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기괴한 요구 "속옷 벗고 성기 그림 그려라"

박지윤 입력 2019.05.22. 04:42 수정 2019.05.22. 10:32

      

 

 

[상담실의 악마, 그루밍 성폭력] <상> 심리치료 가장한 범죄의 덫

[저작권 한국일보]상담실 내 '그루밍 성폭력' 사건. 김경진기자

“우울증 치료 때문에 자주 찾았던 상담자가 그런 요구까지 할 줄 몰랐습니다. TV에 그 사람이 ‘심리 상담 전문가’로 나오는 걸 보곤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21일 A(30)씨는 지난 2013년 수도권의 한 심리상담센터를 찾았을 당시 이야기를 털어놨다. 잊고 싶으나 잊혀지지 않을, 악몽 같은 기억이다. 대학 졸업 뒤 직장 생활을 갓 시작했던 A씨는 학창 시절부터 앓아왔던 사회공포증을 치료하고 싶었다. 사회 생활하려면 대인관계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상담 받을 곳을 신중하게 골라 갔는데, 거기서 “증세가 심하다”며 다른 상담사 B(56)씨를 추천해줬다.

작은 오피스텔에서 마주한 B씨의 방식은, 되짚어 보면 참 교묘했다. 상담이 어느 정도 이뤄지자 B씨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공공장소에서 A씨에 노래 부를 것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A씨가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전혀 없다”며 거칠게 다그쳤다. 거듭되는 강요에 억지로라도 맞추면 태도가 바로 바뀌었다. “잘 했다” “네가 이 정도까지 해낼 줄은 몰랐다”는 칭찬을 쏟아냈다. A씨는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증세가 심하니 B씨에게 가라’던 말을 그 때까지는 더 믿었다.

◇상담 두 달째 ‘악몽’이 시작됐다

이런 식의 상담이 두 달째 이어지던 어느 날, ‘작업’이 시작됐다. B씨는 미리 준비한 각서를 내밀었다. ‘신체 접촉이 있더라도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머뭇대는 A씨를 B씨는 집요하게 설득했다.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어루만져야 한다고, 그래야 죽어있는 감정을 일깨울 수 있다고, 반드시 필요한 치료 방식이니 나를 믿고 따르라고.

곧이어 요구는 기괴해졌다. B씨는 자신이 보는 앞에서 A씨에게 속옷까지 벗으라고도 했다. A씨의 은밀한 부위를 유심히 관찰하더니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A씨에게 스케치북을 건네며 “거울에 성기를 비춰보며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A씨가 머뭇대고 망설이고 때론 저항할 때마다 B씨는 집요하게 설득했다. “이 모든 것이 자기 안의 수치심과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란 논리를 반복해서 주입했다. “기혼 여성보다는 젊은 20대 미혼 여성에게 효과가 좋은 방법”이라며 “남자친구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도 했다.

