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투 사용 금지' 첫날..시민들 "이제 안 써야죠"

방윤영 기자 입력 2019.01.01. 16:30 수정 2019.01.01. 16:36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일부 제과점 '우왕좌왕'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중형 슈퍼마켓 계산대에 '비닐봉투 제공 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오늘부터 비닐봉투 사용이 아예 금지되는지 전혀 몰랐어요. 환경보호 차원이라는데 이제 쓰지 말아야죠."

1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중형 슈퍼마켓에서 만난 주부 길모씨(64)의 말이다. 평소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다 이날따라 빈손으로 온 길씨는 슈퍼마켓 직원으로부터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다.

대형마트와 매장 크기 165㎡ 이상의 슈퍼마켓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된 새해 첫날 시민들 대부분은 불편함을 내비치기 보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또 다른 중형 슈퍼마켓에서는 주부 황모씨(72)가 '비닐봉투 사용이 금지됐다'고 직원이 안내하자 "이제야 알았다"며 "다음부터는 꼭 장바구니를 들고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비닐봉투 사용 금지 소식을 듣고 집에 보관해 뒀던 검정색 비닐봉투를 챙겨 온 시민도 있었다. 주부 임모씨(43)는 "두부와 양파 등 간단히 몇 가지만 살 거라 집에서 챙겨왔다"며 "뉴스를 보고 규모가 있는 슈퍼마켓에서도 비닐봉투 제공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슈퍼마켓 업주들은 매장 곳곳에 '비닐봉투 사용 금지' 관련 안내문을 붙이고 손님들에게 일일이 안내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서울 A슈퍼마켓 점주 신모씨(35)는 "일회용 비닐봉투는 물론이고 과일이나 생선을 담는 봉투(속비닐)도 모두 없앴다"며 "속비닐이 필요한 상품은 비닐이 필요하지 않도록 포장을 해뒀다"고 설명했다. 속비닐은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다른 제품을 담아가는 등 악용될 소지가 있어 A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없앴다. 신씨는 "손님들이 뉴스에서 많이 접했는지 (비닐사용 금지를) 안내하면 대부분 이해하는 분위기"라며 "자체적으로 재사용 장바구니(에코백)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중형 슈퍼마켓 입구에 '1회용 봉투 사용 금지' 관련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손님과의 마찰을 우려하는 슈퍼마켓 업주도 있다. B슈퍼마켓 점주 박모씨(65)는 "'다른 슈퍼마켓(소형)에서는 비닐봉투를 공짜로 주는데 왜 여기는 안 주느냐'고 짜증 내는 손님도 있다"며 "속비닐을 뜯어 다른 제품을 담아가기도 하는데 매정하게 '안 된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씨는 "속비닐 사용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대형과 중형 슈퍼마켓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비닐사용 금지가 확대돼 혼란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은 대부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문제는 제과점이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제과점은 구청 등에서 안내를 받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비닐봉투 다량 사용업종이나 현재 사용억제 대상 업종에 포함되지 않았던 제과점 1만8000여곳에 대해선 비닐봉투의 무상제공을 금지한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경우 본사에서 안내를 받고 비닐봉투를 유상으로 제공했다. C제과점 점주 이모씨(43)는 "지난해 11월부터 (본사로부터 안내를 받아) 비닐봉투 유상 제공을 시행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제과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7)는 "전혀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씨는 "허겁지겁 오늘부터 비닐봉투를 50원에 판매한다고 안내했는데 한 손님은 '어제는 공짜였는데 왜 오늘은 돈을 받느냐'며 따진다"며 "미리 알아야 대처를 했을 텐데 너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1일 오전 서울의 한 프랜차이즈 제과점 계산대에 '1회용 비닐 봉투 유상 제공' 관련 안내문이 올려져 있다. /사진=방윤영 기자


환경부는 오는 3월 말까지 집중 현장 계도 기간을 운영하면서 '비닐봉투 사용 금지'를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 때에도 일부 반발이 있었지만 환경보호 취지에 공감해 시민들이 적극 참여했다"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을 위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이해진 기자 hjl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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