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대기업에 합격했는데 졸업시험 탈락, "너무 한다" VS "특혜 없다"
권중혁 기자 입력 2018.07.05. 04:05
A씨(59)는 4일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그가 몸에 걸친 알림판에는 ‘청년실업시대에 제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교수는 사라져야 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학교 B학과에 재학 중인 A씨의 아들 C씨(28)는 졸업을 앞둔 지난 5월 국내 모 대기업에 합격했다. 하지만 지난달 학과 졸업시험에서 떨어졌다. 회사는 졸업을 못하면 입사 취소라고 전했다. A씨는 아들이 교수를 설득했지만 잘 안 돼 본인이 직접 나섰다고 했다.
A씨는 “졸업시험 탈락 시 구제 절차가 없고 교수 1명만 평가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교수 선호로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어느 학과에서 졸업시험을 50% 이상 불합격시키느냐”며 “시험 탈락이 학생들 탓이라기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담당교수인 D교수는 “4학년 1학기부터 시험을 볼 수 있어 학생들에겐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보장했다”는 입장이다. 또 “시험은 전공교수가 전문적으로 채점을 해야 하지 타 전공교수가 간섭할 수 없다”고 했다. 학과 측도 “16명이 응시해 8명이 탈락했지만 졸업대상자가 아닌 학생들을 빼면 5명만 탈락했다. 30%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A씨는 또 졸업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한국외대 졸업시험 시행규정 제10조 2항은 ‘졸업시험은 학과에서 정한 방법으로 시행하되, 어문계열의 경우 FLEX시험(외국어인증제)으로 대체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A씨는 “FLEX로 대체하라는 원칙이 있는데도 졸업시험을 (따로) 봤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해당 규정은 졸업시험은 기본적으로 학과에서 정한 방법을 우선하고 추가로 어문계열은 FLEX로 대체한다는 것”이라며 “학과에선 이미 지난 3월 공지사항에 미리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취업준비생들은 현실적으로 청년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취업준비생 우모(24)씨는 “졸업시험은 실제 필요보다는 단지 졸업을 위해 치른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어렵게 취업이 됐는데 입사가 취소되면 또 힘들게 준비를 해야 하니 대체시험 등 대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취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특혜를 줄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이 어려운 현실 때문에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해 왔지만 ‘정유라 사건’을 계기로 대학들이 학사관리를 엄격히 한다”며 “자격이 안 되면 졸업을 못 시키는 건 정당하다”고 밝혔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