결국 A씨는 상담을 중단했다. 다행이긴 했지만, A씨는 다시 극도의 수치심과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경찰 신고는커녕, 주변에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다음해인 2014년 A씨는 결국 또 다른 상담사 박대령(42)씨를 찾아 정상적인 상담을 받고 나서야 차츰 안정을 되찾아갔다. 박 상담사는 A씨를 처음 봤을 때 “원래 심리적 상처가 있던 데다 폭력적인 치료방식에 노출되다 보니 자기 방어 능력조차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지금은 괜찮다지만 A씨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그는 “지금도 B씨와 비슷하게 보이는 50대 중반 남성을 만나면 온몸이 얼어붙을 듯한 공포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B씨가 심리상담사로 TV에 나올 때면 더 그렇다.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가는 이들은 이미 심리적 약자다. 그래서 피해를 당해도 그 피해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상담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에 B씨는 “내가 선택한 치료법은 모두 근거가 있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성기를 그려보라는 것에 대해 B씨는 “한국여성민우회에서 발행하는 책자에도 나오는 내용”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여성민우회 측 설명은 달랐다. 성기 그리기는 여성이 자신의 몸을 알아가기 위해 홀로 해보는 성교육의 한 방법일 뿐 심리치료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민문정 여성민우회 대표는 “다른 사람, 특히 남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성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기를 드러내고 그림을 그린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B씨 주장을 일축했다. B씨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해선 더는 언급을 피하며 “치료에 대해 문제 삼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상담실의 사이비 교주들… 밀실 속 성범죄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이란 가해자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길들인 뒤 저지르는 성범죄를 뜻한다. 그래서 보통 아동,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를 뜻한다. 하지만 최근엔 심리상담사, 정신과 의사 등이 심리치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성범죄 또한 그루밍 성폭력이란 얘기가 나온다. 멀쩡한 성인이라지만, 심리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점에선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상담실 내 성폭력’ 문제는 2016년 3월 유명 심리상담사 C씨 사건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C씨는 상습적으로 상담하러 온 이들과 성관계를 맺은 뒤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같은 해 6월엔 심리상담센터 대표 D씨가 12명의 여성 내담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2018년 9월엔 ‘사이코 드라마’ 상담치료 기법으로 유명했던 E씨가 내담자를 숙박시설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지기도 했다. (본보 단독 보도☞ 성폭력 트라우마 치료해준다며 성폭행한 유명 심리상담사(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9181627749020))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범죄 행위가 치료 행위라 주장했다. 역할극을 가장해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거나, 성범죄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선 나와 성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피해자들이 거부하면 “그래서 당신에게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이라 몰아세웠다. “내가 너를 치료해주겠다” “내 말을 따라야 나을 수 있다”고 세뇌시킨 이들 상담사들은 일종의 사이비 교주였다.

상담실 내 성폭력을 저지른 이들은 역할극을 가장한 접촉,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성관계 등을 피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피해자들은 심리적 약자이기에 집요한 설득과 강요에 무너졌다. 동시에 심리적 약자이기에 피해 사실을 주변에 제대로 알리지도 못했다. 알려 봤자 자신들만 불리해질 뿐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단 둘만 있는 상담실에서 일어난다는 점, 더구나 치료법에 대해 얼떨결에라도 동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이 피해자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상담실 내 성폭력은 겉으로 드러나고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상담사들의 주먹구구 치료, 막을 방법이 없다

상담 전문가들은 상담의 전문성을 해치는 건 사설 상담센터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금 한국에선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그 즉시 ‘심리상담사’로 변신할 수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등록된 상담관련 자격증은 총 2,400여개(2018년 9월 기준)에 이른다.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전문상담교사 같은 일부 국가 자격을 빼곤 모두 민간 자격증이다. 민간 자격증이라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임상심리학회 같은 대표적 학회들이 주는 자격증은 교육받고 시험 치르느라 최소 2년에서 길게는 5년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 하지만 지역문화센터, 평생교육원 같은 곳은 10시간 정도 기본교육만 하고도 자격증을 바로 내 준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 상담사가 될 수 있다.

상담센터도 신고만 하면 열 수 있다. 심지어 범죄 전력이 있다 해도 문제없다. 이 때문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심리 상담소를 두고 ‘점집이나 다를 바 없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A씨를 상담했던 B씨 또한 국가자격증은 물론, 국내 주요 학회의 자격증 취득자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B씨는 수도권 일대에 심리상담센터 여러 곳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이상민 고려대 교수는 50대의 남성 상담자가 20대 여성 내담자에게 옷을 벗도록 하는 B씨 방식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내담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상담 방식을 택해서는 안 된다는 상담의 가장 기본적인 대전제를 무시한 것”이라며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전문성에서도 상당히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신종치료법’을 주의하라”고 강조했다. 전문 지식 없이 과학적 효과도 없는 방법을 자신만의 고유한 치료기법인 양 선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타로 점을 봐 주면서 진행한다는 ‘타로 상담’, 일부러 욕을 하라 부추기는 ‘욕테라피’ 같은 경우다. 한국상담진흥협회장인 권수영 연세대 교수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솔직히 상담사들끼리도 서로의 전문성을 의심한다”며 “상담사의 전문성을 검증하고, 비과학적인 상담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상담 관련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담자와 성적 접촉 자체를 처벌하는 미국

