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의 잔혹범죄, 막을 기회 두 번 놓쳤다

CBS노컷뉴스 김정훈 기자·강민주 PD·이혜진 인턴기자 입력 2017.10.12. 08:41 수정 2017.10.12. 09:21

-실종 이튿날까지 생존한 딸 친구, 구출 기회 놓쳐
-부인의 의심스런 자살 뒤 압수수색하고도 대응 못해
-성매매업소 운영 이영학, 아내에 성매매 강요 의혹도
-"소아 성기호증 의심…범행 동기 가능성"
-추가 범행, 조력자 여부는 향후 수사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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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어금니 아빠' 사건, 유명인이 범인이기도 한 데다 워낙 미스테리한 부분이 많다 보니 하나하나 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그 궁금했던 전모들이 상당히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 사건을 심층취재하던 김정훈 기자는 경찰의 부실수사라는 새로운 지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렇죠?

◆ 김정훈> 맞습니다. 그 점을 포함해서 조각조각 흩어져있던 이 사건의 퍼즐을 맞춰보겠습니다.

◇ 김현정> 어제는 현장검증이 있었죠?

◆ 김정훈> 사건이 일어났던 서울 망우동 주택에서 오전부터 진행됐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경찰과 취재진, 주민들이 몰려있었는데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쓴 '어금니 아빠' 이영학 씨가 경찰 승합차에 태워져 도착했습니다.

현장의 소리를 들어보시죠.
【현장음】

◇ 김현정> 취재진에 주민들에... 상당히 혼잡해 보이는데, 조그맣게 이영학 목소리도 들려요.

◆ 김정훈> 네. 마이크에 잘 잡히지는 않았지만 이영학은 작은 소리로 '죄송합니다'라고 입을 떼긴 했습니다. 그는 이어 집에서 딸의 친구를 숨지게 한 모습을 재연했고, 시신이 든 여행용 가방을 차량에 싣는 장면까지 보였습니다.

◇ 김현정>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이영학씨가 딸한테 그 친구를 데려오라 시켰고 딸은 놀러온 친구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건넸다는 것이죠? 그리고 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씨가 피해 여학생을 목졸라 숨지게 했다는 건가요?

◆ 김정훈> 그렇게 알려지고 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미궁입니다. 당장 살해 시점이 오락가락한데요, 당초 경찰은 피해 학생이 이씨 집을 찾은 9월 30일 당일 살해됐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시신이 유기된, 그보다 하루 뒤인 10월 1일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 김현정> 하루 뒤에 살해가 됐다고 하면 9월 30일 당일 실종 신고가 이뤄졌는데, 실종 신고가 있고도 한참동안 살아있었다는 거네요.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그날 밤 이씨 딸과 통화까지 했잖아요.

◆ 김정훈> 그렇습니다. 이씨 딸은 전화통화에서 "놀다가 헤어졌다, 가출한 것 아니냐", 이렇게 둘러댔다고 했죠. 직후 어머니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바로 그집에 찾아가 확인을 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얘깁니다. 이 부분을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의 말로 들어보시죠.

【인서트】
"'우범자 관리 기준'에 이 사람이 들어갈 수 밖에 없거든요? 전과가 18범이기 때문에. 그럼 그 사람의 위치와 그 사람이 파악이 사실은 됐어야 하고. 그 사람의 아이에게 간다고 하고 나갔잖아요, 초등학교 동창이. 그럼 그 엄마는 아이가 어디 간 줄 알았다는 얘기잖아요. 그럼 그 아버지가 바로 추적이 돼야죠."

◇ 김현정> 바로 찾아갔어도 아이는 살아있는 상태로 구출될 수 있었다는 얘기예요. 한번의 기회를 놓친 겁니다.

여중생 살해·시신 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35)씨가 현장검증을 위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망우동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이한형기자/자료사진

◆ 김정훈> 그런데 이런 기회는 또 있었습니다.

◇ 김현정> 또요?

◆ 김정훈> 이영학씨의 부인 최모씨가 지난달 6일 투신해 목숨을 끊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당시 경찰은 이마에 난 상처 등에 미뤄 폭행당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고 합니다.

◇ 김현정> 이마에 상처가 났는데, 이건 투신할 때 난 상처가 아니라는 걸 경찰이 알았다는 거죠.

◆ 김정훈> 그렇죠. 그래서 이씨의 집을 압수수색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이씨의 PC와 스마트폰에서 다량의 음란영상을 발견했다는 겁니다.

◇ 김현정> 음란영상이라고 하면, 포르노 영화 같은 거요?

◆ 김정훈> 실제 성관계 장면이 담긴 영상이었다는 거죠.

◇ 김현정> 영화가 아니라 실제 장면을, 누가 찍은 거요?

◆ 김정훈> 아마 이씨가 찍은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특히 영상 가운데 부인 최씨가 등장한 것도 있거든요. 갑자기 투신한 아내, 그 아내의 몸에 난 상처, 그리고 그 남편 이씨가 갖고 있던 음란한 영상물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이씨를 의심해보기에 충분하지 않습니까?

