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돌봐온 자폐증 아들 살해한 60대 모친에 '집행유예'

입력 2019.04.02. 19:24

               
법원 "사건의 모든 책임을 피고인에게 전가할 수 없어"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자폐 판정을 받은 아들을 40여년간 돌봐오다 절망감에 사로잡혀 살해한 60대 모친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5부(송승용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7)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수원법원종합청사 [수원지법 제공]

A 씨의 아들 B(41) 씨는 3세 때 자폐 판정을 받은 뒤 기초적 수준의 의사소통만 가능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상태에서 폭력성향이 심해졌고, 20세가 될 무렵에는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B 씨는 난폭한 성향으로 인해 퇴원을 권유받거나 입원 연장을 거부당하는 일이 빈번해 20여년간 정신병원 10여 곳을 전전해야 했다.

그러던 중 A 씨는 지난해 11월 27일 오후 병원에서 아들 B 씨가 계속 크게 소리를 지르고 벽을 주먹으로 두드리는 등 소란을 피우자 간호사에게 진정제 투약을 요청해 B 씨를 잠재웠다.

A 씨는 날이 갈수록 악화하는 B 씨 상태에 낙담하고 다시 입원을 받아줄 병원이 없으리란 불안감, 자신의 기력이 쇠해 더는 간호가 불가능하리란 절망감 등에 사로잡혀 이튿날 새벽 병실에서 B 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법원은 심리 끝에 A 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거의 40년 동안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양육하면서 헌신적으로 보살펴 부모의 의무를 다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스스로 자식을 살해했다는 기억과 그에 대한 죄책감이 어떤 형벌보다 무거운 형벌이라 볼 여지도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이번 사건의 책임이 오롯이 피고인에게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법률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각종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 사건 기록상 (국가나 지자체의) 충분한 보호나 지원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사정이 피고인의 극단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점을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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