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보내고 이재명 때리고 박원순도 .. 다음은 김OO?

현일훈 입력 2018.11.23. 00:10 수정 2018.11.23. 05:53

민주당서 국정조사 수용하자
안·이·박·김 살생부 떠돌아
비문 대권주자 차례로 낙마 소문
김부겸 내치고 김경수 옹립설도
안상수 국회 예결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원내대표와 간사들이 22일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정소위원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 시한은 12월 2일이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간사·홍영표 원내대표, 안 위원장,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장제원 간사. [임현동 기자]
“당 지도부가 너무 궁지로 모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에 합의한 것을 두고 서울 지역 민주당의 한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야 3당의 요구를 민주당이 받아들인 것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사실상 ‘박원순 청문회’가 될 것이란 정치권의 관측에 민주당 일각에선 “박원순 죽이기에 합의해 줬다” “당이 너무 매몰차다”고 비판하는 식이다.

이날 자유한국당 비상대책회의에선 “대단히 중요한 국정조사를 관철시켜냈다”(김병준 비대위원장), “이상한 정치 행보를 하는 박 시장의 협조만이 남았다”(김성태 원내대표) 등 박 시장을 겨냥한 논평이 나왔다. 여야 모두 공공기관 국정조사가 박 시장의 향후 정치 행보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의원 일부는 겉으로는 “채용 비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며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사석에서 ‘부글부글 끓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들은 “의원들 의견도 묻지 않고 덜컥 합의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과 가까운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지난 21일 “국정조사를 수용한 점은 납득되지 않는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23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이번 협상 결과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내부의 민감한 반응은 최근 당내에 퍼진 ‘살생부’ 논란과도 관련이 있다. 이는 지난달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오간 대화와 표현이 기폭제가 됐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안·이·박·김’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안희정 날리고, 이재명 날리고, 그다음에 박원순 까불지 마라, 까불면 날린다. 그다음에 김은 누구냐? (중략) 그런 맥락에서 도지사가 된 후 압수수색을 받았는데 소회가 어떻습니까.”

▶이재명 경기도지사=“인생무상을 느낍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쟁자였고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군인 인사들(안희정·이재명·박원순 등)이 탄압을 당한다는 가설은 현재진행형 사건과 연결돼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난 3월 수행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가 보도돼 당직을 박탈당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재명 지사는 부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논란’과 관련해 기소되기 직전이다. 그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보낸 경찰을 향해 “정치적 수사”라고 반발하며 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박 시장도 채용 비리 국정조사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지난 17일엔 문재인 정부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반대하는 한국노총의 집회에 박 시장이 참석해 친문재인 진영으로부터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안·이·박’이 민주당의 비주류인 ‘비문계’라는 점에서 친문계가 비문계를 내치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8월 17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안희정, 이재명, 박원순에 대한 청와대 살생부’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치 보복에 따라 한 명씩 제거 중”이란 내용을 두고 ‘청와대 배후설’이 거론되기도 한다.

‘안·이·박·김’ 중 ‘김’이 누구냐에 대한 풍문도 분분하다. ‘세 사람을 내치고 난 다음에 그 자리에 서는 사람’이라며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김’이라는 풀이가 그중 하나다. 그 자리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끼워넣는 주장도 있다. 또 “비문계 잠룡인 김 장관은 앞선 세 사람과 같은 길을 갈 것이다”고 반대의 해석을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안·이·박·김’으로 일컬어지는 이른바 ‘숙청설’은 말 그대로 낭설이다. 배후도, 근거도 없다”고 일축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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