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용의자, 청주서 처제 살해 때도 잔혹하고 치밀"

입력 2019.09.19. 10:07 수정 2019.09.19. 10:15

               
당시 사건 담당 청주 서부경찰서 형사계 근무 퇴직 경찰관 밝혀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경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A(56)씨는 1994년 청주에서 처제를 살해했을 때도 잔혹하고 치밀했다고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은 기억했다.

경찰, 화성 연쇄살인 사건 유력 용의자 특정 (서울=연합뉴스) 지난 1980년대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았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드러났다.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재 수감 중인 A(50대) 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차 사건 당시 용의자 몽타주 수배 전단. 2019.9.18 [연합뉴스 자료사진] photo@yna.co.kr

충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에 근무하다가 지난 6월 정년퇴직한 이모(62) 전 경위는 1994년 청주 처제 강간·살인 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청주 서부경찰서 형사계 감식 담당이었다.

수사팀의 막내였던 이 전 경위는 A씨가 처제를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살해한 경위를 비교적 또렷이 기억했다.

그는 1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에 A씨가 화성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범행 수법이 굉장히 잔혹하고 치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1994년 1월 A씨는 청주시 흥덕구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 이모 씨(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했다.

이후 둔기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다음 머리를 검은 비닐봉지로 싸고 다시 한번 청바지로 뒤집어씌웠다.

이 전 경위는 "시신을 비닐봉지, 청바지, 쿠션 커버 등 여러 겹을 싸서 집에서 1㎞가량 떨어진 철물점 야적장에 버린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범행을 치밀하게 은폐했기 때문에 증거를 찾는데도 며칠 밤을 새우며 사건 현장 등을 이 잡듯 뒤지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사건 당일 새벽 A씨의 집에서 물소리가 났다"는 제보를 듣게 됐다.

이 경위는 A씨의 집 욕실 정밀 감식을 벌여 세탁기 받침대에서 피해자의 DNA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A씨가 범행 후 피해자의 혈흔을 씻는 과정에서 미량의 혈액이 남았던 것이다.

이는 충북에서 처음으로 DNA가 범죄 증거로 채택된 사례였다.

이후 부검에서 피해자의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 경위는 "과학수사 초창기였던 당시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해서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법원은 A씨에 대한 1심에서 "범행이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이뤄진 데다 뉘우침이 없어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사형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에서 "성폭행 이후 살해까지 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파기 환송됐다.

A씨는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징역수로 복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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