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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인사이드]'최민정 타임', 언제 가동될 지 몰라 상대는 더 두렵다

김진회 입력 2018.02.18. 13:27 수정 2018.02.18. 13:38

 

17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준결선에서 최민정이 아웃코스로 치고 나가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미터 준결승이 17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렸다. 최민정이 1위로 마지막 코너를 돌고 있다. 뒤로 크리스티 앨리스와 중국 리진유가 충돌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여자 쇼트트랙에는 '최민정 타임'이 있다.

'괴물' 최민정(20·성남시청)이 매 경기마다 상대 선수들을 추월하기 위해 폭발적인 스피드를 가동하는 시간이다. '최민정 타임'이 시작되면 관중들은 더 즐거워진다. 눈치싸움을 하던 선수들이 비로소 온 힘을 쏟아 붓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자들은 두 번 좌절하게 된다. '플러스 스트로크'로 자신들의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최민정의 스피드에 놀라고 결국 최민정이 1위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하는 시나리오에 고개를 떨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최민정의 '사이다 질주'를 느낄 수 있었던 건 3000m 계주 예선과 1500m 결선이었다. 특히 3000m 계주에선 이유빈(17·서현고)이 레이스 초반 넘어진 상황에서 재빠르게 바통을 이어받은 최민정이 엄청난 스피드로 상대와의 간극을 좁혔다. 넘어져도 1위로 결선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최민정의 남다른 스피드 덕분이었다. 당시 1위를 달리다 역전당한 캐나다의 마리안 생젤라는 "솔직히 죽을 정도로 달렸다"며 "그 레이스는 정말 빨랐다. 거의 결선 같은 느낌이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카산드라 브라데트 역시 "우리는 한국 선수들이 오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 한국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정말 좋은 회복력을 가졌다. 한국이 굉장히 빨리 경쟁에 복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최민정 타임'은 지난 17일 열린 1500m에서 제대로 발휘됐다. 무엇보다 상대가 최민정을 더 두려워하는 이유가 있다. '최민정 타임'이 언제 가동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민정은 다양한 전략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린다. 이날 예선에선 11바퀴를 남겨두고 특유의 아웃 코스 질주로 경쟁자들을 제치고 올라서 1위로 준결선에 진출했다. 준결선에선 4바퀴를 남겨두고 역시 아웃 코스로 추월을 시도한 뒤 압도적인 스피드와 기술로 선두를 지켜내며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미터 결승전이 17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렸다. 최민정이 1위로 골인하며 환호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7/
17일 오후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아이스아레나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m 경기가 열렸다. 최민정이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눈물을 보이고 있는 최민정.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7
결선이 압권이었다. 12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선두로 치고 나오는 전략을 쓴 최민정은 킴 부탱과 아리아나 폰타나에게 다시 선두를 내주며 일부러 페이스를 늦추는 듯하더니 3바퀴를 남겨두고 '괴물 타임'을 작동시켰다. 인코스보다 원심력이 크게 작용하는 아웃 코스 추월을 한 바퀴 동안 시도했다. 앞서가던 선수들은 이를 악물며 자신의 오른쪽으로 치고 나가는 최민정을 따라잡으려고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최민정은 '괴물 타임'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추월할 때 왼팔 활용을 사실상 포기했다. 흔들거나 얼음을 짚기 위해 뻗지 않았다. 최민정은 "500m보다 1500m는 속도가 덜 나기 때문에 손을 짚을 일이 많지 않다"며 겸손함을 보였지만 사실 500m 실격 때 문제가 됐던 것이 왼팔이었기 때문이다. 500m 실격 당시 최민정은 "내가 더 빨리 탔으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텐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번의 실수는 하지 않았다. 예고대로 더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압도했다.

'최민정 타임'은 1000m와 3000m 계주를 남겨둔 경쟁자들이 넘어야 할 최대 변수다. 강릉=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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