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진가가 찍은 평양과 북한 [보다, 읽다]

김유진 기자 입력 2018.09.22. 15:44 수정 2018.09.22. 15:48

[경향신문] 지난 18~20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이 막을 내렸다.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만난 두 정상과 내외 간의 격의없는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비핵화·올림픽 공동개최·김정일 국무위원장의 남한 방문 등과 같은 합의사항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남북 화해 무드가 이어지면서 북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인식이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일본 사진가 하츠자와 아리의 <이웃사람>(눈빛)은 ‘사람냄새’ 나는 북한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북한 당국이 체제 선전용으로 뿌리는 사진들이 아니라, 그동안 카메라에 제대로 포착되지 못했던 평양의 뒷골목,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하츠자와는 2012년부터 올해 2월까지 7차례 방북하며 사진 작업을 했다. 납치문제를 둘러싸고 북한을 악마화하는 풍토가 지배적인 일본에서, 그는 ‘위화감이 아닌 공감’을 이야기하고, ‘조일 국교정상화’를 촉구하는 이례적인 일본인이다.

하츠자와는 사진을 찍은 지명이나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한국어판을 출간한 사진 전문 출판사 눈빛 측은 “혹시 누군가에게 돌아갈지 모를 불이익을 사진가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신의주, 함흥, 원산, 회령, 경성 등 지방에서 촬영한 사진들의 경우, 장소를 추측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사진은 글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북한 주민들의 삶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을 소개한다.

■일본 사진가의 사진집 <이웃사람> 속 사진들

평양 시민들도 레저 스포츠를 즐긴다. 평양 시내 모처의 수영장에서 연인으로 보이는 두 남녀가 환하게 웃고 있다. 볼링장에 있는 시민들은 내기 시합이라도 하는 양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츠자와 아리. 눈빛 제공
ⓒ하츠자와 아리. 눈빛 제공

‘평양’ 하면 ‘랭면’만 떠올리면 오산이다. 피자집과 햄버거 가게도 평양에서 성업 중이다. 생맥주가 담긴 잔을 앞에 두고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평양이 아닌 지방에서 촬영된 사진에서는 해수욕장에서 주민들이 고기 파티를 벌이고 있다.

ⓒ하츠자와 아리. 눈빛 제공
ⓒ하츠자와 아리. 눈빛 제공
ⓒ하츠자와 아리. 눈빛 제공

북에서도 아이들은 게임에 열중한다. 다만 컴퓨터나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아날로그식 게임기 앞에 서 있고, 게임 내용이 ‘땅크’(탱크)를 격파하는 ‘전쟁 게임’이라는 점은 다르다.

ⓒ하츠자와 아리. 눈빛 제공

갓 결혼한 것으로 보이는 커플이 수상보트 위에서 피로연을 하고 있다. 평양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의 풍경은 우리네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하츠자와 아리. 눈빛 제공
ⓒ하츠자와 아리. 눈빛 제공

‘겨울’이라는 제목이 붙은 장에 실린 사진이다. 두꺼운 외투로 꽁꽁 싸맨 아이들이 학교 가방을 메고 걷고 있다. 나란히 붙어있는 모습이 꼭 사이좋은 오누이 같다. 얼어붙은 논두렁 길을 걸어서 하교하는 중일까.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한 남과 북. ‘봄이 온다’에서 시작해 ‘가을이 왔다’로 옮겨왔다면, 필경 언젠가는 겨울이 올 것이다. 사진 속 남매처럼 겨울을 무사히 통과해 다시 따스한 봄을 맞이할 수 있게 될까.

ⓒ하츠자와 아리. 눈빛 제공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블로그 이미지

오사사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정보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