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정화야".. 100세 할머니의 꿈만 같은 시간
신나리 입력 2018.08.24. 18:00
[오마이뉴스 글:신나리, 편집:김지현]
▲ 남북의 이산가족이 분단 후 65년 만에 다시 만나 진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우리측 양순옥(86), 양계옥(79), 양영옥(77), 양경옥(74), 양성옥(71) 자매와 북측의 둘째 량차옥(82) 할머니가 모두 모인 육남매가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다. |
ⓒ 사진공동취재단 |
▲ 국군과 인민군이었던 형제의 상봉 남북의 이산가족이 분단 후 65년 만에 다시 만나 진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우리측 양길용(90) 할아버지와 북측의 동생 량길수(86) 할아버지가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다. 이 형제는 한국전쟁 당시 각각 국군과 인민군으로 총부리를 겨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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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설렁설렁해. 기분이 이상해."
남측 가족들은 안경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동행한 가족의 손을 잡기도 했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도 시선은 문을 향했다. 24일 남북 이산가족이 만나는 면회소에는 남측 가족들이 먼저 도착해 기다렸다. 1차 상봉 때는 북측 가족이 남측 가족을 기다렸지만, 이번엔 반대였다. 테이블 위에는 남측 당국이 준비한 김 튀김, 맛 고구마, 연양갱과 담배가 올려졌다.
24일 오후 3시 15분께, 면회소 문이 열렸다. 누군가는 휠체어를 타고, 누군가는 지팡이에 의지해 한 사람 한 사람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저기 형님 아니야? 형님."
얼마나 기억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권혁빈(81) 할아버지는 형을 단박에 알아봤다. 형의 오른쪽 귀에 보청기가 채워져 있었다. 어느새 형제는 여든을 넘었다. "혁찬아", 할아버지의 형은 동생을 마주 안았다.
모든 게 고마운 시간
"살아줘서 고마워."
"만나게 해줘서 고마워."
남에서 온 우기주(79) 할머니는 북에 사는 언니(우기복·86)가 자신을 찾아줘서 고맙고, 살아줘서 고마웠다. 휠체어를 탄 언니는 그런 동생을 만날 수 있어 고마웠다. 그리고는 한참을 말없이 마주 봤다.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고, 조금이라도 눈에 서로를 담고 싶었다. 할머니가 다시 말을 꺼냈다.
"춥지 않아?"
"일 없어."
"'일 없다'가 뭐야?"
"아, 안 춥다고"
떨어져 산 세월만큼 표현이 달라졌다. 서로를 챙기는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했다.
▲ 남북의 이산가족이 분단 후 65년 만에 다시 만나 진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우리측 최고령 상봉 대상자 강정옥(100) 할머니와 북측의 동생 강정화(85) 할머니가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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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이모를 처음 만나는 조카들은 이모(신남섭·81)의 이름을 자수로 새겨넣었다. '보고 싶었던 이모님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라고 쓰인 꽃무늬 천을 준비해 손에 들었다. 옥빛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북측 이모가 테이블에 왔다. 남측 조카인 네 자매가 눈물을 터트렸다. "어머 어떻게 해, 엄마랑 똑같아"라며 남측 조카인 김주연(47)씨가 울먹였다. 돌아가신 엄마의 얼굴이 처음 본 이모의 얼굴에 담겨있었다.
행사를 돕는 북측 보장성원들도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을 보고 소매로 눈을 훔쳤다.
▲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에서 온 최성순(85)씨를 남측 가족들이 얼싸안고 오열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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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에서 온 동생, 아들과 눈물의 상봉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북측 아버지 조덕용(88·왼쪽)씨가 남측의 동생 조상용(80), 아들 조정기(67·오른쪽)씨와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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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의 이산가족이 분단 후 65년 만에 다시 만나 진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우리측 목원선(85) 할아버지와 북측의 형 목원희(86) 할아버지가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다. 이 형제는 한국전쟁 당시 각각 국군과 인민군으로 총부리를 겨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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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7시부터는 환영 만찬이 준비돼 있다. 1차 상봉 때는 북측이 환영 만찬을 준비했다면, 이번 상봉 때는 남측 당국이 만찬 등을 준비한다. 다른 일정은 지난 1차 상봉과 같다. 상봉 둘째 날인 25일 개별 상봉과 객실 중식, 단체 상봉을 이어간다. 마지막날엔 작별 상봉과 공동 중식이 진행된다.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여섯 차례, 총 12시간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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