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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5060도 ‘보피 알바’…감쪽같은 사업자등록증에 속는다 [인간 대포통장]

기사입력 2021.10.19. 오후 3:25 최종수정 2021.10.19. 오후 4:26 기사원문 스크랩 

인간 대포통장 〈1부 - 만들어진 공범〉 ④
58년생 정씨, 교도소에 들어가다
정일훈 씨가 채용담당자와 나눈 대화. 그럴싸하게 만든 사업자등록증까지 제시하고 있다.

정일훈(63·남) 씨는 7년을 울산의 조선소에서 협력업체 소속 ‘보온공’으로 일했다. 집채만 한 배 속에 씨줄 날줄로 퍼진 배관에 보온재를 붙이는 노동이었다. 선박을 기어다니다시피 하면서 보온재를 덮는 건 고역이다. 그래도 일감은 풍부했고 꾸준히 소득이 들어왔다. 몇 년 전 불어닥친 조선업 불황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호시절은 끝났다. 하청업체를 나와 일용직으로 보온공 일을 이어갔지만 일거리가 부족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화물차 운전, 인체실험, 쿠팡 배송…. 그는 눈여겨본 구직 공고 목록을 작성했다. 거기엔 ‘SBI솔루션’도 적혀 있다. 생활정보지 ‘교차로’에서 유심히 봐둔 업체명이었다.

SBI솔루션의 채용담당자는 정씨와 연락하면서 “채권 추심업무”라고 소개했다. 사채를 끌어와서 하는 불법적인 일은 아닌지, 제3자가 돈을 받아 입금하는 이유는 뭔지 등을 정씨가 꼼꼼히 물었더니 “고객들이 이미 신용불량이 돼서 통장 압류되고 현금으로 할 수밖에 없다. 고려신용정보에서 위탁받은 회사”라고 설명했다. 동래세무서장 직인이 찍힌 사업자등록증까지 보여줬다.

그것은 취업의 허울을 쓴 범죄 심부름꾼 모집 광고였다. 그는 경찰에 붙잡혔고 검찰로부터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한 공동 정범’이라는 취지로 기소(사기 혐의)됐다. 1심 재판부는 공소 사실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정씨는 지난해 9월 진주교도소에 미결수로 수감됐다. 피고 측은 “형이 너무 과하다”고, 검사 측은 “형이 약하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정씨의 변호인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일러스트=권해원 디자이너]

정씨와 같은 중장년층들이 보이스피싱에 연루돼 붙잡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확보한 서울지방경찰청의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검거보고서 분석자료를 보면, 2020년 4월~2021년 3월에 붙잡힌 피의자 578명(서울지방경찰청 관내) 가운데 40대 이상 가담자는 240명(41.6%)으로 집계됐다. 이 시기는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이보다 앞선 시기엔 40대 이상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 2018년 2월~2020년 3월에 검거된 현금수거책 559명을 연령대로 분류했을 때 40대 이상 피의자는 15%에 그쳤다. 현금수거책으로 가담했다는 이유로 붙잡힌 사람 10명 중 7명은 20~30대였다. 2~3년 전만 해도 보이스피싱 심부름꾼 노릇은 비교적 젊은 층에서 많이 했다면, 2020년 2분기가 지나면서 연루되는 이들의 연령대가 높아졌다.

[권해원 디자이너]

검거보고서를 분석한 홍순민 서울광진경찰서 강력팀장은 “보이스피싱 조직이 (알바) 광고를 엄청 때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수입이 엄청나게 줄어들고 수입이 불규칙한 사람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쉬운 일이다. 수금하는 일이다. 일당은 최저 시급보다 많이 쳐주겠다’는 내용으로 현혹한 결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이든, 청년층이든 보이스피싱 행동책으로 엮이는 배경은 ‘취업’이다. 당장 일자리가 절박한 이들이 보이스피싱 일당이 쳐둔 거미줄에 걸린다. 다만 20~30대가 취업정보를 알바몬, 알바천국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구인구직 플랫폼에서 찾았다면,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교차로, 벼룩시장 같은 생활정보지를 통해 취업정보를 접한다.

지면 형태의 생활정보지에 실린 구직광고 가운데 보이스피싱 관련 허위 공고로 의심되는 사례들.