심리적 약자에 대해 상담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전이 현상’이다. 상담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약점을 상대방에게 가감 없이, 일방적으로 다 털어놓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상담사에게 의존하려는 심리가 생겨난다. 중요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해결하지 못한 감정이나 소망을 털어놓다 보면 자연스레 상담사를 부모 혹은 연인처럼 느끼고 기대려 드는 현상이다. 심지어 상담과정에서 상대방에게 강한 성적인 감정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상담실 내 성폭력은 이런 ‘관계의 불균형’을 악용하는 것이다. 한국상담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인규 전주대 교수는 “내담자가 사적인 감정을 보일 경우, 그 사적 감정이 상담사를 향한 것이 아니라 전이 현상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상담의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에 하나 내담자 쪽에서 먼저 성적인 접촉을 요구해 온다 하더라도, 상담사가 이에 응하는 것은 일종의 정서적 착취행위로 엄격하게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내담자와 성적 관계에 대한 한국상담 심리학회 윤리 강령.김경진기자

이런 문제점 때문에 심리상담이 대중화된 미국의 경우 상담실 내 성범죄를 중범죄로 간주한다. 뉴욕주, 미네소타주 등 23개 주에서 내담자와 성적으로 접촉한 상담사를 처벌한다. 피해자가 심리적 약자임을 감안, 피해자의 동의 여부는 처벌할 때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러니까 성적인 접촉은 애초에 치료법도 아닐뿐더러, 치료법이라는 점에 동의해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따랐다 해도 그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잘못이라 본다는 얘기다.

그에 비해 한국은 이런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상담학회, 한국심리상담학회 등 주요 단체들도 ‘심리학자는 치료적 관계에서 내담자나 환자와 성적 접촉을 가져선 안 된다’는 규정을 만들어 두긴 했다. 하지만 아무런 강제성이나 실효성이 없는, 자체 윤리강령에 지나지 않는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mailto:luce_jyun@hankookilbo.com)

※한국일보는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그루밍 성폭력'을 취재해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피해를 당하셨거나 주변의 피해사례를 아시는 분들은 webmaster@hankookilbo.com(mailto:webmaster@hankookilbo.com)이나 사회부(02-724-2312~4)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한국일보 공식 제보(https://www.hankookilbo.com/Cmm/Cmm/Get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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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김경래의 최강시사] 총괄팀장 "장자연 사건, 검사들이 재수사 방해했다"

KBS 입력 2019.05.21. 10:33 수정 2019.05.21. 11:01

                          
      


- 당시 검찰 수사 ‘직무유기’ 수준으로 부실했는데 ‘수사미진’으로 보도자료 나가
- 장자연 사건 가해자 봐주고, 당시 수사 검사 과오도 묻으려는 2가지 의도 존재
- 공소시효 남은 ‘특수강간 재수사 검토’ 다수의견 냈지만 검사들이 채택 안 되도록 막아
- 윤지오 진술 신빙성? 복수의 진술 토대로 조사 진행했어.
- 장자연 리스트 없다? 특정 형식의 리스트 없어도 ‘가해자 이름들’ 분명히 존재
- 방정오 TV 조선 사장 ‘통화기록 삭제’ 조사결과 있는데 보도자료서 누락, 비통한 심정

■ 프로그램명 : 김경래의 최강시사
■ 코너명 : <최강 인터뷰2>
■ 방송시간 : 5월 21일(화) 8:05~8:20 KBS1R FM 97.3 MHz
■ 진행 : 김경래 (뉴스타파 탐사팀장)
■ 출연 : 김영희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총괄팀장)

▷ 김경래 : 2부에서는 어제 발표한 고 장자연 씨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좀 짚어보겠습니다. 대검 진상조사단의 김영희 변호사가 어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사위 결론이 너무나 참담하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진상조사 왜 한 거냐? 13달 동안 무려 진행이 됐는데.” 이런 얘기도 있고요.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직접 얘기 좀 들어보죠.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김영희 총괄팀장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영희 : 안녕하세요?

