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보장 안되는 치매보험, '약관오류' 논란권화순 기자 입력 2019.03.28. 04:45

                          
      
경증치매 CT·MRI 이상소견 희박한데 약관엔 이상소견시에 보험금지급.. 생보사-손보사 엇갈린 지급기준

경증치매를 보장하는 치매보험이 약관오류 논란에 휩싸였다. 보험사들은 임상치매척도(CDR) 1점으로 경증치매 진단을 받으면 1000만원~3000만원의 보험금을 준다고 영업을 해 왔다. 그렇지만 치매보험 약관의 보험금 지급사유에는 CT(컴퓨터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 등 뇌영상검사시 ‘이상소견’이 나와야 된다. 문제는 경증치매는 뇌영상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거액의 보험료를 내고 보험에 가입했지만 애초부터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은 치매보험 약관문제와 보험료율 검증작업에 착수했다.

27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별로 수십만건의 보험을 팔아 ‘대박’ 난 치매보험이 경증치매에 걸려도 보험금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경증 치매보험을 팔면서 보험금 지급기준으로 ‘CDR(임상치매척도) 1점’만 받으면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치매보험 약관을 보면 CDR 1점을 받아야 할 뿐 아니라 ‘CT, MRI, 뇌파검사, 뇌척수검사 등을 기초로 한 의사의 치매진단’도 함께 받도록 하고 있다.

‘뇌영상검사 등을 기초로 한’이라는 약관 문구에 대해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의 해석이 다소 엇갈리지만, 거액의 보험금을 보장하는 손보업계는 이를 ‘뇌영상검사상 이상소견’이라고 설명한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중증치매와 마찬가지로 경증치매도 CDR 점수와 뇌영상검사 상으로 치매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소견이 나와야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생명보험사는 약관 문구가 모호하기 때문에 뇌영상검사 이상소견이 없어도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경증치매 보험약관에 뇌영상검사를 받도록 한 문구가 들어간 이유는 2010년 전후 판매하기 시작한 중증치매 보험약관을 그대로 베껴 썼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중증치매 보험금 청구가 들어오면 약관에 따라 ‘CDR 3점 이상과 뇌영상검사상 이상소견’ 2가지를 확인해 왔다. 이를 최근 출시한 경증치매에도 그래도 준용한 것이다.

문제는 경증치매의 경우 치매 정도가 가볍기 때문에 뇌영상촬영 시 이상소견이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치매 종류별로 혈관성치매는 정도가 가벼워도 이상소견이 나올 수 있지만 알츠하이머는 중증이 아니면 이상소견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보험사들은 애초부터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할 수 없는 보험약관을 근거로 경증 치매보험 판매를 한 셈이 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증치매는 CT나 MRI 상 이상소견이 명백히 나오지만 경증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약관 문구상 ‘뇌영상검사에 기초하여’라는 문구를 아예 빼야 나중에 보험금 지급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치매보험 보험요율도 문제다. 보험사들은 4년마다 나오는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유병률 보고서와 국가별 사망률을 반영해 보험료율을 책정해 왔다. 그런데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유병률 통계는 ‘뇌영상검사상 이상소견’은 따지지 않고 CDR 점수만을 참고한다. 다시 말해 CDR 점수로만 작성된 통계를 근거로 보험료를 받고 있으면서 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뇌영상검사 조건을 달고 있어 보험료율도 애초부터 과다 책정됐다고 볼 수 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발견해 최근 치매보험 약관과 보험요율 검증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우선 2012년 치매유병률 통계 기준으로 책정된 치매보험 요율을 다음 달부터 최신 통계인 2016년 통계 기준으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이렇게 되면 다음달부터 치매 보험료가 오른다.

금감원이 조만간 문제의 치매보험 약관변경을 지도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미 팔려나간 수십~수백만건의 치매보험 약관은 제2의 즉시연금, 암보험 약관처럼 보험금 지급 분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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