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채용비리 후폭풍②]2030의 분노 "난 금수저 들러리였나"

입력 2018.01.31. 10:01

 

-“공정할 줄 알았는데…허탈감 넘어 분노”
-“이제 공공기관 채용 못믿어” 성토 이어져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공공기관과 공직 유관단체 1190곳 가운데 946곳에서 4788건의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정부의 발표에 공공기관 채용을 준비하던 2030세대는 허탈감을 드러냈다. 비교적 공정하다고 알려진 공공기관에서도 채용비리가 사실상 당연하게 이뤄져 왔다는 사실에 공공기관 지원을 포기하겠다는 지원자도 나타났다.

정부는 중앙 공공기관 330곳 중 부정청탁 지시나 서류조작 등 채용비리 혐의가 짙은 33개 기관, 83건을 수사의뢰하고, 채용업무 처리과정 중 중대한 과실ㆍ착오 등 채용비리 개연성이 있는 66개 기관의 255건에 대해 징계ㆍ문책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당장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공공기관 10곳 중 8곳은 채용비리가 있었던 셈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정부의 발표에 공공기관 채용을 준비하던 취업준비생들은 분노했다. 지난 30일 서울의 한 사립대학 커뮤니티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 차라리 사기업이 더 공정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인기를 끌었다. 토익 점수와 학점 등 계량적인 평가가 주를 이루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채용이 더 공정할 줄 알았는데, 사기업만도 못하다는 내용이었다.

작성자는 “경제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사기업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있는 사람들끼리는 부정한 방법으로 자기 자식을 좋은 직장에 넣으면서 다른 지원자들에게는 ‘눈을 낮춰야 한다’는 소리를 해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물은 다른 학생들의 지지를 받아 추천만 1000건에 달했다.

공공기관 등에 취업을 준비하던 다른 취업준비생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 금융 공기업에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송모(29) 씨는 “이제는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채용비리가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내가 다른 합격 내정자들의 들러리를 서줬던 것 같아 화가 난다”고 했다. 송 씨는 “시험 성적만 보는 공무원 시험이나 아예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강원랜드에 지원했었다가 탈락했다는 배모(28) 씨는 “비교적 공정하다고 생각했던 공기업마저 채용비리가 만연하다는 사실에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며 “심지어 지역 주민이라 지나가며 강원랜드 건물을 자주 마주치는데 대한민국 자체에 대한 신뢰까지 잃는 것 같다”고 했다.

시민단체들도 정부의 발표에 분노를 나타냈다. 청년참여연대와 청년유니온 등 청년단체들은 공기업 채용비리 사건 직후 강원랜드 채용과정에서 인사 청탁을 한 의혹을 받은 권성동ㆍ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등을 직접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채용비리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불공정성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선량하고 힘없는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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