▷ 김경래 : 변호사님, 어제 ‘정관용의 시사자키’ 인터뷰에서였나요? 맞죠?

▶ 김영희 : 네.

▷ 김경래 : 거기서 “조사단 결론하고 과거사의 결론이 너무 달라서 참담하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먼저 말씀을 듣고 싶네요.

▶ 김영희 : 말씀하신 대로 저희 과거사조사단이 강제수사권도 없고 초반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축소되어서 또는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상태로 결과가 위원회가 심의를 저희 다수 의견을 채택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그러므로써 결과가 축소되었다는 부분에서 참담하게 느꼈습니다.

▷ 김경래 : 그러니까 다수 의견이 채택되지 않았다. 한 가지씩 여쭤보죠. 일단은 여러 가지 수사에서 수사가 미진하다는 얘기가 보고서를 보니까 보도자료를 제가 쭉 읽어봤거든요. 굉장히 여러 번 등장하는데 왜 수사가 미진했는지를 다시 수사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이 언뜻 들더라고요. 이 부분은 혹시 다수 의견으로 수사가 미진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수사를 하라고 얘기를 했는데 과거사위가 이걸 안 받아준 건가요? 이거는?

▶ 김영희 : 먼저 수사가 미진하다는 표현과 관련해서도 어쨌든 과거사는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요. 수사가 미진했다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 다수 의견은 많은 부분에서 사실상 당시 검사의 직무상 유기, 직무유기에 해당할 정도로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수사를 고의적으로는 몰라도 거의 제대로 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는 정도로 강하게 표현을 한 부분에 대해서 그게 아니라 정도를 낮춰서 수사미진이라는 정도로 결론이 나간 부분들이 있고 그리고 수사미진이든 당시 사실상 직무유기든 수사가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말씀하신 대로 수사가 어떤 범죄에 해당될 정도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가 되면 좋겠지만 그런 부분은 공소시효의 한계로 또 지금 와서 제대로 밝힐 수 없는 부분도 있고 한계가 많았습니다.

▷ 김경래 : 일단 공소시효 문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치더라도 아까 방금 말씀하신 게 표현이 직무유기에 해당될 정도로 고의적인 수사 부실이 있었다고 다수 의견은 얘기했는데 실제로는 수사미진으로 굉장히 수위가 낮춰져서 표현이 됐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 김영희 : 네, 고의적이라는 말은 저희가 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심각한 수사미진 또는 사실상 직무유기에 해당될 정도다. 이런 부분들이 빠진 채로 소수 의견이었던 수사미진, 이런 식으로 수위가 굉장히 낮춰서 나간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 김경래 : 직무유기에 해당될 정도로 수사가 미진했다, 부실했다는 부분은 구체적으로 한두 가지를 말씀해 주시면 어떤 부분인 거죠?

▶ 김영희 : 예를 들어서 통화내역 확인 같은 부분도 통상은 1년 치를 하는데 한 달 치만 봤다든지 아니면 어떤 특정인의 경우에는 이틀 치만 봤다든지.

▷ 김경래 : 지금 말씀하시는 건 조선일보 관련된 거죠?

▶ 김영희 : 네, 그런 부분들입니다. 그리고 하여튼 굉장히 당시에 봐야 될 수사를 해야 될 부분들을 안 한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거는 일부러 봐주기 위해서 수사를 아예 안 한 게 아닌가, 그렇게 평가를 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 김경래 : 봐주기 위한 거라면 당시에 수사 검사들을 봐주기 위한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 김영희 : 당시에 수사 검사들이 장자연 씨의 가해자를 찾기 위한 노력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고 판단을 한 것입니다.

▷ 김경래 : 그런데 지금 과거사위가 이렇게 수위를 낮춘 것은 그 검사들의 과오를 봐주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신다는 건가요?

▶ 김영희 : 그렇습니다. 또는 가해자를 봐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죠.

