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성명 발표 "구속기소는 문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와해"

허진무 기자 입력 2018.04.09. 16:24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동부구치소로 압송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검찰이 9일 이명박 전 대통령(77·구속)을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약 350억원 다스 자금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하자 이 전 대통령이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공개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와 수사결과 발표는 본인들이 그려낸 가공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그에 따라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결과”라며 “검찰은 나를 구속기소함으로써 이명박을 중대 범죄의 주범으로, 이명박 정부가 한 일들은 악으로, 적폐대상으로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속 전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공개해 “‘이명박이 목표다’라는 말이 문재인 정권 초부터 들렸다”라며 “감정적인 화풀이이고 정치보복인가보다 했지만, 저 이명박 개인을 넘어서 우리가 피땀 흘려 이룩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기업에 몸담고 있을 때 정경유착의 폐해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다. 임기 중 어떤 대기업 총수와 독대한 일도 없고, 재임 중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적도 없다. 가난했던 시절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생 모은 재산 330억원을 기부했다. 제가 무엇이 아쉬워서 부정한 축재를 하고 부정한 뇌물을 받겠나”라고 호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이 전 대통령은 장문의 입장문에서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하나씩 반박했다. 국정원 특활비를 뇌물로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보고를 받거나 지시한 일이 결단코 없다”라며 “제 지휘 감독 하에 있는 직원들이 현실적인 업무상 필요에 의해 예산을 전용했다면, 그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책임을 지겠다”라고 했다.

다스의 실소유주로 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이 전 대통령은 “저는 다스의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라면서도 “다만 가족기업이기 때문에 설립에서부터 운영과정에 이르기까지 경영상의 조언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스’는 다스 주주들의 것이다. ‘실질적 소유권’이라는 이상한 용어로 정치적 공격을 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다. 더구나 다스의 자금 350억원을 횡령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이 다스의 미국 소송 비용 68억원을 대납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처음 접했다. 워싱턴의 큰 법률회사가 무료로 자문해주기로 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 이후에 챙겨보지 못한 것은 제 불찰”이라고 했다. 또 “삼성에 소송비용을 대납하도록 요구했다느니, 삼성의 대납 제안을 보고 받았다느니 하는 식의 검찰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당시 소송비 대납의 대가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면했다는 의혹에 이 전 대통령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이 회장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신분이 박탈될 위기에 있었고,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기여하도록 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와 각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사면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은 “정권의 하수인이 돼 헌정사상 유례없는 짜맞추기 표적수사를 진행해온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제가 구속된 이후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저는 학생 시절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다가 감옥에 갔던 사람이다. 그 이후에는 전 세계를 무대로 뛰었던 기업인이었다. 대통령이 돼서는 국민의 지지 속에 대한민국의 자유와 경제 발전을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 국민 여러분께서 대한민국을 지켜달라”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