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구미 3세 여아 얼굴공개..사건 전말은 미궁속으로

우성덕 입력 2021. 03. 14. 11:12 댓글 474

 

경북 구미의 한 빈집에 6개월 동안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생전 모습이 공개됐다. 엄마인줄 알았던 이가 언니였고, 할머니인줄 알았던 이가 엄마였던 기구한 여자아이의 모습은 여느 3살 짜리 아이처럼 천사같았다.

할머니로 행세하던 석 모씨(48)의 신고로 사망 사실이 알려진 이 여아는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할머니라던 석 씨가 바로 친모임이 밝혀졌다. 유전자검사를 해보니 친자관계가 성립한 것이다. 반면 자신의 아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키우던 석씨의 딸 김씨는 유전자검사 결과를 믿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숨진 여아의 친부는 누구고 석씨의 딸인 김씨(22)가 낳은 진짜 딸은 어떻게 된걸까? 이 사건의 핵심을 지르는 이 문제를 밝히기 위해 경찰은 석씨의 내연남에 대한 DNA 검사를 실시했으나 친자관계가 '불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 이외에 석씨 주변의 또 다른 남성 한 명을 추가로 불러 DNA 검사를 진행했지만 이 남성 역시 DNA가 일치하지 않았다. 경찰은 석씨의 남편이 친부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다.

DNA 검사 결과를 토대로 여아 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갈 예정이던 경찰 수사는 현재 미궁에 빠진 상황이다. 경찰은 석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통해 친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김씨는 출산 뒤 산후조리원을 거쳐 친정에 아이를 맡긴 후 몸조리를 했다. 경찰은 부적절한 관계로 임신했다는 사실을 숨겨온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손녀와 바꿔치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하고 있다. 김씨가 낳은 아이는 출생신고가 돼 있지만 석씨의 출산 기록과 출생신고는 없다. 경찰은 현재 구미시와 공조해 민간 산파와 위탁모를 찾고 있다.

석씨는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기 전 "제 딸이 낳은 딸이 맞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숨진 여아의 친모라는 사실을 부인했다. 딸이 낳은 아이 행방에 대한 질문에는 별도로 대답하지 않고 "저는 딸을 낳은 적이 없어요"라며 출산 사실부터 부인한 것이다. DNA 검사 결과가 잘못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도 "네"라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 가족 관계가 아니었고, 가족 간에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 여러 사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며 "유전자 검사로 결과를 남겨 놓자는 취지에서 (석씨를) 검사했는데 외할머니가 친모로 나타났다"고 했다.

김씨는 10대 후반에 집을 나가 동거하면서 부모와 사실상 인연을 끊은 사이였다고 한다. 같은 빌라의 2층과 3층에 살았지만, 왕래가 없었고 김씨가 작년 8월 초 3세 여아를 놔두고 이사한 지 6개월 만에 건물주 요청에 따라 부모가 지난달 10일 찾아갔다가 숨진 여아를 발견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김씨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방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자신의 딸이 아니지만, 당시 보호자 위치에서 방치해 굶어 숨지게 한 점에서 살인 혐의를 그대로 적용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해 8월 초 인근 빌라로 이사 가기 전에 혼자 남겨놓은 딸의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김씨가 딸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이사를 갔으며, 무더위 속에서 홀로 남겨진 딸이 아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경찰에서 아이를 방치한 이유에 대해 "전 남편 아이라 보기 싫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아이를 버리고 이사를 간 같은 달 말 남자아이를 출산했는데, 평소 가족에게 숨진 아이와 함께 사는 것처럼 속여왔다. 경찰은 석씨의 출산 경위와 아이를 손녀로 둔갑시킨 이유 등을 캐고 있다. 아이를 바꿔치기 하기 위해 석씨와 김씨가 공모했는지 여부도 살피는 한편 김씨가 출산한 아이의 소재 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성덕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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