▷ 김경래 : 정확하게 어떤 부분인지는 판단을 내리시기는...

▶ 김영희 :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그런데요. 어쨌든 두 가지가 다 있습니다. 그러니까 가해자를 봐주기 위한 측면도 있고 또 하나는 당시 수사 검사의 과오를 좀 묻어주기 위한 부분도 있고 그런 결과가 되었습니다.

▷ 김경래 : 진상조사단에 지금 김영희 변호사처럼 변호사들도 있고 현직 검사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 김영희 : 네, 사실은 검찰 과거사는 처음이거든요, 지금 역대 정부에서. 그런데 검찰의 잘못을 살피는 조사조직에 검사가 들어와 있는 것 자체가 저는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검찰 조직은 굉장히 다른 조직보다 더 상명하복이라든지 검사동일체라고 해서 과거든 현재든 검사의 잘못을 지적하기가 쉽지 않은 조직입니다. 그런데 그 잘못을 밝혀내기 위한 조직에 현직 검사들이 들어와 있음으로 인해서 모든 검사님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 검사들은 분명히 조사를 방해하고 결과를 축소하는데 분명히 많은 역할을 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이번에 고 장자연 씨 사건과 관련된 조사단 내에도 검사가 2명 아닙니까? 그렇죠? 그 검사들 중에서도 조사를 방해한 사람이 있습니까?

▶ 김영희 : 저는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 김경래 : 그래요?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말씀해 주실 부분들이 있나요?

▶ 김영희 : 지금 특히 성폭행 수사가, 장자연 씨 성폭행 의혹이 수사가 개시될 수 있도록 최소한 수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다수 의견에 대해서 그것이 결론으로 채택되지 못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부분들이 있다, 검사들이. 그렇게 저는 평가합니다.

▷ 김경래 : 특히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서 검사들이 재수사 권고를 막았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건가요?

▶ 김영희 : 그런 노력을 상당히 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김경래 : 지금 말씀하신 것은 성폭행은 특수강간 의혹 말씀하시는 건가요? 구체적으로는?

▶ 김영희 : 네, 그렇습니다. 약을 탄 술을 마시고 성폭행 당한 것으로 그런 의혹이 제기가 됐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만약에 그 진술이 사실이라면 수사를 착수하는 게. 왜냐하면 공소시효가 유일하게 남아 있을 수도 있는 부분인데 사건의 본질과 관련해서 장자연 씨 피해와 관련해서요. 그런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아예 못하게 하려고 그런 노력들이 분명히 있었다고 저는 느끼고 있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그런 평가들도 있어요. 과거사진상위원회에서 낸 자료에서도 나오는데 윤지오 씨의 진술이지 않습니까, 구체적으로는? 특수강간 의혹과 관련해서는. 그 부분의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김영희 : 윤지오 씨 진술뿐만 아니라 윤지오 씨는 정확하게는 약을 탄 술을 마신 것 같다는 얘기를 한 거고요. 그리고 아마 자기가 없을 때 성폭행을 당하지 않았겠나하는 추측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윤지오 씨 진술은 오히려 추측성이라고 한다면 본인이 본 것은 사실관계에 관한 것은 “약을 탄 술을 마신 것 같다. 왜냐하면 눈이 풀려 있었고.” 이런 진술인데 오히려 윤지오 씨가 아니라 당시 매니저였던 윤모 씨가 저희 조사단에게 처음 했던 진술은 장자연 씨가 쓴 문건에 성폭행을 심하게 당했다는 내용도 썼었다는 겁니다.

▷ 김경래 : 지금까지 남아 있지 않은 문건에요.