◇ 김현정> 상당히 이상하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어야 하는 건데. 자살 닷새 전엔, 부인 최씨가 이영학의 계부한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를 한 것도 있었잖아요.

◆ 김정훈> 그런데도 경찰은 변사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이수정 교수의 지적을 들어보시죠.

【인서트】
"신고한 지 얼마 안된 여자가 자살할 타이밍이 아니란 말이에요. 일반적으로 보면. 그런데 왜 자살했을까. 누군가가 이사건의 뚜껑을 열고 이상한 사건이라는 시각에서 나름 조사를 계속했었다면, 그럼 그 집이 성매매의 온상이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사건을 포괄적으로 보고 조사를 해볼 수 없었을까..."

◇ 김현정> 그러니까 부인 사망 사건-변사 사건의 배경을 더 캤더라면, 남편의 행적을 더 조사했더라면 딸 친구가 변을 당하는 일은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거네요.

◆ 김정훈> 경찰의 부실한 대응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죠.

◇ 김현정>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 이씨가 음란 영상물만 갖고 있었던 건 아니라면서요?

◆ 김정훈> 그동안 가려졌던 이씨의 엽기적 행적들은 이번 사건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CBS 취재 결과 이씨는 최근까지 서울 강남에서 안마방으로 위장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 왔습니다. 아내한테도 성매매를 강요했다는 의혹까지 있고요.

◇ 김현정> 지금까지는 성금 모금해서 살아왔다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결국 하나가 드러난 거네요.

◆ 김정훈> 네. 그런가 하면 이씨는 SNS 등을 통해 14세에서 20세 사이 나이의 동거인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개인룸 샤워실을 제공하겠다고 유인했고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은 14세의 사랑"이라는 엉뚱한 주장을 펴기도 했습니다. 공교롭게 숨진 피해 학생 역시 14세였거든요.

◇ 김현정> 왜곡된 성의식, 성도착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군요.

◆ 김정훈> 이씨에게 성기능 장애가 있던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는데요, 그런 가운데 자신의 성기에 기괴한 보형물을 삽입한 것으로도 드러났습니다. 정상적으로는 보이지 않죠.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배상훈 교수의 진단을 들어보시죠.

【인서트】
"딸이 14살이거든요. 이분이 서른다섯입니다. 어머니를 보면 청소년기에 출산을 한 것이 되거요. 그러면 그 과정이 어땠을까라는 걸 역산해볼 수 있죠. 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소아성기호증이랑 관련돼 있지 않을까 의심해볼 수 있는 게 바로 그 부분 때문이거든요. 특정한 나이대의 청소년에 대한 성적 접근 부분이 혹시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 김현정> 숨진 14세 피해 여학생에게 성폭행 흔적이 나타나지는 않았잖아요.

◆ 김정훈> 일반적인 성폭행 가능성, 그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성적 학대를 했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이죠.

◇ 김현정> 성도착 증세가 있다고 하면 이영학의 가려진 범죄가 더 있을 수 있겠다, 이런 추정도 가능하겠는데요?

◆ 김정훈> 앞서 들으신 것처럼 이씨는 적극적으로 10대 청소년들을 찾아왔습니다. 단순히 성매매 알선을 넘어 성도착 범죄를 저질렀을 개연성도 있어 보이는 대목입니다. 이어질 경찰 수사로 가려져야 할 부분이죠. 또 조력자가 없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또다른 누군가, 동업자 조력자 공범자가 없었는가 하는 부분.

◆ 김정훈> 사체 유기를 도운 혐의로 박모씨가 이미 구속되기는 했죠. 그 외에 이씨의 범행을 도운 또다른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씨는 지적·정신장애 2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거든요. 일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은 정도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도 겉으로는 희소병을 이겨내려는 꿋꿋한 가장의 이미지로, 굉장히 치밀하게 이중 생활을 해온 거예요.

;어금니 아빠' 이모 씨. 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김정훈> 또 시신을 유기하러 갈 때 차량용 블랙박스를 떼어놓았고, 돌아와서는 차량을 바꿔타기도 하는 등 지능적으로 범죄를 은폐하려 했거든요. 이씨를 도운, 아니면 뒤에서 이씨를 조종한 누군가가 있었던 것 아니냐 이런 추정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 김현정> 사건의 윤곽이 조금 드러나긴 했지만 퍼즐을 맞추고도 빈자리가 많은 느낌이예요. 워낙 미스테리가 많은 사건이라서요.

◆ 김정훈> 경찰은 일단 현재까지 확인된 건에 대해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딸에 대해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돼 있고요. 내일 경찰은 이번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인데, 이렇게 제기된 많은 의혹들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 김현정> 저는 다른 것보다, 살릴 수 있는 아이였는데 경찰이 부실하게 초동 대응하면서 그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 정말 마음이 아프네요. 후속 취재 부탁드리고요, 수고하셨습니다.

[CBS노컷뉴스 김정훈 기자·강민주 PD·이혜진 인턴기자] repor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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