보이스피싱 수금책을 모집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광고들은 대개 ‘단기/장기 배달 알바모집’ ‘단순배송 구함’ 따위의 제목을 달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슨 업무를 담당할 것인지는 대체로 명시하지 않는다. ‘초보 환영’ ‘나이 무관’ ‘일급 지급’ 등의 문구로 일단 유인한 뒤 유선이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구체적인 업무를 설명하며 포섭하는 구조다.

이원일 변호사(법무법인 하진)는 “생활정보지 한 부를 펼치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광고가 8, 9개쯤 된다”며 “교차로 같은 익히 알려진 매체에 불법적인 광고가 실리리라곤 생각지도 못하는 맹점이 있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 디지털스토리텔링 : 인간 대포통장]

졸지에 사기범죄의 ‘공범’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만나 수백~수천만원의 현금다발을 받아 어딘가로 입금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그들을 ‘현금수거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총책과 범행을 공모했다는 죄를 묻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는 102명의 보이스피싱 공범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15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들이 범죄자로 연루되기까지의 배경, 어떻게 일했고 붙잡혔는지를 파악했습니다. 대부분은 가짜 취업 공고에 속아 ‘그 일’에 엮였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취업준비기간을 보내던 청년, 코로나19로 일터에서 밀려난 구직자, 단지 세상경험 쌓으려 알바를 찾았던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거미줄에 걸려들었습니다.

피해자와 사회는 그들을 비난합니다. ‘어떻게 범죄인 걸 모를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설계자들이 짜놓은 판은 지독하리만큼 교묘합니다.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듯이 자기들의 수족 노릇을 할 사람도 철저히 기망합니다. 정작 보이스피싱 본체는 막대한 수익만 삼키고 법망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공범이 된 이들의 허물없음을 대변하려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는 한순간에 피해자-피의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기록입니다. 동시에 보이스피싱 꼭두각시가 된 사람들을 비난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게 최선인지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헤럴드경제의 ‘인간 대포통장’ 기획은 3부에 걸쳐 보도됩니다.

[프롤로그]

[단독] 보이스피싱 ‘공범’ 몰렸다 실종된 아들,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1부]

① ‘살아있는 대포통장’ 된 그들…절반 이상이 2030

② 보이스피싱 ‘꼭두각시’로 쓰이다 버려진 사람들

③ “엄마, 그냥 교도소 갈게”…22살 아들이 보이스피싱 ‘낙인’ 찍혔다




헤럴드 디지털콘텐츠국 기획취재팀

기획·취재=박준규·박로명 기자

일러스트·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박준규 nyang@heraldcorp.com, 박로명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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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냥 교도소 갈게”…22살 아들이 보이스피싱 ‘낙인’ 찍혔다 [인간 대포통장]

기사입력 2021.10.18. 오후 5:32 최종수정 2021.10.18. 오후 7:37 기사원문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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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대포통장 〈1부 - 만들어진 공범〉 ③
허연정(53·가명) 씨, 보이스피싱 피의자 김진석(22·가명) 母의 기억


허연정(53·가명) 씨와 8~9월 2차례에 걸쳐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금수거책으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피의자 된 김진석(가명) 씨의 어머니다. [사진=박준규 기자]

“엄마, 알바 잡았어!”

아직도 그날이 생생하다.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했다며 안방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왔다. 며칠 전 군 입대를 앞두고 게임만 하는 아들이 답답해 “군대 가기 전에 사회 경험이라도 쌓으라”며 윽박질렀던 터였다.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하늘의 별 따기”라며 입을 비쭉거렸다. 작년 초만 해도 코로나 확산 초기였기에 구직사이트에 올라오는 공고는 지게차 운전, 냉동창고 작업 등이 전부인지라 선택지가 없었다.

아들이 구했다는 일은 “대금을 회수하는 대부업체 사무직”이라고 했다. 대부업이라니…. 영화 속 깡패가 떠올라 아들의 등짝을 후려치곤 “그런 거 하다 칼빵 맞는다”며 눈에 쌍심지를 켰다. 아들은 “세상에 편한 일이 어디있냐”며 맞받았다. 며칠 후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구했다면서 새벽부터 일을 나갔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로부터 2주 후. 아들이 목걸이를 건넸다. “엄마 생일선물로 금붙이 사줘”라며 장난삼아 던진 말을 기억한 것이었다. 뿌듯하고 행복했다. ‘녀석, 알바비 얼마나 된다고….’ 아들은 찔리는 듯 “사실 호기심에 대부업체 일을 시작했다”고 실토했다. 이번에도 “미쳤냐”며 소리쳤다. 목걸이는 환불시켰다. “일주일 내로 그만두겠다”는 아들의 약속을 받고서야 놓아주었다.