▶ 김영희 : 그렇죠. 처음에 썼던 문건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고 진술을 했고. 물론 이것을 나중에 윤모 씨가 진술을 번복했으나 처음에 했던 진술은 어쨌든 성폭행을 심하게 당했다는 내용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장자연 씨가 문건에 남겼다는 진술이 있었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또 다른 A씨가 뭐라고 얘기했느냐면 당시 장자연 씨 문건에 술에 약을 탔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문건을 봤던 이모 씨가 그런 내용을 불러줬다는 진술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윤지오 씨 진술은 자기는 약을 탄 술을 마신 것 같다는 것을 봤다는 진술인 반면에 윤모 씨 진술은 성폭행을 당했다고 장자연 씨가 문건에 썼었다는 거고 굉장히 중요한 진술이죠. 그리고 또 하나는 또 장자연 씨 문건에 술에 약을 탔었다는 내용이 있었다는 또 다른 2명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에 이 진술을 저희 조사단으로서는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중요한 진술이고 저희 조사단은 굉장히 한계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과 관련해서 추가적으로 수사를 해야 되지 않느냐? 수사기관이 판단해서 이 부분은 강제수사권이 있는 수사기관에 기록을 넘겨서 봐달라는 그런 취지였습니다.

▷ 김경래 : 그런데 그거를 받아주지 않은 거네요, 사실상?

▶ 김영희 : 네, 그렇습니다.

▷ 김경래 : 그게 다수 의견이라고 하셨잖아요.

▶ 김영희 : 그렇습니다.

▷ 김경래 : 조사단의 다수 의견인데 소수인 검사들의 의견을 과거사위가 더 중요하게 받아들였다, 이렇게 보면 되겠네요, 지금은?

▶ 김영희 : 그렇습니다. 소수 의견을 채택했는데 사실은 과거사위원회는 그동안 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존중하고 다수 의견을 항상 거의 대부분 결론으로 채택했는데 장자연 사건에서 유독 검사들의 소수 의견을 왜 결론으로 대부분 채택했는지는 굉장히 용납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 김경래 : 구체적으로 청취자분들도 많이 궁금해하실 부분이 장자연 리스트라고 이른바, 이것이 있느냐, 없느냐가 또 쟁점 중에 하나였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결론도 좀 모호하게 났어요. 이거 어떻게 받아들여야 됩니까?

▶ 김영희 : 그 부분 역시 검사들의 소수 의견인데 다수 의견은 리스트는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장자연 씨가 작성했던 것으로 보이고 그 리스트는 피해 사실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다수 의견인데 검사들의 의견이었던 리스트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장자연 씨가 쓴 것 같지도 않다는 그런 결론이 나갔는데 중요한 것은 결정적으로 리스트에 관한 것은 당시에 유족이라든지 또 아까 말씀드린 윤모 씨는 당시에는 목록이 또 명단이 있었던 것으로 진술을 했는데 분명한 것은 쟁점이 뭐냐 하면 이름만 따로 모아놓은 부분이 있는지 여부지 지금도 유족분 진술도 보면 그 이름들이 있었다는 걸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와서 진술이 번복된 부분은 이름을 따로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서술형으로 되어 있었다. 결국 이름의 존재를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이름만 따로 모아놓는 명단이 있느냐, 없느냐 이것으로 관심을... 그러면서 이름이 없었던 것으로 오해하는 것은 잘못이고 어쨌든 장자연 씨가 피해사실과 관련해서 서술형이든 또는 이름만 따로 모아놓았든 그 이름이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실체는 달라지지 않는데 지금 와서 마치 이름만 따로 모아놓은 명단이 없었던 것처럼 만들면서 가해자 이름이 없었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 김경래 : 조선일보도 잠깐 얘기해봐야 될 것 같은데요. 일단 여러 가지 쟁점들이 있지만 예컨대 방정오 전 TV조선 사장과 관련된 통화기록이 삭제가 됐지 않습니까? 그런데 삭제가 됐는지 여부도 정확하게 밝히지는 못했어요, 이번에. 맞죠, 제가 말씀드리는 게?

▶ 김영희 : 그 부분과 관련해서도 저희는 조사 결과에 담았고요. 그런 부분이 보도자료에 포함이 안 됐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에는 조금 어려운 점이 있지만 판단을 했고. 왜냐하면 관련한 진술이 한두 명이 아니고 많았기 때문에 그런 진술을 믿을 수 있고 또 관련해서 그러면 통화내역이 어떻게 됐는지, 삭제 여부에 대해서도 저희는 분명히 판단을 했는데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보도자료에 담기지 않았더라고요.

