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홍준표 막말 보기 싫다" 균열 생기는 대구민심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입력 2018.05.18. 05:06 수정 2018.05.18. 10:06
민주, 지난 총선 이어 수성구‧북구 약진 노려
동구청장 놓고 한국 VS 바른미래 격전 예고
지난 16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5) 씨는 자유한국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거침 없이 답했다. 대구 토박이라는 김 씨는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자신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기사 이모(52) 씨의 반응은 김 씨와 확연히 달랐다. 이 씨는 "그래도 대구 이런 데는 한국당 지지층이 그대로 갈껍니더. 젊은 사람들은 약간 그런 게 있어도 우야(어떻게)든 홍준표를 밀어야지예"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강조했다.
한때 보수의 심장으로 불렸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세대 별로 표심이 갈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6‧13 지방선거를 20여일 앞두고 '보수의 아성' 대구의 표심 한국당을 선택할지를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 탄핵‧막말 여파 속 2040세대에 '반(反)한국당' 확산
대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얻은 평균 득표율인 51.55%를 훌쩍 뛰어넘는 80.14%의 득표율을 기록한 곳이다.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경북(80.8%)과 간발의 차이다. TK가 '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는 이유다.
동대구역에서 만난 직장인 장모(43) 씨는 "대구에서도 젊은 사람들은 한국당 별로 안 좋아한다. 학력이 높을수록 그렇다"고 말했다. 장 씨는 한국당에 반감을 갖게 원인에 대해 "정부가 남북회담이든 뭐든 뭐만 하면 무조건 반대만 하니까 안 된다. 반대도 대안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대~40대 사이에서 형성된 한국당에 대한 반감은 일부 노령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었다. 철옹성 같던 대구 표심도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보수분열, 홍 대표의 막말 등이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당을 지지한다는 시민들도 다수 있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한국당에 대한 충성도가 비례했다. 이들은 홍 대표의 직설화법에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민주당이나 바른미래당을 한국당의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른바 골수 지지층인 셈이다.
반야월 시장에서 떡집을 운영 중인 이모(68) 씨는 홍 대표의 평판에 대해 묻자 "아직까지 좋아요. 대구는 막강 한국당이라 안카나"라고 답했다. 이어 "여(여기) 시장 바닥 여론조사해보면 할매들은 백프로 한국당이다"라고 강조했다.
옆집에서 야채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61) 씨는 "근데 왜 그렇게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요?"라며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그러자 이 씨가 "가짜다. 그거는. 내 암만 봐도 가짜다"라며 "설문조사하는데 나이 묻고 하드만 딱 끊어 뿌드라(버리더라)"라고 답했다.
◇ 대구에 공 들이는 홍준표…동구‧북구 등 격전지 공략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 대표는 이날 오후 대구를 방문했다. 지방순회 행사가 아닌, 대구 지역을 콕 찝어 방문해 공을 들였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의 지역구인 동구 반야월 시장과 자신이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북구 칠곡시장 등 두 곳만 방문한 것은, 그만큼 두 지역이 홍 대표에게 지역적 중요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동구의 경우 바른정당 소속인 강대식 동구청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고, 북구에서는 민주당 홍의락 의원의 지지를 받는 이헌태 후보가 한국당을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구청장 중 어느 한쪽이라도 뺏길 경우 홍 대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격전지다.
홍 대표가 반야월 시장에 들어가자 일부 상인들이 "홍준표"를 연호했다. 홍 대표도 웃음을 띤 표정으로 상인들과 악수하며 화답했고, 핸드폰으로 '셀카'도 찍고 순대를 먹는 등 스킨십에 주력했다.
그러나 홍 대표에 대한 거부감도 목격됐다. 홍 대표 일행과 취재진이 뒤엉켜 좁은 시장 골목을 지나가며 간이 천막에 부딪히자 일부 상인들은 "뭐하러 여기까지 오노. 장사 방해하나"라는 항의가 제기됐다. 보수당 대표에 대한 상인들의 반응이 예년 같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민주, '바람' 타고 변화 이끌 수 있을까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수성구(김부겸)와 북을(홍의락) 등에서 이변 일으키는 등 최근 변화된 대구 분위기에 기대하는 분위기다. 수성구청장 당선과 북구에서 광역의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지방선거의 꽃인 광역단체장 선거에선 지난 2014년 대구시장 선거보다 격차를 줄이는 것이 과제다. 당시 새누리당 권영진(현 시장) 후보가 55.95%를 얻어 40.33%를 득표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현 의원 겸 행안부 장관) 후보를 약 15%p 차이로 따돌렸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전국적으로 유리한 구도에서 치르는 만큼 한자리 수로 격차를 좁힐 수 있다는 기대감이 민주당 임대윤 후보 측에서 감지된다. 김 장관에 비해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임 후보가 권 시장의 격차를 좁힐 경우 민주당으로선 변화의 바람을 타는 셈이다.
하지만 구청장, 시의회 등에선 여전히 보수 텃밭의 아성이 견고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앞선 결과가 자주 나오지만, 인물의 영향력이 큰 지방선거의 특성을 감안하면 실제 득표로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sagamore@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