유난히 아들 걱정이 많았다. 여리고 상처가 많은 아이였다. 살집이 있고 눈이 작아서 별명이 ‘100㎏ 아메바’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겉돌더니 친구들의 표적이 됐다. 체육시간에 자리를 비우면 교복이 없어졌다. 머리에 돌을 맞기도 했다. 맞고 들어오는 아들을 볼 때마다 말도 못 할 정도로 괴로웠다. 아이를 대안학교로 전학 보낸 후에도 신경 쓰였다. 그래서 버릇처럼 딸에게 “엄마 죽으면 오빠가 사기당하지 않게 잘 챙겨줘라”라고 했다. 말이 씨가 된 것 같다.

[사진=박준규 기자]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전락…아들은 ‘도구’ 였다


올해 초였다. 겨우 전셋집 계약을 마친 뒤 들뜬 기분으로 학창 시절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늦은 밤 전화벨이 울렸다. “○○경찰서인데요, 아드님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됐습니다”라고 했다. “선생님 잘못 거신 거 아녜요?” 퉁명스럽게 반문했다. 경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해 전화를 탁 끊었다. 이상하게 불안감이 밀려왔다. 걸려온 번호를 검색해 보니 경찰서가 틀림없었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다음 달 새벽같이 경찰서로 향했다. 유치장 너머 아들은 닭똥 같은 눈물만 뚝뚝 흘렸다. 애지중지하던 고양이가 죽어도 울지 않던 아이였다. “정말 몰랐어. 몰랐어. 미안해” 아들이 바닥을 보며 웅얼거렸다. 묻고 싶은 건 많은데 가시덤불이 들어찬 듯 목이 메었다. “뭔가 잘못된 거야…. 엄마가 꺼내 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은 단순 채권추심 업무로만 알았지만 사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피해금을 수거해 무통장 송금하는 일이었다. [최재원 사진작가]

경찰은 아들이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라고 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본 구직 사이트에는 ‘대부업체 채권추심팀의 수금 업무’라고 분명히 적혀 있었다. 상호와 도장이 찍힌 서류도 확인했다. 그들은 “부실채권을 회수하는 일”이라며 “고객을 만나 현금을 받고 지정된 계좌로 입금하면 된다”고 했다. 고액을 다루는 일이기에 신분증·주민등록초본 등도 보내라고 했다. 의례적인 취업 절차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아들을 전국으로 보냈다. 약속 장소에 가면 고객들이 먼저 아들을 알아보곤 현금다발을 손에 쥐여줬다. 고객들은 그들의 지시에 따라 전화를 하며 한순간도 스마트폰을 놓지 않았다. 아들과 말 섞을 틈조차 없었다. 아들은 가볍게 목례를 하며 신용보증협력서·대출금상환확인서 등 미리 받은 서류를 건넸다. 일종의 ‘영수증’이었다. 그러곤 은행 ATM으로 이동해 무통장 입금을 했다. 현금이 구겨져 입금이 잘 되지 않으면 직접 은행 직원에게 문의해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들은 “꾸물거리면 고객들의 이자가 늘어난다”며 아들을 재촉했다. 하루에 두 탕, 세 탕도 뛰었다. 처음엔 일급, 나중엔 수수료를 수당으로 받았다. 1월 초부터 열흘 사이에 10명이 넘는 고객을 만났다. 아들은 정상적인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생각했기에 곳곳에 자취를 남겼다. 자신의 카드로 여러 번 택시 비용을 결제하고, 코로나 명부에 실명과 번호를 남겼다. 범죄라고 생각했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현금수거책으로 보이스피싱 피의자 된 아들 김진석 씨. 그는 현재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박준규 기자]

피의자란 이름을 한 피해자


아들이 붙잡힌 건 강원도의 한 은행이었다. 받은 돈을 무통장 입금하고 있었다. 마침 출금하러 온 경찰이 이상하게 여겨 “혹시 보이스피싱 피해자냐”고 물었다. 아들은 “대금업체 수금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다”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그 자리에서 영문도 모른 채 긴급 체포됐다. 지역 신문에 ‘보이스피싱 조직원 검거’라는 기사가 났다. 회사와 상사의 이름. 영수증으로 건넸던 서류. 모든 것이 위조된 가짜였다. 피해금액 수억 원을 전달받은 보이스피싱 총책은 이미 잠적한 뒤였다.