▷ 김경래 : 그러니까 이 부분이요, 예컨대 직무유기와 관련해서 혹은 직권남용이 될 수 있고 증거물을 은폐하거나 삭제하거나 했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다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습니까?

▶ 김영희 : 안타깝게도 지났습니다.

▷ 김경래 : 지났으면 지금은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판단이라고 보십니까? 이걸 어떻게 진상조사를... 왜 이런 예를 들어 통화 기록이 삭제된 의혹 같은 것들 밝혀야 되는데 어떻게 하는 게 맞다고 보세요, 팀장님께서는?

▶ 김영희 : 저는 어쨌든 개인 자격으로 조사팀원으로 말씀드리고 있고요. 어쨌든 저희가 조사한 결과에 대해서 위원회가 최대한 국민들한테 전달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고 저희가 조사권의 한계로 더 들여다볼 수 없었던 부분들에 대해서는 의혹 규명 차원에서 좀 더 강제 수사권을 가진 또는 그런 권한들을 가진 조사가 좀 더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진상조사단 활동이 곧 종료되죠?

▶ 김영희 : 5월 말이면 종료되는데 장자연 사건 결과가 이렇게 축소돼서 발표가 돼서 굉장히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입니다.

▷ 김경래 : 알겠습니다. 다음에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영희 : 감사합니다.

▷ 김경래 :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김영희 총괄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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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 오늘 최종 발표..성범죄 재수사 어려울 듯

입력 2019.05.20. 10:59

               
소속사 대표 위증 혐의 등 극히 일부만 수사권고 관측
시효·증거 등 한계..'10년 미스터리' 이번에도 미제로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20일 고(故) 장자연씨 사망 의혹 사건의 재수사 권고 여부를 결정한다.

핵심 의혹이었던 성접대 강요 및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 여러 정황을 새롭게 확인했지만 공소시효 완료나 증거 부족 등 이유로 수사권고에 이르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사위는 이날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최종 회의를 열고 '장자연 사건' 관련 심의 결과를 발표한다.

과거사위는 지난 13일 대검찰청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에서 13개월간의 조사 내용을 담은 250쪽 분량의 '장자연 최종보고서'를 제출받아 재수사 필요 여부를 검토해왔다.

'장자연 사건'은 장씨가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당시 수사 결과 장씨가 지목한 이들 모두 무혐의로 결론 나 여러 의혹이 끊이질 않았고, 이에 조사단이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작년 4월 2일부터 13개월 넘게 이 사건을 새롭게 살펴봤다.

조사단은 장자연 사건을 ▲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 ▲ 당시 검경의 수사미진 ▲ 조선일보 외압에 의한 수사 무마 등을 비롯해 12가지 쟁점으로 내용을 정리해 제출했다.

조사단은 지난 13개월 동안 80명이 넘는 참고인 조사를 통해 장씨가 소속사와의 불합리한 계약에 근거해 술접대 등을 강요받은 여러 정황을 사실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씨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수사기록에서 누락하고, 접대 대상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해 미온적인 수사에 나서는 등 검경의 부실수사 정황 등도 다수 파악했다.

그러나 조사단은 피해자가 10년 전 이미 사망한 데다 가해자 특정이 어려워 공소시효와 증거 부족 등의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12개 쟁점 중 약물에 의한 장씨의 특수강간 피해 여부, 장씨 친필 문건 외에 남성들 이름만 적힌 '장자연 리스트'가 실재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조사단 내에서도 의견이 정리되지 않아 A·B안 형태로 나뉘어 과거사위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국민적 의혹이 일었던 핵심 쟁점은 재수사 권고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장씨 소속사 대표 김씨가 이종걸 의원 명예훼손 사건에서 위증한 혐의 등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만 수사권고가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다.

이 경우 10년 넘게 끌어온 '장자연 미스터리' 해결은 이번에도 현실적, 법리적 한계에 막혀 미완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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