 경찰은 '수사 답보'
"의혹 밝히라"던 전해철 의원은 고발 취하
[한겨레]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논란이 된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의 트위터 아이디(@08_hkkim)의 주인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아니라 이 지사를 잘 아는 한 5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이런 진술을 6·13지방선거 직전에 확보하고도, 그동안 이 남성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그 배경에 의문이 인다. 앞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사건을 고발했던 전해철 의원은 13일 고발을 취하했다.
14일 <한겨레> 취재 결과, 트위터 아이디 ‘혜경궁 김씨’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이 지사 팬카페에서 활동해온 한 5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해당 팬카페 운영자는 지난 5월28일 “문제의 트위터 아이디는 우리 카페에 가입해있는 50대 후반의 남성의 것”이라는 내용으로 경찰에 진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운영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해당 계정이 문제가 된 뒤 경찰과 두 차례 만나 이런 내용을 확인해준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 운영자는 또 “‘혜경궁 김씨’가 2013년께 이 지사 팬카페에 ‘이보연’이란 가명으로 가입해 활동했으며, 애초 계정은 ‘@09_khkim’였으나, 나중에 문제의 ‘@08__hkkim’으로 변경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지방선거 때 이 트위터 아이디의 주인은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를 비난했고, 이 지사가 예비후보로 나선 지난해 대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경선 후보를 비난하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해당 계정의 주인과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의 영어 이니셜이 일치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지사 쪽은 부인 김씨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해당 계정의 주인이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그동안 “‘혜경궁 김씨’의 계정이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가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어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면서도 “해당 계정이 ‘50대 남성’이라는 것은 지방선거 당시 이재명 후보 쪽에서 언급한 것으로 안다. 선거법 공소시효인 12월13일 전에 수사를 마무리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관련 의혹을 밝혀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냈던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고발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고발 취하장을 팩스로 전달받았으나 이유 등은 적혀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혜경궁 김씨)문제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할 당내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발 취하를 결정했다. 본질과 다르게 사안을 왜곡시키고, 당내 통합과 화합을 저해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앞서 전 의원은 지난 4월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이 문제를 고발했고 선관위는 하루 만에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넘겼으며, 검찰은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른바 ‘혜경궁 김씨’는 지난 선거당시 전 의원을 향해 “자한당(자유한국당)과 손잡은 전해철은 어떻고요? 전해철 때문에 경기 선거판이 아주 똥물이 됐는데. 이래놓고 경선 떨어지면 태연하게 여의도 갈 거면서”라는 글을 올렸으며, 과거에는 “노무현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가상합니다”, “걱정 마 이재명 지지율이 절대 문어벙이한테는 안 갈 테니” 등의 글을 써 전·현직 대통령을 비방하기도 했다.
김기성 이정하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