경찰은 아들이 보이스피싱 공범이라고 했다. 아들도 가짜 취업 정보에 속아서 당한 거라고 해도 듣질 않았다. 다행히 구속되진 않았다. 인터넷을 뒤지니 아들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 수없이 많았다. 취준생·직장인·자영업자…. 생계 전선에 뛰어든 평범한 사람들이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 재판에 올랐다. 보이스피싱 총책은 중국에 있어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아들 같은 피의자들은 총책이 가로챈 피해 금액을 합의금으로 물어주고도 실형을 산다고 했다.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 아들을 붙잡고 “엄마가 잘못했다”고 빌었다. ‘일을 하라고 보채지만 않았어도….’ 아들의 앞길을 망쳤다는 생각에 견딜 수 없어 수면제를 여러 알 삼키기까지 했다. 극단적인 선택만 두 번. 한 달 사이 12kg가 빠져 앙상해졌다. 잘 들리지도 않고, 또렷이 보이지도 않았다. 갑자기 공황발작이 와서 36시간 동안 고장 난 경운기처럼 온몸을 떨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딸은 얼굴이 흙빛이 되어 방문을 걸어 잠갔다.

[123RF]

“엄마 나 감방 갈게 더 이상 노력하지 마. 그러면 되잖아.”

아들은 그만 포기하자고 한다. 하루 종일 식물인간처럼 침대 위에서 숨만 쉰다. 정신과를 찾은 아들은 우울증, 공황장애, 성격신경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루에 약을 수 알 삼키지만 살아있는 악몽은 끝날 줄 모른다. 복학 후 대기업에 취직하겠다는 꿈은 일찌감치 버렸다. 이따금 “교도소에 5년씩 가느니 차라리 죽어버릴까”라고 하다가도 “마음을 비웠다”며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다. “교도소 갔다 와서 열심히 하면 된다”고 다독이지만 마음에 없는 소리다.

아들은 11월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아들을 8개 혐의로 기소했다. 사기·공문서위조·사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위조사문서행사. 참담했다. 갓난아이 때부터 애지중지 키웠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앞길이 창창했던 아들이 한순간에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쓰라렸다. 순백 같은 아이를 걸레짝처럼 닳도록 쓰고 쓰레기통에 버린 것만 같다.


[헤럴드경제 디지털스토리텔링 : 인간 대포통장]

졸지에 사기범죄의 ‘공범’이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만나 수백~수천 만원의 현금다발을 받아 어딘가로 입금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그들을 ‘현금 수거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총책과 범행을 공모했단 죄를 묻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는 102명의 보이스피싱 공범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가운데 15명과 심층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들이 범죄자로 연루되기까지의 배경, 어떻게 일했고 붙잡혔는지를 파악했습니다. 대부분은 가짜 취업공고에 속아 ‘그 일’에 엮였습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취업준비 기간을 보내던 청년, 코로나19로 일터에서 밀려난 구직자, 단지 세상경험 쌓으려 알바를 찾았던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거미줄에 걸려 들었습니다.

피해자와 사회는 그들을 비난합니다. ‘어떻게 범죄인 걸 모를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설계자들이 짜놓은 판은 지독하리만큼 교묘합니다. 피해자들을 감쪽같이 속이듯이 자기들의 수족 노릇을 할 사람도 철저히 기망합니다. 정작 보이스피싱 본체는 막대한 수익만 삼키고 법망을 피해 음지로 숨어들고 있습니다.

공범이 된 이들의 허물없음을 대변하려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는 한순간에 피해자-피의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기록입니다. 동시에 보이스피싱 꼭두각시가 된 사람들을 비난하고 강하게 처벌하는 게 최선인지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헤럴드경제의 ‘인간 대포통장’ 기획은 3부에 걸쳐 보도됩니다.

[프롤로그]

[단독] 보이스피싱 ‘공범’ 몰렸다 실종된 아들,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1부]

① ‘살아있는 대포통장’ 된 그들…절반 이상이 2030

② 보이스피싱 ‘꼭두각시’로 쓰이다 버려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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